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 - 잘 키운 딸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

효준선생 2012. 10. 2. 00:30

 

 

 

 

 

엄마 마음은 딸이 가장 잘 안다고 하는데, 겉 모습만 딸이지만 하는 짓은 사내아이인지라 그런지 도통 엄마 말을 헤아려 듣지 않는다. 한 덩치하는 아빠를 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터울이 꽤 지는 쌍둥이 동생들 탓인지 장남의 역할을 하려든다. 당연히 엄마는 마뜩치 않다. 시간만 나면 딸을 불러다 놓고 여자로서 해야할 일을 들려주지만 딸은 그런 엄마에게서 조금씩 정을 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렸을땐 그렇지 않았던 사이였는데.


영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두 가지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소원해진 딸과 엄마가 위기를 겪으며 소통을 한다는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는 어때야 하다며 정해진 운명을 살아야 했던 그 시절, 자의식을 갖게 된 여자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 영화의 시작도 사실은 메리다를 정략적으로 혼인시키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스코틀랜드의 3개 부족과 왕족, 왕의 딸, 즉 공주의 혼기가 차자 왕과 왕비는 공주의 혼처를 다른 부족장의 아들과 맺어 보려고 한다. 그런데 그 부족장 아들들의 비주얼과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대사는커녕 메리다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지도 않아 보였다. 그저 부족장의 아들이라는 메리트 하나만으로 메리다와 결혼을 해야하는 점, 이런 정략결혼을 메리다가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일종의 중매냐 연애냐의 갈림길인데, 메리다의 경우 자신의 결혼은 자신이 정한다며 대차게 나가는 걸 보면 여장부라는 말이 제법 어울린다. 수많은 사내들 앞에서 자신의 당당함을 내보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붉은 파마머리를 휘날리며 활을 쏴서 상대방을 기를 꺾어 놓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또 하나의 이야기 꺼리인 엄마와의 갈등을 푸는 문제는 판타스틱하다. 숲 속 마녀의 도움을 받은 것인데, 엄마의 성격을 바꿔 달라는 요구가 엄마를 곰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으로 바뀌면서 지독한 해프닝이 연속된다. 이 영화에서 곰은 舊怨의 대상이다. 아버지이자 왕이 젊은 시절 곰에게 다리를 물려 장애인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왕국에서 곰은 없애야 할 존재가 되었다.


곰의 이미지라는 건 커다란 덩치에 다소 우둔해 보여도 사람에게 주는 공포감은 대단해보였다. 이 영화에서도 진짜 곰이 한 마리 나오는데, 정상적으로 대처해서는 난공불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자꾸 호기심이 가는 이유는 마녀가 들고 나온 변신의 컨셉트가 바로 곰이기 때문이었다. 왜 하고많은 캐릭터중에 곰이었을까?


게다가 칠흑같이 검은 털로 뒤덮인 말레이 곰처럼 보여서 그런지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좀 무섭거나 징그럽다는 느낌이었다. 굳이 엄마의 변신을 그런 무시무시한 곰으로 치환시켜 놓은 건, 아버지의 복수의 대상으로 만들어 볼까하는 심리의 발현으로도 보였다.


사실 이 영화의 규모는 크지 않다. 스코틀랜드의 부족들이 다 모인 것 같은데도 수백명도 되지 않으면 등장하는 장면의 배경도 왕국과 숲 속 딱 두군데였다. 그 안에서 쫒고 쫒기는 장면을 포함해도 웅위롭다는 생각보다 아기자기 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신 볼거리는 많았다. 특히 물을 표현한 장면은 실사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력이었다.


여자아이가 자이를 찾고 엄마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세상의 어려움을 맞선다는 성장담은 이 영화의 전부다. 멋진 왕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볼만한 이유는 공주라는 이유로 다른 이들로부터 추앙받는데 익숙하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삶을 전가하려고 하지 않는 독립심 때문이었다. 엔딩크리딧이 다 끝나고 정말 짧은 히든 컷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브레이브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2012)

Brave 
8.4
감독
마크 앤드류스, 브렌다 챕먼
출연
강소라, 켈리 맥도널드, 빌리 코널리, 엠마 톰슨, 케빈 맥키드
정보
애니메이션 | 미국 | 102 분 |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