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트리 - 아빠는 늘 우리 곁에 있는 거 맞죠?

효준선생 2012. 9. 17. 00:21

 

 

 

 

 

얼마전 태풍이 한반도를 급습하고 사라진 날, 충청도 어느 마을에 서있던 수령 육백년 된 나무가 허리가 꺾인 채 쓰러진 모습을 보고, 불길한 징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미신을 미신이라고 보지 않았던 시절, 사람들은 천둥 벼락이나 지진, 화산폭발등 자연재해는 바로 하늘의 노여움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을을 지켜준다는 수호신을 정해놓고 마치 조상님에게 드리는 마음으로 제사를 지냈다. 동네 어귀의 커다란 돌이나 나무등등. 그런 탓에 벼락이라도 맞아 그 형상이 훼손되었을때 그 마을 사람들이 품은 공포심은 엄청난 것이었다.


호주 동부, 인적도 많지 않은 마을, 산 능성이가 멀리 펼쳐진 한적한 곳에 몇 채의 조립식 가건물이 들어섰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특히 몇 백 년도 더 되어 보이는 나무 아래 사는 여섯 가족에겐 새로운 터전이 될 공간이었다. 영화 더 트리는 바로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어느 가족에게 닥친 불행과 그걸 이겨나가는 방법에서 종래 보기 드문 토템미즘을 적용한 수작이다.


귀여운 딸 아이를 트럭에 태우고 귀가를 하던 아버지가 집앞 나무를 들이 받고는 그 자리에서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사망한다. 프랑스에서 시집 온 젊은 엄마와 남겨진 네 명의 남매는 황망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했다. 하지만 집안의 기둥이었던 아빠의 빈자리는 너무 크고 딸 시몬은 우연히 큰 나무로부터 마치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은 듯 신기해한다. 그 이후로 가족들은 큰 나무를 마치 아버지의 재림이라도 되는 양 대한다. 하지만 자연물로서의 큰 나무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흉물이 될 수도 있기에 갈등은 반복된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가족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중간 중간 스릴러적 요소가 감춰져 있어 무슨 사건이라도 터질 듯 조마조마했다. 아이들의 걱정은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할 아저씨의 존재에 대한 경계에 머물지만 그 과정에 보이는 아이들과 아저씨의 팽팽한 신경전이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시몬의 까칠한 성격이 공감과 유머를 가져다 주는데, 누구라도 그랬을 법한 상황하에서 이른바 결손 가정이 메워야 할 부분에 대해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구나 싶을 정도로 유려한 영상미와 남편 내조와 양육말고는 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엄마의 미묘한 감정 변화가 이 영화의 다음 볼거리였다. 잔잔한 듯 싶으면서도 폭발력을 갖고, 또 가족이라는 형태가 잠시 일그러져 깨질 위기도 맞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탄탄한 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다. 샬럿 갱스부르의 연기도 좋았지만 4 남매가 각자의 자리를 제대로 소화해낸 탓에 무척 안정적인 영화처럼 느껴졌다. 2010년 칸 영화제 폐막작이다.

 

 

 

 

 

 

 

 

 


더 트리 (2012)

The Tree 
7.3
감독
줄리 베르투첼리
출연
샬롯 갱스부르, 모가나 데이비스, 마튼 초카스, 크리스찬 바이어스, 아더 디그냄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 100 분 |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