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점쟁이들 - 그것 참, 운수 한번 봐주실라우?

효준선생 2012. 9. 28. 00:32

 

 

 

 

 

 

    한 줄 소감 : 굉장히 수선스럽다. 마치 굿판에 끼어든 구경꾼같았다.

 

 

 

 

 

한국어 단어 “쟁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의 성질, 혹은 특성, 직업을 나타내는 어근에 붙어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 혹은 얕잡아 일컫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물론 멋쟁이라는 긍정적인 늬앙스의 단어도 있지만 욕쟁이, 심술쟁이, 겁쟁이, 욕심쟁이등 대개가 부정적인 늬앙스의 것들이다. 점쟁이들은 어떨까? 자고로 점을 치는 사람들을 우러러 볼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볼 만한 직업군의 그들도 아니긴 하지만 아무래도 양반 위주의 계급사회에서 점을 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분명 있어 보였다. 


영화 점쟁이들엔 다수의 이런 직업을 가진 무리들이 등장을 한다. 특히 초반에는 무려 50명이나 되는 소위 점쟁이들이 선을 보이는데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앉아서 점괘나 봐주는 직업을 가진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다양한 비주얼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는지 모르지만 도사급 복장에, 중국 고대소설의 조연분장을 한 경우도 있고 점쟁이라기 보다 할로윈 데이때 파티복장으로 더 어울릴 듯한 기묘한 차림새로 뒷 배경을 장식하는 인물들도 보였다. 심지어 신부 복장의 서양인도 끼어 있으니, 점쟁이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점쟁이는 아닌 듯 싶었다. 물론 영화 초반 불필요한 “배경 점쟁이”들이 물러나면 본격적으로 남겨진 “점쟁이들”로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데 이 영화는 이 지점부터 왁자지껄 떠들어 대기 시작한다.


점쟁이들의 소동극이지만 신문사 기자도 끼어들고 울진리 주민들과 정체 불명의 청년도 이 영화의 핵심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서로가 주연이라고 주장이라고 하고 싶었는지 줄거리의 맨 끝자락을 자기 앞으로 끌어오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 이유로 다소 뜬끔없는 상황 설정과 장면 전환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긴 한데, 감독 신정원의 특유의 작품관이 이러하다니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사공이 많아도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배가 아닌 정신이.


각각의 인물들은 영화 중반에 이르러서야 자신들이 가진 속내, 과거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서로와 관련을 맺든지, 혹은 혼자 치고 받는 싸움을 펼친다. 누구랑? 누구와도 상관없다.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도 좋고, 남들은 눈에 안보인다는 귀신도 좋다. 그럼 이들은 애시당초 왜 이 마을에 왔을까? 이들이 타고 온 전세버스 허리께에 붙은 플랭카드를 보니 울진리 풍어제라고 씌여있다. 아무도 고기 잘 잡히라는 굿이라도 하러 온 모양인 줄로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한 사람의 돈 욕심이 가져온 어불성설의 제안이 많은 사람을 헛걸음질 치게 했고, 좀더 시간이 흐르니 이번엔 기자의 가정사가 눈물짓게 한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라, 존재하는 멤버 중엔 혈연관계가 있고 그들은 하루 아침에 호부호자하고 있다.


도대체 이 어떤 상황전개에다 기승전결의 궤를 맞춰야 하나? 귀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점쟁이가 부재한 상황이 되다 보니 이번엔 아예 귀신을 입체화 시켜서 좀비로 만들어 버리거나 컴퓨터 그래픽을 마음껏 사용해서 스크린에 먹칠을 해놓는다. 끝내는 울진리를 버리고 망망대해까지 진출하니, 이 영화 생각보다 스케일도 크고 스펙타클해졌다.


전작을 통해 코믹호러라는 상충적 장르물을 줄기차게 고집하고 있기에 그 만듬새에 개연성을 두고 보긴 했지만 처음 들려주려고 마음먹었던 가장 큰 이야기 줄거리가 엔딩에 나오는 그것과 맞는지 궁금했다. 올들어 유난히 어떤 사람, 아니 복수로 “들”이 들어가는 영화들이 많다. 그만큼 멀티 캐스팅이 재미를 본다는 반증이지만 합이 잘 맞을 때 눈도 머릿속도 편해진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에 점쟁이들(자기들이 점쟁이들이라고 우기지만)은 다수 나오지만 이들에게 점을 보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점을 봤으면 복채는 내놓고 가라”는 말이 귀에 쏙 박힌다. 

 

 

 

 

 

 

 

 

 


점쟁이들 (2012)

8.7
감독
신정원
출연
김수로, 강예원, 이제훈, 곽도원, 김윤혜
정보
코미디, 공포 | 한국 | 119 분 | 201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