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나안 - 약속의 땅은 세상에 없는지도 모른다

효준선생 2012. 9. 27. 00:15

 

 

 

 

 

 

 

   한 줄 소감 :  이들의 꿈은 어디 쯤에서 부유하고 있을까

 

 

 

 

 

조선 시대 말, 전국의 농민과 백성들은 窮氣를 이겨내지 못하고 조선 강역을 떠나기로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가재도구를 이고 지며 삭풍을 거슬러 북쪽으로 향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니 그들을 기다리는 건 풍요로운 옥토가 아닌 비바람이 몰아치는 황무지였다. 그나마 탐관오리의 굴레를 벗어난 그들은 간도라 일컬어지는 그곳에서 삶의 희망을 보았다. 하지만 몇 십 년도 지나지 않아 그곳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된 러시안들은 이미 몇 세대에 걸쳐 간도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이주 조선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송 시켰으며 그곳에서 이들은 고려인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불리며 또다시 먹고 사는 일을 마련해야 했다.


현재 중앙 아시아에 넓게 분포한 예전 소련예하의 몇몇 국가에 산재한 고려인들은 현지인들과의 결혼 등으로 이목구비에 변화가 있으며 조선말(한국말)은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혹은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영화 하나안은 르포장르를 표방한다. 그렇다고 다큐 영화처럼 카메라만 내 던져놓고 인터뷰만 따는 형식이 아니다. 무척 강렬한 드라마가 象嵌되어 있다. 경찰이 되고 싶은 남자 스타쓰와 그의 3명의 친구들의 운명을 펼쳐 놓고 그들이 꿈꾸는 약속의 땅이라는 게 진정 존재하는 가에 대해 묻고 있다. 이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이방인들로서의 불안감이었다. 피부색도 이목구비도 다른 친구들은 비록 한데 어울려 다니며 불법적인 일도 저지르지만 아닌 것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척박하기만 한 그곳에서의 삶은 죽음과 연명 두 가지 선택뿐으로 진행이 되고 점점 한숨이 늘어갔다. 주차장 관리인에서 그토록 바라던 경찰이 되었지만 꿈꾸던 경찰의 현실을 마주 대하고는 그 역시 잘 못 꿈이라며 후회를 하게 된다. 달콤할 줄 알았던 꿈이 깨고 나서 그의 곁에 남겨진 건 하얀 약봉지들, 친구가 그랬듯 이웃을 찾아다니며 그릇을 빌려 팔아먹고 그 돈으로 다시 약을 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느 집을 찾아갔을 때 이야기다.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하는 여자를 물리치고 러시안 남자가 호기롭게 돈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여자를 향해 조심스레 “ 내가 어릴때 태권도를 가르쳐 주던 사범이야” 라고 말했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스승의 망가짐을 보고 그저 돈 몇 푼만으로 인사치레를 대신해야 하는 모습이. 허나 스타쓰는 강인한 인물이다. 산속에 텐트를 치고 혼자서 몸과 마음에 들어와 있는 악마의 무리를 떨쳐내기 위해 혼자 애를 쓰는 모습은 그래서 인간적이다.

 

감독이자 친구 중의 한 명인 박 루슬란과 주인공인 스타쓰를 맡은 스타니슬라브 장의 호흡은 매우 좋아보였다. 이 영화 자체가 전체 러닝타임 절반 이상을 혼자 소화해야 했던 스타니슬라브 장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며, 이번이 처음 연기도전이라고 했다. 화면에 보이는 높은 알콜돗수의 독주만 봐도, 주인공이 입은 동물 가죽 옷만 봐도 이 영화는 누린내가 진동하는 숫컷 영화로 보인다. 영화 막판 독립영화계의 히로인 김꽃비가 만삭의 임산부로 우정출연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우즈벡이라는 이곳에서 한참은 멀리 떨어진 그곳에서 자신들의 외모와 사고방식에 한국이라는 목적지에 향수를 두고 있는 사람들, 한국이 그들의 꿈처럼 달콤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될지 아니며 감독이 주장하는 새로운 땅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약 흡입과 주사 장면이 여과없이 등장하고 공권력에 대한 치부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다고 그들이 세상에 주저앉아 힘겨워만 하란 법은 없다. 그들이 돌아온 탕아가 될지, 혹은 메시아가 될지는 모르겠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도 많이 한 바 있다는 영화 하나안, 한국 영화자본과 인력이 들어간 작품이다.

 

 

 

 

 

 

 

 

 


하나안 (2012)

Hanaan 
9
감독
박루슬란
출연
스타니슬라브 티안, 바호디르 무사에프, 일벡 파이지에프, 드미트리 엄, 박루슬란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우즈베키스탄 | 88 분 | 2012-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