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끌로끌로 - 짧았던 인생, 화끈하게 불사르다

효준선생 2012. 10. 6. 00:06

 

 

 

 

 

 

 

   한 줄 소감 : 한 번 왔다가는 인생인데, 참으로 불꽃처럼 살았구려

 

 

 

 

 

프랑스 영화 끌로끌로는 1960년대를 불꽃처럼 살다간 가수 끌로드 프랑소와의 소설같은 일대기를 압축해 놓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인물을 그리는 영화 대부분은 그 사람의 일생 중 가장 도드라진 행적을 보인 시기만을 중점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이 영화는 한 여자가 임신을 하고 아이의 미래까지 점쳐보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가 돌연 사고사를 당하는 시점까지 지치고 않고 보여주는 마력의 영화다.


러닝타인이 무려 148분에 달하지만 템포가 무척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어린 시절의 몇가지 에피소들은 웃음이나 이해를 하기 전에 이미 다른 내용으로 옮겨졌고 그런 이유로 이 영화 정말 만만치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끌로드라는 인무은 매우 도전적인 가치관의 소유자다. 아버지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 책임자였다가 그곳에 쫒겨나 시름겨운 나날을 보내고 집안 가세가 기울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그는 자신의 음악적 소양을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성공도 단 한번 시도로 이뤄진 것도 아니다. 필립스 레코드의 문을 두드렸지만 괄시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알력을 겪은 뒤 나중엔 자신의 레이블을 만드는 데 이르렀지만 결코 그 스스로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하지도 않았다.


키도 작고 안짱다리에 목소리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시대를 조금씩 앞서가는 패션 감각과 전에 들어보지 않은 신개념의 음악을 계속 내놓으면서 프랑스, 아니 유럽의 음악 시장을 손아귀에 틀어 넣었다. 가수가 주인공이니 만큼 영화에선 다양한 레파토리의 음악들이 여러 곡 나오는데, 대부분은 왕년에 끌로드 프랑소와가 부른 노래들이다.


이 영화가 가수의 음악적 성취만을 보여주려 했다면 60분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애정결핍으로 의심되는 심인성증세로 인해 그는 사귀는 여성 대부분과 좋지 않게 끝났으며 한번 그를 떠난 여인들은 다시는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때도 늘 불안감이 그를 싸고 맴돌았다. 다른 매력적인 여인들이지만 가수 끌로드와 남편 끌로드는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다툼도 따라서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캐릭터를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인간사 희노애락이 모두 보이는 것 같다. 이집트 수에즈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영화를 보아야 한다는 점, 둘째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도박 습관이 있는 엄마와 자기 앞가림만 간신히 하는 누나 앞에서 그는 가장의 노릇을 해야 했다. 그런데 첫 번째 부인이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다른 나라로 옮겨갔다니 그의 청춘엔 강한 생채기가 난 셈이다. 간혹 조울증 환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의 감정의 진폭이 컸다. 그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도 진정 그가 공격만을 위해 그 고생을 감내해야 할까 싶었다.


한 남자의 어찌보면 수선스런 인생사, 늘 불안감과 강박증을 동시에 지니며 나는 할 수 있어 라는 믿음으로 삶을 관철해왔던 끌로드 프랑소와의 마지막 이야기는 사실 잘 알려진 것처럼 감전사였다. 해야 할 일이 해놓은 일보다 많아 보이는 이 음악천재의 요절에 가까운 죽음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장면을 보았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제레미 레니어의 불꽃연기는 뒤로 갈수록 빛을 발한다. 

 

 

 

 

 

 

 

 

 

 

 


끌로끌로 (2012)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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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플로랑 에밀리오 시리
출연
제레미 레니에, 브누아 마지멜, 모니카 스카티니, 사브리나 세이베쿠, 아나 지라르도
정보
드라마 | 프랑스 | 148 분 |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