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쓰 마마 - 그녀들은 천사와 산답니다

효준선생 2012. 10. 16. 01:00

 

 

 

 

 

 

한국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 자들에게 가해지는 주변의 심리적 압박은 대단한 편이다. 학창시절엔 공부만 잘하면 나중에 다 좋은 사람이 나타날 거라며 의자생활 때문에 두툼해진 엉덩이를 두드리던 부모들은 채 몇 년 지나지 않아 언제 결혼할 거냐며 채근을 한다. 누가 학생때부터 준비하고 있다가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학교 공부에, 취업 준비에 남자의 경우 군대도 다녀와야 하건만, 이래저래 결혼을 하지 않는, 아니 못한 청춘들에겐 결혼은 그야말로 짐이 되는 시절을 살고 있다.


결혼을 못한다고 사랑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아 하룻밤 만리장성을 쌓았다가 아기가 덜컥 들어서면 그때부터 남자와 여자는 말 그대로 화성인과 금성인으로 갈린다. 천년 만년 자기만 사랑해줄 것 같이 굴던 남자는 “부담스러워라”는 한마디로 사후 책임을 여자에게 맡기고는 등을 보이고 말아버리니,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의 여자는 어쩔 줄 몰라한다. 그리고 대차게 그래, “아버지 없는 아이라도 내가 열심히 키워보겠다”며 큰 결심을 하지만 한국에서의 미혼모란 결혼을 못하는 청춘, 그 이상의 요상한 시선을 이겨내기가 아직까지는 힘겹다.


영화 미쓰 마마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소재인 미혼모에 대해 “우리가 왜 세상 사람들의 백안시를 받아야 하나? 우리는 새로운 양태의 가정을 만들며 잘 살고 있는데” 라며 실제 미혼모 몇 명의 이야기를 담아낸 리얼 담화극이다. 영화에서는 대표적으로 세 명의 미혼모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린 것 없이 상당히 적나라한 부분까지 드러내는데, 이들은 자신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들은 주장한다. 이 영화가 미혼모의 未婚이 아니 母에 방점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있고 영화 속에서 엄마로서의 그녀들은 매우 훌륭했다. 아버지가 원양어선을 타고 밖에서 일하는 케이스라 치고 아무 말 하지 않는다면 이들 가족 구성원과 주변인들은 아무도 알지 못할 정도였다. 사회에서 비록 커리어 우먼은 못될 지라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남달라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녀들 가슴 속에 여전히 응어리진 채 남아 있는 아이 아버지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낄 아버지의 빈자리등에 대한 고민이 얼핏 보였다. 겉으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사이의 주부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과 별로 차이는 없어 보였지만 늘 덩그러니 비어있는 아버지의 자리에서 아이들은 아직까지는 엄마 품에 만족을 하지만 언젠가 왜 나에겐 아버지가 없냐고 묻는 시점이 올 것이다. 아이들만을 보고 살아온 그녀들에게 아이들의 성장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가장 큰 두려움이 아닐까 싶었다.


결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그녀들이 무슨 커다란 잘못을 한 건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결혼이라는 제도 하에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을 뿐이라서 그런 것이다. 설사 성대한 결혼식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다 이혼이라도 해서 아이만 들춰 업고 아이 아버지와 따로 사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그 괴리감은 양육비라든가 아이와 아버지의 만남등의 문제와 맞물려 엉뚱한 심적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현진씨는 올해 스물 여덟이다. 곱게 화장을 하고 나서면 애 엄마로 보이지도 않았다. 두 살 배기 딸아이의 이름이 태희인걸 보면 몇 년 전 그녀의 꿈도 어쩌면 배우 김태희를 롤모델로 하거나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만약 아직 젊은 그녀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그녀의 삶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라는 궁금증이 계속 일었다. 6살 난 준서군의 엄마 형숙씨 올해 마흔이다. 나이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듯 그녀들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을 결정하는 과정은 결코 어린애들의 치기어린 행동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심사숙고를 거쳐 본인들의 의사가 반영되었을 것이니 설사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녀들에게 “결혼하지 않은 아이엄마”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을까? 그녀는 억척스러워 보인다. 한 부모 가정 모임에 나가서도 하고픈 말은 한다. 그녀가 아들 준서를 안고 있는 모습이 여느 엄마 못지 않지만 왠지 슬퍼보였다. 그녀가 아니라 준서가, 그리고 그 정경이. 이유는 잘 모르겠다.


미혼모라는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무겁고 탁한 주제의식은 이 영화에선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이들의 수다가 마냥 해피해보이는 건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말로 다 하지 못한 부분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본명과 맨 얼굴을 드러낸 채 이야기를 꺼낸 부분은 용기라고 보았다. 29살의 지영씨는 위의 두 사람과 달리 아이의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들이 미혼모가 아니라 비혼모라고 불려지고 싶다고 했다. 자발적 의지에 따라 결혼을 안한 아이의 엄마라는 의미에서 였다.


인연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들이 아이와 만난 것도 인연이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가정을 이룬다는 건 조부모-부모-자기와 형제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1인 가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그래도 살을 부비며 정을 쏟아가면서 산다는 건 그녀와 아이들의 축복인 셈이다. 그녀들의 수다는 쌉쌀하지만 달콤하기도 하다. 아마 천사와 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미쓰 마마 (2012)

Bittersweet Joke 
8.7
감독
백연아
출연
최형숙, 김현진, 장지영, 최준서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2 분 |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