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지상의 별처럼 -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효준선생 2012. 9. 9. 00:28

 

 

 

 

 

   한 줄 소감 : 난독증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그 무엇인가를 알아주는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변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師道의 길은 외롭고 험하다. 그렇기에 예전엔 선생이 되고자 하는 많은 청춘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많고 많은 직업중의 하나로 전락한 느낌이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관계에서 배움을 주고 배우는 관계가 아니라 기계적으로 배정이 된 학교에 가보니 기계적으로 발령받아 온 선생이 있고 우연히 우리 반에서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풀이를 해주고 그렇게 정해진 시간을 함께 했던 사이로 변질되었다. 졸업을 해도 굳이 찾아 갈 마음도 생기지 않고 선생들도 그가 나의 제자였나 어렴풋해지면서 예전만 같지 않다며 씁쓸해할 것이다.


인도 영화는 기본적으로 휴머니티를 깔고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인도영화들을 그런 관점에서만 픽업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인도영화를 봐도 그 안엔 무한한 인간이 인간에 대한 존엄이 갖춰져 있다. 또 수많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주인공이든 단역이든 열의를 갖고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 호소한다. 비록 연기를 하는 것이지만 자신들의 진정성은 바로 삶에서 투영된 것이라고. 영화 지상의 별처럼은 바로 난독증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이 자신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며 이끌어 주는 선생님과 함께 핸디캡을 극복해 나간다는 인정많은 드라마다.


여기서 헌신이라는 것은 돈이나 권력, 혹은 목숨 같은 걸 말하지는 않는다. 제자가 곤란을 겪고 있음을 알고 그에게 가장 잘 맞는 교육적 처방을 내리는데 성심성의를 다한다는 말이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영화 속 램 니쿰브 선생은 장애아동 학교에서 근무를 해 온 탓에,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어린 시절 학습장애를 앓았던 기억을 되살려 난독증에 시달리는 여덟살 꼬마 이샨에게 자신의 경험을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영화에서 선생이 이샨을 데리고 보여준 수업 내용이라는 건 그야말로 신선했다. 교과서를 읽고 쓰는데 애로가 있던 소년은 자연에서, 그림 속에서 몸짓으로 세상의 앎의 이치를 깨닫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마치 아랍어 같았던 꼬마의 글씨체가 자리를 잡아가고, 신발끈 하나 제대로 묶지 못하며 주의가 산만했던 그가 점차 다른 학생들과 다름없음을 확인하는 순간, 100점짜리 성적표가 아닌 소년이 그토록 원하던 부모, 형이 사는 자기의 집을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초반부 일반 학교에 다니던 이샨은 툭하면 조퇴를 하고 길거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소일하는 장면들이 나왔다. 전형적인 일탈학생의 모습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이샨에게 필요한 건 시험지 답안을 고르는 것 보다, 자신의 의지, 자신의 꿈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을 학교가 아닌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찾아보고자 함이 아니었나 싶다.


이샨이 꿈을 꾸는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다든지,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꼭 가사가 있는 음악이 나온다든지, 인도영화 특유의 활발함이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졌다. 무려 163분 러닝타임의 긴 영화이긴 하지만 꼬마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아역 배우와 세얼간이에 나왔던 인도의 인기배우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아미르 칸이 뽑아낸 정열적 장면들로 인해 지루하지 않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봐주는 스승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좀 심한 비약이지만 이샨에게 니쿰브 선생이 없었다면, 자신이 난독증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며 책을 읽지 못한다고 꾸중만 내리는 선생과 이를 비웃는 학생들 사이에서였다면 이샨이 설 만한 곳은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수 많은 학생들이 효율이라는 이름하에 같은 교실 안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시험을 봐서 줄세우기를 당한다. 점차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게 되도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는 채로. 영화 지상의 별처럼의 부제는 모든 아이들은 특별하다로 되어 있다. 누군가 나서야 할 문제라면 학생보다 선생이 먼저 아니겠나.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도 손을 내밀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육엔 결코 放棄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상의 별처럼 (2012)

Like Stars on Earth 
9.2
감독
아미르 칸
출연
다쉴 사페리, 아미르 칸, 비핀 샤르마, 티스카 쵸프라, 타나이 체다
정보
드라마 | 인도 | 163 분 | 201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