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늑대아이 - 엄마는 아이들에게 무엇이었을까?

효준선생 2012. 9. 17. 00:27

 

 

 

 

 

 

  

     한 줄 소감 :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아이로 커간다는 것에 대한 판타지적 설득

 

 

 

 

눈이 오는 날 태어난 첫째에겐 유키(雪)이라는, 비가 오는 날 태어난 둘째에겐 아메(雨)라는 이름을 붙여준 그녀, 남편은 사고로 죽고 어린 두 남매만 데리고 험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싱글맘 하나(花). 그녀의 모성으로서의 생존본능과 커가는 아이들을 지켜 보면서 느끼는 심적 갈등을 그린 일본의 애니메이션 늑대아이가 심금을 울렸다.


유키와 아메는 소위 이종결합이라는 결과물이다. 사람과 늑대인간의 결합, 그게 가능한지 모르지만 영화에선 이들 남녀의 사랑에 대해 그 어떤 장애물도 설치하지 않았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동거를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반인반수라는 사실에 늑대인간으로 살아온 아빠와 인간으로 살아온 엄마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크면 아이들이 하고픈 일을 시키자고만 했을 뿐이다.


영화의 템포는 도입부분이 다소 빠르게 전개된다. 이들의 만남과 출산, 그리고 양육의 과정에서 아빠의 역할은 흔한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아빠가 종종 꿩 같은 것을 잡아온 다는 설정이었고 그건 그냥 만든 게 아님이 금방 드러났다. 늑대인간이 온전히 인간으로 더불어 살 수 없음에 이들 가족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엄마 하나는 상당히 긍정적인 인물이다. 늑대와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무한 정성을 쏟는다. 어린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도 매 한번 드는 모습이 없다. 그저 이웃들의 시선을 의식해 멀리 시골 외진 곳으로 이사를 하며 나름대로의 삶을 모색해볼 뿐이었다.


영화 후반부는 산골 마을에서 그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고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겪어야하는, 타인과의 교류를 그리며 가슴 찡한 장면들을 여러군데 만들어 두었다. 어릴 적부터 외향적인 성격의 누나와 내성적인 성격의 동생을 은연중에 대비 시키면서 이들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으며 그 사이에서 엄마로서의 처신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상급생이 된 아이들에게 닥치는 몇 가지 조짐들, 유키에게 관심을 가진 소헤이의 등장은 속도감 속에서 혹시 유키로 하여금 재차 엄마 하나의 일생을 반복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섣부른 진단을 하게 했으며, 품안의 자식이 제 품을 떠나려고 할때의 모습을 힘겨워 하는 엄마의 모습이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대단했다. 늑대와 인간의 소생이라는 설정과 그들이 인간 세상에서 인간과 늑대로 변신해가며 적절하게 적응을 하는 모습. 성장과정 속에서 다른 인간과의 만남을 위태롭거나 피학적으로 그리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인정을 베풀어 놓은 점, 그리고 종국에 이들의 운명을 가를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옴을 부드럽게 장치해 놓은 점이 눈에 들었다. 물론 기술적인 면도 좋았다. 특히 늑대의 본성을 가진 아이들이 화를 내면 귀여운 아기 늑대로 변하는 모습과 눈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들은 스릴을 느끼게 해주었다.


실상 이 영화 속의 늑대아이의 이야기는 최근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와도 닮았다. 외모가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냄새가 난다며 괄시를 하는 장면들도, 부모들이 이웃의 경원시를 못 이기고 다른 곳으로 떠난 다는 설정도, 간혹 제 아버지나 어머니를 찾아 다른 나라로 간다는 것도 이 영화 속 여러 가지 이야기와 근사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외양과 다른 사람들과 차별을 두며 위안을 삼는 버릇이 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인간사회에서 존재 할 수 없는 늑대아이들의 처지를 그들에게 투영한 것은 아니었나 궁금해졌다.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비밀스런 공간과 환경에서 그 모든 것을 인내하고 자신의 원죄라도 되는 양 묵묵하게 받아내는 모성의 힘, 아이들은 한 뼘 한 뼘 자랄 때마다 스스로의 정체성에 강한 의문과 반발을 하지 않을 수 없음에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 같지만, 화면 속 이야기 안으로 수렴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숙연함마저 느끼게 하는 영화 늑대아이, 올해 본 최고의 애니메이션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늑대아이 (2012)

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 
9.3
감독
호소다 마모루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오오사와 타카오, 쿠로키 하루, 니시 유키토, 오오노 모모카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로맨스/멜로 | 일본 | 117 분 |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