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깔깔깔 희망버스 - 지금보다 조금만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

효준선생 2012. 10. 4. 00:02

 

 

 

 

 

 

 

  한 줄 소감 :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처럼만 살아보겠다는 게 가진 자들의 눈엔 부러워보였는지 자꾸 훼방을 놓는다.

 

 

 

 

 

 

2011년 많은 사람들의 화두에 오른 사람이 있다. 그녀는 바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정리해고에 대해 항의의 의사를 표현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다. 무려 309일이라는 장구한 시간을 좁고 험한 공간안에서 세상을 향해 부당함을 외친 그녀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타리 깔깔깔 희망버스를 보고 왔다.


사람들은 자기 일을 제쳐두고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내려가 그녀를 보려고 하는지, 이 영화는 가끔은 한 발 떨어져, 가끔은 한 발 깊숙이 들어가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앵글안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함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한결같이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설사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맞고도 결코 분개하거나 적의를 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경찰 차벽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하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자며 약속하는 모습이 훈훈해 보였다. 비록 김지도위원은 높디 높은 곳에서 혼자 머물고 있지만 땅을 밟고 서있는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는 장면들.


대기업의 주인이기에, 내 월급 받는 사람들을 함부로 해도 된다면, 더불어 살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런 이유인지 우리 땅, 우리 노동자를 버려두고 외국의 싼 임금만을 보고 이전하려고 한다니, 그래서 더 이상 많은 인력이 불필요하니 해고하겠다면 그 누가 달갑게 받아들이겠는가. 사실 이 영화에서는 해고자들의 격정적 하소연은 그다지 많이 담기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절망이 더 많은 세상을 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자며 다독이는 사람들이 그 희망의 돛대처럼 보이는 85호 크레인을 향해 모여드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발적으로 차량을 동원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들, 비록 유명인들이라고 해서 달리 보이지도 않았다. 브라운관에서 보아 왔던 그들의 모습은 민낯의 얼굴처럼이나 진솔해 보였다. 누군가는 말을 걸고 누군가는 그 말에 댓꾸를 한다. 그리고 소통한다. 서로가 모르는 사이였다. 궁지에 몰리면, 가진 걸 다 빼앗기면 사람들은 그제서야 소통을 하는 지도 모른다.


그제 제 한 몸 추스르고 아침에 어디론가 일하러 나가는 게 행복이라 믿으며 살았던 가장에게 가장 미안한 건, 아이들의 눈빛이다. 아빠는 왜 다른 아빠들처럼 회사에 출근하지 않느냐는. 그래서 가장들의 어깨가 무겁다. 그리고 그 무거운 어깨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초로의 여성은 보기에도 아찔해 보이는 그 높은 곳에 올랐다. 그리고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영화 제목 깔깔깔은 웃는 소리일 수도 있고 희망 버스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쓴 고깔 모자를 일컫는 단어일 수도 있다. 그들이 어디론가 소풍이나 마실나가는 사람들처럼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조금만 헤아려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자의 뚱한 표정이 슬프게 오버랩된다.

 

 

 

 

 

 

 

 

 

 

 

 


깔깔깔 희망버스 (2012)

Jinsuk & Me 
4.7
감독
이수정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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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4 분 |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