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탈리아 횡단밴드 - 불혹에도 하고픈 일을 할 수 있음에 부럽다

효준선생 2012. 9. 19. 00:20

 

 

 

 

 

     한 줄 소감 : "늦었다고 한탄만 하지말고 직접 나서라" 근데도 망설여진다면 이 영화를 보라

 

 

 

생업에 종사하던 낼 모레 중년을 내다보는 4명의 남정네들이 오랜만에 밴드를 다시 하기로 하지만 뾰죽한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방송에 나가본 적도, 앨범을 낸 적도 없다. 그저 동네에 사람들이 모이면 띵가띵가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라기 보다 나레이션에 가깝게 읊조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운 도전에 희망을 걸고 바닷가 끝 마을에서 열린다는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이를 먹고 지친 삶에서 한숨을 돌리고 나면 사람들은 젊은 시절 꿈으로만 멈추었던 자신의 예능적 소질에 대해 기웃거리게 된다. 누구는 운동을 하고 누구는 붓을 잡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처럼 뮤지션을 꿈꾸기도 한다. 어떤 것이 되었든 신산한 현실을 내려놓고 가장 하고픈 것들을 해보려고 하는 마음이야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이탈리아 사람들은 비주얼부터 예술적이다. 선입견인지 모르겠지만 선이 굵은 이목구비와 마초적이면서도 뭔가 로맨틱해보이는 분위기, 이들이 악기하나씩 잡고 있으면 연주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아도 멋지게 들릴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별로 가진 것이 없는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는 누구입니다”라는 지명도다. 밴드 이름도 없어 동네에서 발견한 풍차를 보고는 즉흥적으로 풍력발전기라고 지을 정도니 이들의 고행 길은 보지 않아도 뻔해 보였다. 영화 이탈리아 횡단밴드 는 제목에서 보듯이 로드무비다. 그런데 그 적지 않은 악기와 비품을 실은 운송수단이 마차라니, 친환경적 마인드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비단 마차 뿐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과 숙박시설도 거부한다. 길을 가다 만나는 농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주먹밥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열흘 길, 그들은 무사히 음악 페스티벌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들 네 명이 자신들의 출정식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가는 바람에 운 나쁘게 이들과 동행하게 된 여기자는 뻑뻑해 보이는 남자들만의 세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미모의 여기자에게 한 뎃 잠에 거친 식사, 야수처럼 보이는 남자들과의 여정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녀의 신분이 드러나는 순간 다소 뻘쭘하지만 그런 사회적인 계급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식이었다.


3인행이면 必有我師라지만 여러 명이 다니다 보면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고 탈도 많아지는 게 일상이다. 외모만 믿고 거들먹거리는 로코의 천방지축 이야기와 중간에 잠시 이들 무리와 함께 로맨틱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마리아의 이야기는 이 영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코믹요소다.


음악영화는 듣기 좋은 음악이 있어 부드럽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밴드들은 중간 중간 간이 공연을 펼치는데 장르를 굳이 따지면 스윙 재즈에 가깝다. 가사를 종이에 적어 읽어 내려가는 가창력이지만 콘트라베이스와 재즈 키보드 연주가 섞이면서 그럴 듯 한 분위기로 좌중을 사로잡는다.


이들의 음악여행의 목적지엔 과연 얼마만큼의 관객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마치 게릴라 콘서트처럼 생각지도 못한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운 채 그들을 맞이할지, 아니면 철지난 바닷가처럼 텅 빈 무대만 오도카니 자리를 지키고 있을지 그 결말을 직접 목격해보라, 음악 이상의 충만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정도면 이들의 열흘간의 여행 결실치고는 나쁘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