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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시 장인 : 지로의 꿈 - 한 우물 파기 75년, 누가 대적할 것인가

효준선생 2012. 9. 25. 00:21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단계설에 의하면 식욕은 피라미드 형태에서도 가장 밑에 자리한다. 그만큼 원초적인 욕구면서 결핍될 수 없는 생존의 그것이다. 먹고 산다는 것처럼 본능적인 것도 없지만 언제부터인지 인간은 이 먹는 것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기왕이면 먹음직스럽게 만들자거나 혹은 푸드 데코레이션이 하나의 배움 항목이 될 정도다. 여기에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이나 노력을 집어 넣으면 음식은 그야말로 멋진 스토리텔링이 된다.


중국 음식은 입으로 먹고 일본 음식은 눈으로 먹는다고 했다. 그만큼 시각적 효과에 큰 의미를 두는 데 그것은 소식을 하는 그들 나름의 특이함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스시 장인 : 지로의 꿈은 올해 춘추 85살의 노장 스시 장인인 지로의 이야기를 통해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힘과 자신의 일을 후대에 대물림해가며 전승하려는 의지, 그리고 맛깔스럽게 보이는 여러 가지 스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푸드 다큐멘터리다.


물경 75년을 한결같이 칼을 잡고 초밥을 만들어온 요리사에게 이 영화는 말 그대로 헌정영상이 될 것 같았다. 뒷방 신세가 될 법한 米壽를 바라보는 노인이 날카로운 눈매와 아직도 변치않는 혀끝 미각을 내세워 주방스탭에게 지시하는 모습은 남달라보였다. 비록 현재 실질적으로 식당을 이끌어 가는 아들이 있음에도 모두들 지로 노인앞에선 설설 긴다. 심지어 이곳에서 연수를 받고 떠난 지 십수 년이나 된, 지금은 어엿한 스시집 사장 겸 주방장도 지로 스승을 생각하면서 밤에 잠을 잘때도 스승이 있는 쪽으로는 발을 뻗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곳이 유명세를 타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미슐렝 가이드라면 맛집 평가서에서 별 3개를 받았기 때문이지만 다른 곳과 달리 의자는 달랑 10개에 한 달 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초밥 한 점 얻어먹지 못하고 그 흔한 전단지 한 장 갖추지 못한 이 곳이 평가를 받은 이유는 결국 맛 때문이 아니겠는가


인터뷰어로 나온 미식평론가는 이 식당을 극찬하면서 몇 가지 예를 들었다. 그 중에서도 언제나 변치 않는 맛을 유지할 수 있음을 꼽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 아무리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 찾아 나섰지만 갈 때마다 맛이 다르고 재료가 다르고 그 이유가 주방장이 바뀌어서라면 다시는 그런 집엔 찾아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한 우물을 무려 75년이나 파 온 지로 노인 앞에서라면 맛 하나 만큼은 왈가왈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노인이 직접 만들어 준 초밥 먹기가 부담스러워지지나 않을까


일본이라는 화두 안에서 장점 하나를 꼽자면 바로 지로 노인처럼 한 가지 일에 매달려 온, 그래서 장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서로가 존중해주고 인정해준다는 사실이다. 어떤 일이든 상관없다. 흔하디 흔한 초밥집이라도 괜찮다. 그리고 자식들은 자부심을 갖고 가업을 계승한다. 일본에서 소규모 가업제로 수 백년을 이어내려온 가게들이 다수 있다는 건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이자, 따지고 보면 돈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 다수 등장하는 초밥의 이미지를 보면서, 초밥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도 군침이 돌 정도로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사는 문제는 매슬로우가 말한 것처럼 기본 중의 기본이니 말이다. 접시에 달랑 한 점 올라간 초밥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한 개인의 정성을 볼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다.

 

 

 

 

 

 

 

 

 

 

 


스시 장인: 지로의 꿈 (2012)

Jiro Dreams of Su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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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데이빗 겔브
출연
오노 지로, 오노 스키야바시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 81 분 |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