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회사원 -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다. 그래서 바빠졌다

효준선생 2012. 10. 15. 00:02

 

 

 

 

 

 

   한 줄 소감 : 스타일리쉬한 액션 시퀀스 위로 家長의 비애가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사직서를 내던져본 사람은 크게 공감할 만한 장면이 영화 회사원에 나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라며 같이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같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상사들의 뒷담화를 나누었으면서도 오늘 그만둔다며 마지막 출근을 하는 날, 뒷통수로 날아오는 각양각색의 눈초리들. 영화에선 묵직한 주먹과 살벌한 중화기로 대신하지만 결코 과장은 아니다. 동료들 간에 경쟁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부서별 보너스를 챙기기 위해 살육의 현장이 따로 없는 그곳. 학창시절과 달리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知音을 만나기 참으로 어려운 곳이다.


꼬박 꼬박 월급이 들어오면 한 달 내내 그만두겠다는 마음도 어느덧 흐지부지되고 월급 들어오는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이체해놓은 곳으로 죄다 빠져나가 텅 빈 잔고를 보면, 나도 언제쯤 사장처럼 큰 돈을 만지며 살 수 있을까 허탈해진다. 내심 경쟁 상대였던 옆 부서의 부하직원이 이번 인사 때 승진하면서 이와 같은 팀장 반열에 올라 아까 인사하던 눈초리가 예전 선배를 대하던 때와는 달라 보인다. 이래저래 부담이 아닐 수 없는 회사원 생활이다.  


영화 회사원은 판타지 느와르 장르다. 주인공 지형도 과장역을 맡은 소지섭 자체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비주얼의 소유자인지라 이 영화는 그가 등장하는 한 컷만 오려내면 바로 광고로 사용할 만하다. 예를 들어 별 볼일 없는 작은 아파트에 혼자 기거하면서 유난히 셔츠와 슈트에 집착한다. 직접 다림질을 하고 마음에 든 여인과의 데이트 때 여러 가지 옷을 입어보는 장면도 그렇다. 대신 식사는 냉동밥으로 만족한다. 빗속을 시속 230km로 질주하는 모습은 외제 승용차 광고 필이다. 문제는 이런 겉멋이 이 영화의 전체 흐름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냐가 남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 속 배경이 되는 신대륙 금속에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는 회사다. 아수라 백작과 같은 회사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다. 직원들의 모습도 일반회사의 그들과 다름없다. 간혹 살벌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때가 되면 이들은 서로의 목숨까지 앗아야 하는 운명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소위 청부살인을 도맡아 하는 회사지만 영화 속에선 청부살인 장면은 딱 두 번 등장한다. 그것보다는 내부 인원들에 대한 서로의 감시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영화 오프닝을 장식한 소위 아르바이트 사원도 멋지게 임무를 완성했음에도 죽어야 하는 운명이고 가장 핵심파트인 영업2부 부장도 가족문제로 퇴직하고 싶어하지만 여의치 못하다. 물론 그들과 깊숙이 관련된 지과장 역시 그들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해야 한다.


비굴한 회사원의 숙명을 다룬 영화 같지만 그 안엔 가족의 중요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 영화에선 세 갈래의 가족의 형태가 나타난다. 넘버 투 콤플렉스의 권 이사, 그의 가족은 아빠의 직업을 알지 못한다. 직원들의 전화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남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길지언정 자기 가족에겐 천사표 가장으로 남고 싶어한다. 두 번 째 케이스는 정해진 운명인 전 영업2부 진 부장, 그 역시 가족을 지키고 싶었지만 파괴된 가정의 모습이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아빠를 보고는 누구냐고 묻느냐는 어린 딸의 물음에 기막혀 한다는 요즘 아빠들의 전형이다. 그리고 또 한명, 단 한번도 가족을 가져보지 못한 남자, 어린 시절 우상 같은 가수를 이제 국화꽃 앞에선 누이처럼 만나 겨우 가족의 사랑을 느껴보려는 참인데, 정말 쉽지 않다. 이 영화가 액션을 제외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야기했던 건 가족을 지키려는 바로 이 세 남자들의 신경전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회사원의 외피는 스타일리쉬 판타지 느와르다. 총질을 하는 것도 맨 주먹으로 요즘 액션의 대세인 동남아 무술인 실라트, 러시아의 시스테마등를 선보이는 것도 다 이 범주다. 그러나 그런 눈요기꺼리 보다, 자신이 지켜주고픈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심리적 자괴감을 극복해가는 남자들의 모습이 안쓰럽게 그려졌다. 그리고 이미 어렵사리 조직에서 발을 뺀 것처럼 말해왔던 중년 남자의 처참한 인생 말로가 주인공에게 어떤 그림자로 남을지 대변해주고 있다. 단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보여준 바 없던 그가 엔딩 장면에서 처음으로 웃는다. 다른 회사에 면접이라도 가는 모양이다. 청춘의 모든 것이었던 회사가 그에게 남겨준 질곡을 그제서야 벗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절반의 공인 액션 시퀀스는 대단해 보였다. 좁은 골방에서 진부장과의 주먹다툼, 그리고 고가도로 위에서 칼과 넥타이, 그리고 맨주먹으로 대결하는 부하 여직원 서대리(장은아 분)와 소지섭의 액션 장면은 근래 보지 못한 놀라움 자체였다.

 

 

 

 

 

 

 

 

 

 

 

 


회사원 (2012)

7.2
감독
임상윤
출연
소지섭, 이미연, 곽도원, 이경영, 김동준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96 분 | 201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