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엘르 - 내 안에 숨어있던 자극들이여 깨어나라

효준선생 2012. 10. 12. 00:16

 

 

 

 

 

   한 줄 소감 : 그녀들의 삶을 타산지석으로만 보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유명 여성 잡지 엘르에 글을 써서 보내는 일을 하는 여자가 아침부터 분주하다. 학교에 가는 아이 둘에 출근하는 남편을 보내고 나니 텅빈 공간에서 다시 자기만 덩그러니 남았다. 음악을 크게 틀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번에 쓸 주제는 파리의 여대생들이다. 근데 두 명의 여대생을 어렵사리 섭외를 하고 막상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처음엔 연민과 동정이, 나중에 서서히 동화됨을 느끼게 되었다.


영화 엘르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를 통해 같은 여성으로 겪지 못해본 상상외의 이야기들로 인해 오히려 인터뷰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 갈등을 반복적인 상황 전개를 통해 보여주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그저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나 하고 간간히 잡지사에 송고를 하며 살던 일반 가정주부에게 성을 팔아가며 생활비와 등록금도 마련하는 두 명의 여대생의 이야기는 심리적 거리감이 없을리 없다. 처음에는 이질적인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그 이야기들을 글로 옮기고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습자지에 물이 배어들 듯 자기의 현실과 비교하게 됨을 인지한다.


여대생을 그저 잠자리 파트너로 여기는 뭇 남성들의 여러 가지 타입을 소개하는 부분은 상당히 외설적이거나 그들을 변태로 추정할 수 있는 장면들이 삽입되었다. 그런 하드한 장면들이 말하고자 하는 건 하나다. 자기 부인에게 차마 할 수 없는 행위를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지도 모르는 여자를 상대로 욕정을 배설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돈이라는 권력으로 돈이 필요한 그녀들에게 지불만 하면 그만이다. 만약 그런 행위가 싫다면 안하면 그만이다. 조금 심각하게 들리는 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레이터는 남자가 아닌 바로 그 여대생들이다.


성행위는 판타지다라는 걸 말해주는 듯, 영화 속에선 흉내만 대충 내고 마는 정사신은 거의 없다. 국부가 노출되거나 패티시적 요소도 다분히 등장한다. 그렇다고 신나는 것 같지도 않고 괴로움을 참고 견디는 것 같은 고통스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가 소구하는 바를 이루는 행위일 뿐으로 보였다.


반대로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아 보이는 중년 여인에게 성은 어떤 의미일까 다 커버린 아이들을 상대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분명히 부부관계는 이미 소원해졌음을 엔딩 즈음에서 확인시켜 준다. 여자는 욕실에서 혼자 수음을 하고 여대생에게 들었던 성적 자극을 남편에게 대입시켜 보지만 얼토당토하지 않은 일이었다. 설사 남편이 부인 몰래 밖에서 여대생을 상대로 변태적인 성행위를 해가며 부인에게서 얻지 못해 성적 쾌락을 추구하고 돌아다닌다손 결코 자기 부인이 다소 무리를 해가며 보여주는 행위에 거부의사를 밝히는 건, 남편과 부인이 겪는 엄연한 현실이다.


남편의 동료들을 불러다 놓고 조촐한 식사를 대접하는 장면, 순간적으로 여자의 눈에는 동료들이 아닌 여대생이 말해준 그 하룻밤 상대 남자들이 보였다. 술에 취해서 였는지 아니면 그런 남자들을 만나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성과 관련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순간 망신이다. 그리고 노련한 인터뷰어를 흔들어 놓을 만큼 그녀들의 언사는 직접적이고 자극적이었다. 숨겨놓았던 심리기저에서 막 끄집어내 가슴을 방망이질 할 것 같은 흥분이 깨어난 셈이다. 둔중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다시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장면은 일상으로의 회귀인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욕구의 잠재움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줄리엣 비노쉬의 농익은 연기와 두 명의 여대생으로 나온 여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열연이 빛난다.   

 

 

 

 

 

 

 

 

 

 


엘르 (2012)

Elles 
10
감독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출연
줄리엣 비노쉬, 아나이스 드무스티에, 요안나 쿨리크, 루이- 도 드 렝퀘셍, 크리스티나 얀다
정보
드라마 | 프랑스, 폴란드, 독일 | 96 분 | 201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