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익스트림 No.13 - 룰렛보다 사람이 무섭다

효준선생 2012. 10. 7. 00:30

 

 

 

 

 

 

   한 줄 소감 : 사람은 얼마만큼 잔인할 수 있을까?   

 

 

 

 

 

영화 익스트림 No.13에 나오는 인물을 좀 보자. 약관의 젊은 전기기사, 아버지가 병상에 있는데 수술비 때문에 고민이 많다. 보험 적용이 안되는 지, 두 차례의 수술비로 집을 팔아야 하는 지경에 몰린다. 전직 은행강도로 멕시코의 감방에 수감 중에 창졸지간에 서바이벌 게임에 끌려 들어온다. 물론 훔쳐 숨겨놓은 돈이 있다고 큰 소리를 치지만 그보다 게임에서 이겨 자유인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치매증세가 있는 형을 서바이벌의 선수로 올려보내고는 베팅에 목숨거는 찌질한 중년도 있다.


이 영화는 서로에게 장전된 총을 겨누고 격발시켜 운 나쁜 사람이 죽어 나가면 이기는 살벌한 게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람이 총에 맞아 죽고, 그게 도박꾼들에겐 그저 돈을 따는 수단이 되는 비인간적 정황을 그려내고 있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이 게임에 참여하는 세 부류다. 위에서 언급한 세 명등 소위 선수들은 막장 인생이다. 돈이 필요하고 감옥에서 나갈 궁리를 한다. 영화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후즐근하다. 그들의 사연들은 다들 비슷할 것 같다. 그리고 게임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사람들, 이들은 마치 환자들의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의사처럼 몰인정하다. 총에 맞았지만 덜 죽은(?) 사람을 처치하는 것도 이들이다. 총알이 난무하는 공간인 만큼, 아니 도박자금이 왕래를 하는 곳이니 이들이 없으면 게임의 룰도 없다. 그리고 마지막, 마치 투견이나 투계에 돈을 걸고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며 돈독이 오른 자들, 이들의 모습은 옷 차림새부터 있어 보였다.


인간은 평등하는 말은 이 공간에서는 맞지 않는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목숨을 건 승부를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그렇게 해서 딴 돈으로 호위호식을 할 것이다. 이 게임의 룰은 잔인하지만 그렇다고 단 한 명의 승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최종 다섯명이 남으면 공을 뽑게 해서 그 중 두 명이 최종 승부를 가리게 하고 나머지 세 명은 살아 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물론 정해진 돈도 챙길 수 있다.


영화에선 확률이 사람을 올가맨다. 처음엔 실린더에 단 한발만 장전하고 격발하므로 육분지일, 두 번째에선 육분지이, 세 번째에선 50%의 확률이다. 물론 제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눈 자가 그 뒷사람 총에 맞고 쓰러져 방아쇠를 당기지도 못했다면 그건 정말 럭키한 셈이다. 아무튼 방석돌리기 게임처럼 걸러지고 걸러지는 동안 사람들의 눈빛은 맹수의 그것으로 돌변한다. 나중엔 베팅률이 높은 곳으로 옮겨 타기도 하고, 선수들끼리의 경계심도 높아진다. 이 영화는 서바이벌 룰렛 같은 게임이 세 번, 그리고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2인용 게임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명령어, 스핀(실린더를 돌리고), 에임(조준하고), 뱅(쏘다)이다. 그리고 쓰러지는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들.


이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게임만으로 재단하기 힘든 영화다. 현실적으로 그런 게임이 있을리도 없고, 제 아무리 먹고 살기가 어려워도 선수로 나선다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죽음도 불사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이런 게임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 건, 현실이 너무 팍팍함을 다들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뒷부분엔 부록처럼 인간이 얼마나 더 악마스러울 수가 있을까를 고민하는 장면을 넣었다. 목숨을 걸고 번 돈을 빼앗아 달아나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얼룩덜룩 빛이 바랜 오래된 유화처럼 번져나갔다. 정말 사람 목숨 값은 얼마나 되는 걸까? 현실에서 나는 누군가의 뒷통수에 총을 겨누고 사는 건 아닌지, 그런 나의 뒷통수에 또 누군가가 총을 겨누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을 하자 오싹해진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현실이다. 단지 보이지 않아서 무신경할 뿐이다.

 

 

 

 

 

 

 

 

 

 

 


익스트림 No.13 (2012)

13 
5.4
감독
겔라 바블루아니
출연
제이슨 스타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미키 루크, 50 센트, 레이 윈스턴
정보
스릴러 | 미국 | 90 분 | 201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