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MB의 추억 - 5년 뒤를 내다 보지 못하는...

효준선생 2012. 10. 17. 00:15

 

 

 

 

 

  

  한 줄 소감 : 본인은 모를 것이다. 남들을 웃기는데 이토록 재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 MB의 추억을 보기 전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집에서 뉴스를 보다가도 뭐라도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리는데 극장의 그 넓은 스크린을 통해 무려 한 시간이나 넘게 움직이도 못하고 직면해야하나 싶어서였다. 그래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이 영화의 호기를 믿어보자며 극장으로 발걸음으로 옮겼다. 불안했다. 누군가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을 미행하는 건 아니겠지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자기 검열 상태에 빠지게 된 건 바로 그 사람의 노고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이 영화의 오프닝은 名句였다.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대가를 치르는 거야” 누구의 말일까? 누구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한 말이라고 믿어도 좋을 만큼 적절해 보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말을 한 주인공은 히틀러의 입이라고 불리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21 세기 민주주의 국가 한복판에서 1930년대 전체주의 체제를 꾸려가며 선전선동을 일삼던 자의 말이 적용되다니.


그렇다. 이 모든 건 하기 나름이었다. 아니 믿기 나름이었다. 그보다는 믿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그럴 듯 하게 포장한 그들의 수완의 승리였다. 지금 보면서 그 당시 저렇게 많은 선전 영상이 나돌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억 속에 각인된 홍보영상들, 특히 국밥집 광고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 광고가 가짜 욕쟁이 할머니와 가짜 국밥집에 모두가 연기였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런 놀라움은 한 둘이 아니었다. 政爭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 과장도 있을 수 있고 허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의욕과다 정도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많은 糊塗가 있었다.


특히나 유세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내가 왕년에 그거 해봐서 아는데” 는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풀빵 장수의 쇠고챙이까지 빼앗아 풀빵을 구우며 제대로 익지도 않은 걸 사가라고 강매를 하는 모습은 고집쟁이 노인네의 모습이었다. 2007년 겨울, 당시 대통령은 수세에 몰려 있었다. 특히 불경기로 인해 사람들은 경제 살리기에 모든 명운을 걸고 달려드는 그에게 환호했으며, 그가 당선이라도 되기라도 한다면 우리 모두의 호주머니는 돈다발로 넘쳐났을 것이라고 믿었다. 다들 불로소득만을 꿈꾼 도둑놈 심보였던 셈이다. 근데 그의 유세를 들어보면 정말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5년이 다되는 지금,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었고 못 사는 사람은 죽는다는 곡소리가 더 커졌다. 잘 살게 해주겠다는 당시의 호소는 부자에게만 통하는 소리였나


지난 영상을 보면서 주인공이 아닌 병풍 인물들도 눈에 들어왔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서울시장 후보, 전직 대통령 비서관등등. 이제 겨우 4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囹圄의 몸이거나 한직에 손가락 빨고 있다. 벌어놓은 게 있으니 몇 년은 갈테지만. 권력의 속성은 그런 것이다. 저 수많은 친이계 인사들은 자신들의 4년뒤도 내다 보지 못한 채 허울 뒤에 서서 자신들을 우러러보는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흐뭇해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후반부 20% 정도는 앞 부분과 달리 꼬집는다. 하이 블랙 코미디로 점철하던 앞 부분과는 사뭇 달랐다. 결론은 한가지 였다. 이번엔 제대로 투표하자고. 방송인 김제동의 촌철살인이 귀에 울린다. 시골 노인들은 지팡이에 의지해 그 먼길을 더듬거리며 새벽같이 투표하고 오지만 정작 젊은 친구들은 애인 손잡고 놀러가지 않았냐고, 그래놓고 반값 등록금 이행안한다고 길바닥에 드러누우면 그 누가 기특하다고 그 바람을 들어주겠냐고. 옳은 말이다.


정치인은 우리가 하는 만큼만 움직인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들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다는 낌새를 차리면 제 주머니 채우는데 유전적으로 도가 튼 자들이다. 대충 뽑아놓으면 알아서 하겠지라고 한 게 이렇게 되었다. 누군가 말했다. 대통령 선거란 앞으로 5년 동안 누가 자신들을 덜 괴롭힐 사람인지를 뽑는 행위라고. 그래도 좋다. 이번엔 투표 좀 하자.


영화의 주인공은 끝끝내 시사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잡혀가지 않았다.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영화에서 그는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고스란히 바로 오늘 자신을 향한 말이 되었다. 그게 이 영화의 유일한 웃음거리다. 그걸로 만족한다. 비주얼이 못마땅하면 오디오만으로도 듣기 바란다. 

 

 

 

 

 

 

 

 

 


MB의 추억 (2012)

Remembrance of MB 
9.4
감독
김재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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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코미디 | 한국 | 65 분 |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