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럼 다이어리 - 나쁜 놈의 냄새, 진실의 냄새, 그리고 잉크 냄새

효준선생 2012. 9. 22. 00:20

 

 

 

 

 

 

  한 줄 소감 : 펜을 든 채 돈과 거짓앞에서 서성거렸던 언론인의 자화상

 

 

 

 

 

서인도 제도의 푸에르토리코, 1960년 이곳 출신의 야구선수들이 메이저 리그에 와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높였지만 이곳은 그저 미국의 식민지에 불과했다. 영화 럼 다이어리는 실존인물인 저널리스트 헌터 톰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다가 영화의 주연으로 나오는 조니 뎁이 헌터 톰슨 생전에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이라니, 그의 연기가 허투로 보이지 않음은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영화는 늦잠에서 깨어난 폴이 자신의 말로는 결막염을 앓아 눈이 벌게졌다지만 그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로 그리 되었음을 모두가 다 아는 사실로 밝혀지면서 시작된다. 뉴욕 출신인 그가 이렇게 멀리 와서 글 쟁이가 되려는 건 아마 돈때문으로 보인다. 편집장이자 발행인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는 책상 하나를 차지한 그는 당시 인기를 끌었던 별자리 이야기를 쓰며 호구지책을 마련한다.


사람은 한 가지 이상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재주는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폴의 경우, 글쓰는 재주일텐데 맨날 술에 쩔어서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마니, 분명 기회는 찾아올때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런 그에게 기회의 손을 내민 자가 있었으니, 샌더슨 그룹의 주인이다. 일단 당시 푸에르토리코의 국내 현황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는데 조만간 그들이 철수하고 나면 부대가 있던 엄청 넓은 땅은 그야말로 개발지가 된다고 했다. 부동산 투자에 이재가 밝은 샌더슨 회장은 그곳에 대형 위락시설과 주거시설을 지어 부자가 될 생각이다.


그런데, 일개 무명의 신문사 촉탁 글쟁이에게 잘보이려는 걸까? 그 안엔 많은 결탁과 협잡이 숨어있었다. 물욕의 현실화에는 이들의 노고가 필요하다. 그저 한 사람의 욕심에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그의 화려한 생활이면에서 눈칫밥만 먹고 살아야 했으니 혹시 샌더슨의 약혼녀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이 영화는 조니 뎁의 맨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며 달려 들지만 늘 술에 취해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면면을 훑다보니 어느새 사회에 만연된 부패의 끈을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재벌, 은행, 관공서, 언론등이 한 통속이 되어 아름다운 해변을 망가뜨리고, 돈벌이 궁리에 그곳 원주민들은 살던 곳에서 물러나야 할 판이다. 동료사진 기자와와의 끈끈한 우정이 코믹스럽게 등장하고 늘 취한 듯, 아닌 듯 한 주인공과 주변인물의 묘사가 마치 제 땅을 잃어 버린 채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푸에르 토리코의 운명처럼 느껴졌다.


폴은 망해버린 채 쓰레기만 나뒹구는 신문사 건물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쁜 놈의 냄새, 진실의 냄새, 그리고 잉크 냄새”. 언론이 돈 앞에서 부역을 하는 순간, 펜은 이미 꺾인 셈이다. 머나먼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이야기지만 어째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다.


럼주는 사탕수수를 증류시켜 만든 서인도 제도의 특산물이다. 영화 중반 사탕수수를 짜낸 필터가 등장하는 데, 발효시키지 않은 원액이 무려 400도가 넘는 알콜 도수를 자랑한다니 한 방울에 인생 종치는 수가 있을 듯 싶다. 영화 럼 다이어리는 아름답지만 슬픈 땅 푸에르토리코의 그 옛날 이야기였다.

 

 

 

 

 

 

 

 


럼 다이어리 (2012)

The Rum Diary 
6.8
감독
브루스 로빈슨
출연
조니 뎁, 아론 에크하트, 엠버 허드, 지오바니 리비시, 리차드 젠킨스
정보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 120 분 | 201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