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호타루의 빛 - 건어물녀, 로마가서 사랑을 배우다

효준선생 2012. 9. 12. 00:24

 

 

 

 

 

인생의 반딧불은 언제 쯤 보이는 걸까? 어둔 밤하늘을 환하게 비춰주는 좌표와도 같은 반딧불을. 대도시에서 반딧불을 보는 건 어렵겠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환히 켜지는 반딧불을 찾으러 사는 것 아닐까 싶다.


영화 호타루의 빛은 건어물녀의 로마여행기라는 흥미로운 소재지만 내용은 두 여자의 과거와 오늘을 통해 미래를 보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었다. 한국에서도 건어물녀라는 유행어가 있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 호타루를 보니 전형적이었다. 회사에서는 일잘하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집에 와서는 꼼짝하기도 싫어하고 집안일은 손도 안대는, 그런데도 멋진 훈남과 곧 결혼을 한다니 재주도 좋은 모양이다. 딱 보기에도 게을러 빠진 그녀를 다독여 로마행 비행기에 오르기 까지 얼마나 힘겨워 했는지는 처음 신혼여행을 계획한 날부터 출발할때까지 무려 6개월이나 걸렸다는 걸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유적지도 많고 소매치기도 많지만 남유럽 특유의 로맨틱함과 영화 로마의 휴일이 만들어 놓은 환상때문이기도 하다. 호타루와 부쵸 커플의 이번 여행이 비록 부쵸의 출장을 겸한 것이지만 두 사람간의 티격태격 사랑싸움 보다 현지에서 만난 의문의 여인 리오와의 사연이 더욱 비중있게 다뤄진다. 일본 여자인 리오의 사연은 간단하다. 호타루와 부쵸가 미래의 결혼을 이야기 한다면 리오는 과거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랑은 지난 다음에 더욱 짠하게 느껴진다. 그건 사랑할 대상을 잃어버렸다는 아쉬움 보다 사랑했었다는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지금 곁에 없다는 절절함 때문이다. 사진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다시는 찍을 수 없는 그 사진들이 물에 젖은 걸 말리고 그걸 들여다 보는 리오의 표정이 쓸쓸해보였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는 걸 잘 안다. 헤어짐을 단정하고 만나는 사랑이 없다. 운명이, 세월이 그렇게 만든다. 과거의 경험을 가진 리오는 이제 시작하려는 호타루에게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통해 전해주고 아직은 덜렁거리는 호타루에게 그녀의 말은 좀 어렵다. 천성이 귀찮은 걸 싫어하는 지라.


이 영화는 재작년과 작년 다양한 영화를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한 아야세 하루카의 코믹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얼굴 움직임만 봐서는 짐 캐리가 동생삼을 법한데, 여전히 귀요미로 자처하며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걸 봐서는 그 누가 싫어하겠는가?


제목인 호타루가 바로 반딧불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다. 중간에 애니메이션 영상도 나오고 전반적으로 만화같은 설정이 다분하다. 일본 코미디 영화 특유의 감정이 다소 들뜨는 느낌을 주지만 부담없이 볼만하다. 이탈리아 로마 시내의 풍광과 여러 유적지를 둘러보는 건 이 영화의 보너스.

 

 

 

 

 

 

 

 

 

 


호타루의 빛 (2012)

Hotaru the Movie: It's only a Little Light in My Life 
7.2
감독
요시노 히로시
출연
아야세 하루카, 후지키 나오히토, 마츠유키 야스코, 야스다 켄, 테고시 유야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일본 | 109 분 | 201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