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디 앨런 :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 해오다, 그리고 남기다

효준선생 2012. 10. 5. 00:15

 

 

 

 

 

 

  한 줄 소감 : 1년에 한 편씩은 영화를 찍어온 남자, 2년에 한 편 찍자고 하니 화를 버럭 낸다. 

                  그의 춘추 77세 희수(喜壽), 그 열정이 부럽다. 

 

 

 

 

 

재기발랄했던 개그작가가 스탠딩 코미디언이 되고 다시 영화배우와 감독을 겸하는 이력을 무려 40여년간 차근차근 쌓아왔다면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 것 이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스스로를 뉴요커라 자부하고 평생 “자기표” 영화를 만들어온 그의 이름은 바로 우디 앨런이다. 올해 나이 77세로 다들 은퇴해서 손주나 볼 나이지만 그는 한해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듯 쉼없는 창작욕을 불태운다. 아니 오히려 근자에 찍은 영화들에게서 더욱 커다란 영화적 완성미를 느낄 수 있으니 회춘이라도 한 모양이다.


그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는 그동안 그의 작품 몇 개를 통해 들여다 보면서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거장의 면모를 다이제스트로 훑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한다.


이 영화의 흐름은 그가 만든 영화를 중심으로 그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의 전달, 그리고 그의 뮤즈를 살짝 끼워 넣어 인간적 면모도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남들은 다 진로를 결정한 마당에 웃기는 소품을 쓰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 독특한 페이소스와 유머감각으로 본인이 직접 무대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갈증은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스크린 데뷔는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자기가 하고픈 이야기를 채 할 수 없었던 분위기가 너무 싫어서 언젠가 자신만의 영화를 찍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소위 우디 앨런표 영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일개 신인 감독에게서 보기 힘든 포부다. 자본에 영속이 되거나 시장에 휘둘리기 마련인 영화판에서 그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것은 결국 남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의 오래된 마스터피스들을 보면 확실하게 정극과는 좀 다른 맛을 풍긴다. 코미디 요소가 강하지만 그렇다고 코미디 영화라고 하기도 그렇고 드라마라고 하기도 애매한 블랙 코미디 계열의 영화들과 주연배우로 나온 여배우와의 교감을 통해 그는 서서히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킨다.


우디 앨런이라는 이름엔 여성편력이 따라 붙는다. 그가 왜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늘 영화판에서만 머물기 일쑤인 그, 다른 감독과는 다르게 배우의 영역을 그대로 배우에게 남겨주는 스타일에서 배우들은 감독에게 고마움 혹은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도 여러 여인들이 인터뷰이로 나와 감독에게 전하는 말을 하는데, 지금은 그저 친구로 남은 그녀들이겠지만 헤어진 자라고 막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순이의 모습이 우디 앨런의 옆자리를 지키고 있음이 그나마 다행인 것처럼 보였다.


얼마전 개봉한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보듯 이제 그는 미국 뉴욕 그것도 맨하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접고 유럽을 탐미하게 시작한 모양이다. 신작은 로마라고 하니 그 또한 기대가 크다. 약관의 나이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한 모습이지만 강단있고 야무져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아직도 열 편 정도의 우디 앨런표 영화는 더 볼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이 생겨났다. 40년을 한결같이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해올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그 사람의 복이다. 헌정 영화로서의 이번 작품은 한 명의 베테랑 영화감독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디 앨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2012)

Woody Allen, a Documentary: Director's Theatrical Cut 
9.6
감독
로버트 B. 웨이드
출연
우디 앨런, 레티 애런슨, 마샬 브릭먼, 조쉬 브롤린, 딕 카베트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 113 분 |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