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나이트 폴 - 20년의 세월을 父情과 맞바꾸다

효준선생 2012. 9. 30. 02:36

 

 

 

 

 

정말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홍콩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보았다. 이름하여 나이트 폴, 중국어 제목으로는 大追捕,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열심히 쫒아가 잡다는 의미다. 도둑들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임달화가 나온 영화인데,  90년대 초반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기때 악역과 정의로운 형사등을 가리지 않고 연기했던 그의 진중한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 영화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가 아니라 장가휘다. 요즘은 홍콩 영화를 국내 상영관에서 거의 볼 수 없어서 그의 이름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영화제에서 그의 영화는 꾸준하게 소개되는 편이라 홍콩 영화팬에겐 익숙한 얼굴이다.


이번 영화에서 장가휘는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다. 영화 설정상 그는 말을 하지 못하는 걸로 나오는데 그 사유가 참으로 눈물겹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사랑이 주제라고 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좋았던 이유는 이야기 전개가 평면적으로 흐르지 않고 주인공들 간의 입장의 차이, 시대 배경의 오버랩, 그리고 모두가 나쁜 캐릭터라고 간주하는 선입견을 아주 천천히 바뀌어 놓았다는 점이다. 즉, 영화의 얼개가 스릴러적이면서도 추리를 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최선의 선택이 될 것 같다.


감옥 샤워장 씬에서의 한바탕 폭력 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그 인물에 대해 분명 선입견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출소해서 홍콩 대로변 서서 콘 아이스크림을 빨아먹으며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의 몸매를 훑어보며 야릇한 눈빛을 하고 있는 장면에서, 그가 성도착증 환자나 강간범 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것이다.


이런 추측은 영화 중반까지 계속 이어진다. 젊은 여대생을 마치 스토커 하는 듯한 장면, 숲속 별장에 사는 어느 가정을 염탐하는 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사건을 통해 범인은 이미 다 나온 셈으로 간주하게 될 텐데, 그 안에 엄청난 과거의 끈이 잇닿아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다들 한 방 먹게 된다.


바쁘다는 이유로 하나밖에 없는 딸 생일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형사 아버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무려 20년간이나 감방에서 세월을 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만남은 우연치고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돈만 벌어다 주는 기계인간이 되어 자식들이 아버지 보기를 돌처럼 생각하는 요즘, 거리에 나서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적 위해가 아무렇지도 않게 횡행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 영화에선 모두 세 부류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 부재의 시대에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좋은 아버지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영화 막판 과거 회상신이 오버랩되면서 확실하게 나쁜 놈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리고 그 나쁜 놈은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보았던 그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즈음에 이르면 선과 악의 판단기준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알게 된다. 그만큰 장가휘의 표정연기와 짧게 끊어 치는 동작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영화 중반 즈음, 임달화가 누군가를 추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게 열심히 추격해서 잡는 모습을 형상한 것인지 모르지만 세월을 비껴가지는 못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늘 진중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큰 형님의 연기, 주윤발이 홍콩을 떠나고 장국영이 세상을 등진 뒤에도 꿋꿋하게 홍콩 영화계를 지켜온 한 중년 배우의 열연은 그래서 보기 좋았다. 

 

 

 

 

 

 

 

 

 

 


나이트폴 (2012)

Nightfall 
8.1
감독
주현량
출연
장가휘, 임달화, 문영산, 왕민덕, 사안기
정보
액션, 범죄, 스릴러 | 홍콩 | 106 분 |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