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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험한 관계 - 파국을 향한 세 남녀의 뜀박질

효준선생 2012. 10. 9. 00:24

 

 

 

 

 

   한 줄 소감 :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세 남녀의 밀당, 쫄깃함과 헛헛함 사이에 놓이다 

 

 

 

 

10번 찍어도 넘어갈 것 같지 않았던 여자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그 남자의 치명적 외모 뿐은 아닐 듯 싶다. 서서히 다가와 자기에게 마음을 달라는 남자의 숨결에 녹아내린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이젠 잊어야 하는 옛사랑의 그림자가 버거워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남자 믿어도 될까 사람들은 그가 바람둥이라고 하고, 내가 봐도 마음을 주면 떠날 것 같아 보이는데, 그런데도 조금씩 흔들리는 마음은 왜일까


영화 위험한 관계는 18세기 프랑스 작가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동명의 소설로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한국에서는 2003년 개봉한 배용준 주연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역시 그 소설을 가져다 쓴 바 있기에 두 영화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감성 멜로 영화 전문 감독이라고 해도 무방한 허진호 감독은 이번 영화를 관계의 미묘함으로 규정한 듯 싶다. 세 남녀 주인공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가면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한다. 사실 이 정도가 되면 그 사랑이 입에 발린 虛辭임을 금새 알아차릴 만도 한데 남녀사이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건, 확실한 효과가 있어 보인다. 특히 이 영화에서 장쯔이가 보여준 몇차례 표정연기는 압권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일까? 아니면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일까?


상하이 재벌로 나오는 셰이판(장동건 분)과 두펀위(장쯔이 분) 그리고 모지에위(장바이즈 분)가 벌이는 한 판 사랑 싸움은 어쩌면 도박판의 그것과 다름없이 시작했다. 있는 자들의 놀이감에서 시작된 “한 여자 후리기”는 생각지도 못한 감정 싸움이 되고, 그 사이에서 오고가는 관계의 친소관계는 자기들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변모한다.


이 영화는 그들 사이의 감정싸움을 교묘하게 엮어내는데 무엇보다 주연 배우인 장동건의 녹록치 않은 연기가 지탱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장동건은 생각보다 중화권 영화에 출연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상대 여배우들과 지근거리에서 감정처리에 필요한 대사처리가 중요했기에 약간 불안불안한 심정으로 보게 되었다. 하지만 중국어 발음도 손색이 없고, 워낙 한 인물하는 지라 중국의 여배우들의 눈빛도 거기에 맞춰가는 듯 싶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익히 아는 지라, 기승전결의 진폭을 궁금해 하기보다는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미쟝센을 둘러보는 맛도 쏠쏠했다. 1930년대의 상해 거리와 공연장, 수영장, 식물원들은 주인공들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 공간들이었다.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사랑을 속삭이면서 면도를 해주는 여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껏 만두를 빚는 장면을 꼽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중국의 영화팬들은 장동건을 나쁜 남자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아니, 실상은 다른 사람이 더 나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여러차례 등장한, 거울을 통해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장면들은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냐”를 자문하는 것 같아보였다. 비록 치기어린 내기에서 시작되었지만 파국의 전말이 밝혀지면서도 진짜 사랑에 대해 누구하나 정답을 제시하지 못함에 어쩌면 이 세 사람은 서로에게 인연이 아니었지 싶다.


지난 추석연휴에 중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의 박스오피스 성적도 나쁘지 않다고 하니, 한국에서는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대가 된다. 2009년 본 호우시절과 더불어 허진호표 중국발 멜로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지 그것도 궁금하다. 영화 위험한 관계는 이 가을에 제법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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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2012)

Dangerous Liaisons 
7.9
감독
허진호
출연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 두효, 노연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중국, 한국, 싱가폴 | 113 분 | 201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