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손오공 돌원숭이의 탄생 - 서유기의 원형을 따르다

효준선생 2012. 9. 14. 00:32

 

 

 

 

 

명나라 사대기서의 하나인 서유기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당삼장법사취경기는 당나라 삼장법사가 불경을 얻고자 천축(지금의 인도)에 다녀온 이야기로 되어있다.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이국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송, 원나라를 거치며 시들해진 國勢에 반해 당나라때의 흥성을 추억하고 싶어했다. 오승은이 펴냈다는 서유기는 중국 역사상 거의 모든 종교관과 세계관이 융합된 하이브리드 멀티 어드벤처 로드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儒彿禪과 인도등 서역의 종교관까지 혼합된 양태가 보이며 주인공 격인 손오공의 실체인 원숭이가 오랜 세월 중국 문화의 주류였던 소위 中原문화와는 다른 남방문화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서유기는 여러 가지 이유로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 컨텐츠로 각광받았다. 소설뿐 아니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연극, 경극등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중국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다양한 판본의 서유기들이 선을 보였는데, 만화 영화 손오공 돌원숭이의 탄생은 일본과 중국의 합작품이다.


표면적으로는 일본 만화계의 거장인 오사무 테츠카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2003년에 만든 신작(?)인 셈이고 엔딩 타이틀엔 무수한 중국 만화 인력들의 이름이 채워져 있었다. 아무래도 중국의 컨텐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원작 서유기와 별로 다르지 않다. 대신 양적으로 93분에 그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없기에 손오공의 탄생비화와 천계와의 인연, 석가모니를 만남으로 수행해야할 미션, 그리고 사오정과 저팔계를 동생으로 두게 된 사연들이 펼쳐진다. 그 와중에 천방지축인 손오공의 활약상과 천계의 단술사인 곤륜의 정체등에서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액티브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 보다시피 모두 중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원작 소설이나 다른 버전에서 볼 수 없었던 곤륜이라는 악역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만화영화 특성상 강력한 안티 히어로를 삽입해 주인공과 대치시키는 효과가 있다. 극 말미에 등장하는 혼세마왕과 더불어 그들은 앞으로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모시고 천축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수많은 모험담에서 태클을 거는 대표적 인물이 될 것이다. 화과산의 암석이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건 영장류인 원숭이에게 태생이 아닌 토테미즘을 부여하는 장치다. 다시 말해서 부모의 부재가 어린 원숭이에게 끼치는 정서적 결함을 원숭이 무리 속에서 채우고 스스로의 능력에 의거해 원숭이 왕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장차 이 작은 원숭이가 해야할 미션에 대한 스스로 해결능력을 암시한다. 그런 탓에 석가모니를 만나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그가 보여준 철없는 행동도 이해가 될 것이며, 그의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머리에 씌워진 긴고주의 의미 역시 허투로 여길 것이 아니다. 한편 그가 선인들에게 요술을 배우고 근두운과 여의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역시 학습을 통해 유약한 어린 시절을 마감하고 한결 성장한 그를 보는 것 같았다.


영화 말미에 악당과 대치하는 모습이 박진감있게 펼쳐지진 하지만 앞부분에서 시작과정을 너무 길게 잡은 탓에 전체적인 균형감은 떨어졌다. 다음 편에서 서역에서의 일정만 따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손오공 : 돌원숭이의 탄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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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요시무라 후미히로, 스기노 아키오
출연
안현서, 최원형, 김용준, 안장혁, 우정신
정보
코미디, 액션, 애니메이션 | 일본 | 95 분 |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