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 사랑은 움직이는 거 맞다

효준선생 2012. 9. 26. 00:54

 

 

 

 

 

 

 

   한 줄 소감 : 사랑은 움직이는 거 맞는데, 그게 내 이야기는 아니었으면 하고들 바란다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사랑은 유효기간이 얼마나 될까?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그런 이야기는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둥, 사랑이 아닌 정 때문에 산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 좀 싱거워, 사랑이 없이 왜 같이 살려는 거지? 함께 등을 마주한 시간이 아까워서 그러겠지, 아니면 아이들도 생각해야 할테고, 그러니 사랑이 식었다고 헤어짐을 운운할 필요는 없어. 이 커플은 결국 사랑이 식었고 남들처럼 헤어졌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의 여주인공 마고는 그녀에겐 다소 벅차 보이는 오븐 앞에서 빵을 굽는 장면으로 영화의 오프닝을 알린다. 그런데 왜 빵을 굽는 장면이 다소 어색하게 보였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녀가 오븐 요리를 처음 해본다는 설정때문이다. 치킨 요리를 전문으로 책을 쓰는 남편은 매우 자상하기 이를데 없다. 듬직한 체구에 아내를 위해서라면 못해줄 게 없을 것 같은 심성의 소유자다. 자고로 여자는 곰 같은 남자를 얻어야 한다는 데 마고에게 남편 루는 그런 인물이다. 둘 간의 알콩달콩 닭살 멘트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좀 낯선 모습이었다. 부부라기 보다 오랫동안 연애만 해온 이성친구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고가 용기를 내서 먼저 스킨십을 시도해보지만, 루는 그런 그녀에게 오히려 살갑게 굴지 못하고 남편을 뭐하러 유혹하려고 하냐며 멋쩍게 대꾸할 뿐이었다. 이런 장면은 여러군데서 반복되었다.


마고와 루는 분명 사랑하는 5년차 부부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알게 모르게 쳐진 장벽은 그들 스스로도 인지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웃집 남자인 대니얼의 등장으로 그 장벽이 균열이 아닌 더욱 공고해진 까닭도 있어 보였다. 그럼 삼각관계의 치정드라마인가? 맞다 이 영화는 불륜 드라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마고는 남편과의 대화에서 얻지 못한 사랑의 마음을 대니얼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모양이다. 물꼬가 된 말로서 상대방을 애무하는 방법을 통해 확실히 마고에게는 어떤 신호가 온 게 분명해 보였다.


이 영화는 오래되어서 익숙해진 것과 새로운 것에서 갑작스런 열병을 앓게 되는 것에 대한 관찰이 주요 정서가 된다. 현재의 남편은 친정 오라버니 같은 푸근함이 있지만 자신을 격정으로 몰아갈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주변 인물이라는 보이지 않는 독신남 대니얼에게서는 손대면 탁하고 터질 듯한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 느낌은 남편과의 연애시절 느꼈던 오래된 기억의 파편인지도 모르겠다. 마고는 망각하고 있다. 사랑은 시작되고 끝이 나면 다시 새로운 사랑이 온다는 보장은 없음을, 그래서 첫 번째 위기가 도래했을때 괜히 남편 걱정을 한다.


마고와 대니얼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이 이웃집 남자이기에 기회가 연장된 것이고 마고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도 대니얼이 아닌 마고 스스로에게서 그 요인을 찾아야 할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마고만을 탓하기도 뭣하다. 아직 스물 여덟, 아이도 없고 남편은 자신의 마음을 100% 헤아려주는 건 아니다. 말이 안통하는 사람은 결코 아닌데도 어쩐지 조금씩 다가서기 벅찬 느낌이다.


사랑의 유효기간을 물었다. 5년이면 권태기가 올까? 대부분의 치정 드라마들은 아슬아슬, 위태로운 불륜의 과정을 겪은 뒤 비가 오면 땅이 굳어진다며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기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 가는 곳을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비윤리적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랑을 의심하는 부부와 한 남자, 이들 세 명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이 되어야 온당할 것인가? 윤리적 잣대만으로 재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고 역을 맡은 미셀 윌리암스의 연기력은 대단했다. 가끔은 어린아이 처럼, 가끔은 심리적 공황을 앓는 환자와 같은 연기를 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디테일한 상황 설정은 작지만 반복적으로 영화 속에서 드러났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남편을 등지고 돌아서며 집밖으로 나가면서 늘 만지던 문 손잡이를 더듬거리는 장면, 올누드로 감행한 샤워장면과 개인 화장실 장면들은 그녀가 어느틈엔가 몸을 사리지 않는 여배우로 인식되도록 노력하는구나 싶은 부분들이었다.


마을에 있는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마치 엑스터시를 느끼는 듯한 그녀의 마지막 표정은 “사랑은 여전히 내가 선택하는 거야” 라는 슬퍼보이는 도도함마저 느끼게 했다.

 

 

 

 

 

 

 

 

 

 


우리도 사랑일까 (2012)

Take This Waltz 
9.5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겐, 루크 커비, 사라 실버맨, 아론 에이브람스
정보
드라마 | 캐나다 | 116 분 |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