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루퍼 - 나를 찾아온 이유가 내가 아니라고 할때

효준선생 2012. 10. 14. 01:20

 

 

 

 

 

 

 

   한 줄 소감 : 누구는 지키기 위해, 누구는 살기 위해 살인을 한다.

 

 

 

 

 

영화 루퍼를 보면서 일단 旣視感이 들었다. 타임 트래블을 다룬 무수한 영화 때문뿐 아니라 미래의 악의 근원을 일찌감치 잠재우고자 미래에서 총을 들고 나타난 인물때문이었다.

 

영화 루퍼는 두 가지 이야기가 혼재된 양상이다. 전반부엔 30년뒤 미래의 내가 루퍼로 활동하는 지금의 나를 찾아온다는 사실, 미래에서 보내진 사람들은 무조건 처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기에 감시관은 루퍼로서의 계약해지와 더불어 목숨을 노리고, 그동안 모아둔 은괴와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삶이지만 프랑스로 가서 멋지게 살아보려는 계획을 송두리째 빼앗기게 생긴 한 남자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후반부, 프랑스가 아닌 중국 상하이로 가서 그곳에서 킬러처럼 살다 중국여자와 눈이 맞아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하던 그, 미래의 트러블 메이커인 “레인 메이커”가 보낸 일당들에게 아내를 잃고 제발로 과거로 와서 자신의 미래를 망가뜨린 레인 메이커의 싹을 찾아 없애려는 이야기.

 

 


 

루퍼라는 직업은 지구 역사상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초반 옥수수 밭을 배경으로 마치 마술사가 뿅하고 주문을 걸면 툭 튀어나오는 오브제처럼 얼굴이 가려진 남자가 손이 묶인 채 나타나면 루퍼들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그들의 수당은 죽은 남자 등에 달린 은과, 혹은 금괴들이다. 그 남자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 부분은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타임 트래블이 별거 아닌 테크닉이 된 2074년 즈음에 불한당이나 사회 암적 존재들은 矯正같은 것은 필요없고 과거로 보내 알아서 처리하게끔 만들어 버렸다. 재판도 없고 교도소 같은 것도 불필요하다. 과거의 공간에서 불태워 버리니 무덤같은 흔적도 없다. 자신들이 죽인 것도 아니니 일말의 죄의식도 없는 셈이다. 물론 루퍼들도 그들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총질을 하고 그대로 불구덩이에 밀어 넣으면 임무 완수다.


이런 사회에서 정의감이란, 혹은 죄책감이란 있을 필요도 없다. 가난 때문에 죽음에 몰린다고 해서 들어줄 사람도 없다. 세기말 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2074년이나 30년 전인 2034년의 모습 모두 인정미 같은 것은 없다. 한 몫 챙겨 알아서 그곳을 떠나면 그뿐이다. 그럼 루퍼들은 행복할까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의 생명도 저당잡힌 셈이다. 계약 해지후 30년 뒤엔 그들도 결국 과거의 자신들에게 보내져 세상과 하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지만 그래도 한 몫 챙겨놓은 것이 있으니 마냥 못할 짓은 아닌 셈이다. 인간의 목숨이 모두 장수를 보장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영화의 앞부분은 상당수 빠른 템포로 흘러가고 종래에 보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의 장면이 연속적으로 등장해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주인공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눈치 챌 수 있게 된다.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와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미래의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다시금 풀무질을 해댄다. 자신의 아내를 다시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와 나중에 레인 메이커가 될 아이를 찾아 나선 미래의 나. 그 아이는 대체 누구일까?


이 영화는 유독 옥수수밭을 미쟝센으로 많이 활용한다. 그것도 알알이 열매가 맺힌 옥수수밭이 아니라 마치 전염병이나 태풍이 휩쓸고 가버려 알갱이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은 황량한, 그들에게 옥수수는 에너지 원이다. 그런데 없다. 무엇을 의미할까 거리엔 부랑자들이 넘쳐나고 간간히 그들이 찾아와 구걸을 하는 장면은 충격적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염력을 가진 자들을 반복적으로 조명한다. 염력을 가졌다는 건 후천적인 노력의 산물이 아닌 선천적 획득의 부산물이다. 조의 친구인 세스 曰, 그런 걸 보여주면 여자들이 홀딱 반한다고 했다.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는 동전의 모습이 신기해 보이지만 개인별로 염력의 크기가 차이가 있다면 그건 재앙이다. 아무리 좋은 일에 쓴다고 해도. 영화는 바로 이 일반인과 다른 초능력을 가진 존재를 서서히 부각시키면서 미래에 터질 불상사에 대해 암시한다.

 

 

 

 

 

영화 루퍼는 공상과학 만화같은 설정이 많다. 그럼에도 유치하거나 황당하지 않다. 정말 지금부터 60년 쯤 뒤엔 그런 일이 있을 것 같고, 주인공들처럼 시간 여행이 가능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이 영화는 그래서 볼때보다 보고 난 뒤 여운이 강하게 남는 긴 꼬리 효과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조셉 고든 레빗과 브루스 윌리스가 2인 1역을 기막히게 해낸다. 다소 문약해 보이는 레빗을 윌리스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상당한 노력의 분장을 통해 영화 중간에 마치 존 트래볼타의 젊은 시절이나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보이기도 했다. 그가 들고 다니는 복고풍 장총과 가죽 자켓이 무척이나 인상에 남는다.

 

 

 


루퍼 (2012)

Looper 
8.5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조셉 고든-레빗, 브루스 윌리스, 에밀리 블런트, 폴 다노, 자니 영 보쉬
정보
SF, 액션 | 미국 | 119 분 | 201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