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인시디어스 - 공포요소를 한 박스 안에 담다

효준선생 2012. 9. 13. 00:17

 

 

 

 

 

영화 인시디어스를 보고 나오는 길에 무가지에서 이런 기사를 보았다. 중국의 한 남자의 사진을 찍고 보니, 사진 속에서 실물이 보이지 않았다는. 자못 섬뜩한 이야기다. 생활 속에서 이런 유사한 내용의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들은 적지 않다. 공포 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들도 분명 귀가 솔깃해질 만한 것들이다. 물론 이런 파편같은 이야기에 뼈를 만들고 살을 붙이고 혈액이 돌게 해서 생동감 넘치는 큰 덩어리로 키워내는 것이 감독의 몫이긴 한데, 공포 영화라는 게 워낙 하위 장르가 다양하다 보니 두 세 개의 이야기 장르를 덧붙이는 데 그치곤 했다.


제임스 완이 메가폰을 든 인시디어스는 이런 공포 영화의 여러 가지 도구에다 감독만의 추임새까지 넣어 만든 비빔밥 같은 결과물로 탄생했다. 집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인간을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페이크 다큐로 시작해, 아이의 갑작스런 코마 상태와 남겨진 가족 간의 응어리진 심리에서 조성되는 불편함 역시 공포다. 그리고 이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유체이탈이니, 혼령과의 조우니 하는 이른바 퇴마의식까지 벌어지며 먹음직스러운 공포영화의 성찬을 차려놓은 셈이다.


이 영화를 무섭다고 느끼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존재의 뜬금없는 삽입이라고 꼽을 수 있다. 혼령이 나온다는 설정을 자주 입에 올리며 실존하지 않는 가족과 지인외에 다른 인물들이 선을 보이는데 이들의 인앤 아웃이 그 시점에 등장하고 빠지는 걸 알면서도 섬뜩하게 느낀 것은 생각외의 비주얼 때문으로로 보였다. 얼굴이 뻘건 악마와 잠옷입은 여자 아이의 혼령, 그동안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캐릭터들을 총동원시켜 가며 놀랍지라고 하니, 놀라워해야 관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셈이다.


여느 공포영화든지 가족이 등장하면 부모 자식간의 무한한 사랑이 악귀로부터 모든 걸 막아준다는 건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다. 집에서 육아에만 전념하는 엄마는 음악을 포기한 자기 인생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고, 언젠가부터 집에 들어가자니 차라리 야근을 선택하고 학교에 혼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아빠의 마음이란 게 몇 개월을 의식불명의 상태로 있는 큰 아들을 둔 부모치고는 답답도 할 것 같아 보였다.

흔히 집 안에서의 공포심만으로도 한 작품을 만들지만 이 영화는 두 번이나 이사를 감행하고 그리고 나서도 집안의 원귀로 인한 소행이 아니라는 진단까지 내려놓으며 마지막 사투를 벌어게 하니, 공포영화 치고는 러닝타임이 짧지가 않다.


좀 아쉬운 점은 아이가 왜 구천을 떠도는 원혼이 되었는지가 불분명하다. 영화 초반 사다리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쳐서 인줄로 알았는데 퇴마사는 그것도 아니라하고 또 이미 영혼과 육체의 분리 수준이 되었다며 그건 이미 사망이나 다름이 없는 건데도 의사들 마저도 주저주저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이런 설정 모두가 감독이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좀 더 놀라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로 보여진다. 그 이유는 사필귀정, 인과응보라는 공포물의 결론이 다시 한번 놀라운 반전으로 등장하면서 끝까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좁은 공간, 다양한 공포물 장르의 차용, 시각과 청각을 적절하게 자극하며 공포심을 극대화하고, 동양권 문화에서 흔히 언급하는 구천을 떠도는 아이의 이야기와 타인의 육신을 탐한다는 귀신의 이야기들이 혼재되어 상당히 “무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인시디어스 (2012)

Insidious 
6.4
감독
제임스 완
출연
패트릭 윌슨, 로즈 번, 바바라 허쉬, 리 워넬, 타이 심킨스
정보
공포 | 미국 | 102 분 |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