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서평]책 읽고 주절주절

서평 칸지의 부엌 - 중화요리로 당신의 미각을 자극하다

효준선생 2012. 6. 2. 00:46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향의 냄새가 났다. 팔각, 정향, 산초, 회향, 계피등 중국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향신료, 그걸 따로 파는 것 같지는 않았다. 슈퍼마켓 한 쪽에 있던 작은 식료품점, 완재료 반찬도 몇 가지 겸해 팔고 있는 가게쪽에서 나는 냄새였다. 어쩌면 만들어 놓은 지 꽤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맡아보는 냄새에 코끝과 이내 후각시경에 각인이 되었다. 바로 중국에 처음에 도착한 그 이틑날 주린 배를 잡고 빵이나 과자라도 먹기 위해 들른 학교앞 상점에서의 경험이었다.


프랑스, 터키, 그리고 중국의 음식을 세계 3대 요리라고 했다. 행운인지 모르겠다. 그 중 한가지 음식이라도 본토에서 먹어볼 기회가 있었으니, 이런 말이 있다. 일본 요리는 눈으로 먹고 중국요리는 입으로 먹고 한국 요리는 귀로 먹는다고, 음식이 결국 입으로 들어가는 목적물이라면 결국 중국요리가 善이 아닐까 하는.


푸른숲에서 만들고 니콜 모니스가 지은 소설 칸지의 부엌은 바로 이 중국 요리를 테마로 해서 꾸민 일상의 이야기다. 주인공 여인 매기는 현재 혼자 산다. 남편 매트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었다. 어느날 그녀에게 죽은 매트의 딸로 추정되는 여자아이가 중국 절강성에 살고 있고 그 가족들이 매트의 딸인지 확인하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당황스런 일이다. 비록 불임인 그녀가 슬하에 자녀가 없이 남편마저 죽은 상태에서 남편의 외도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여자아이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일. 하지만 그녀는 만약 그 아이가 죽은 남편의 딸이라면 책임질 각오를 한다. 때마침 르포 작가인 그녀에게 중국에서 중국의 촉망받는 요리사에 대한 기사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다. 친자확인 작업과 요리사에 대한 취재, 그녀는 혼란스러웠지만 둘다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소설은 매기라는 미국 여자의 중국행을 통해 개인적인 일과 업무적인 일을 병행시켜 분량을 확보하고 급작스런 외국행에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사실은 중국인 요리사인 샘 량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토대로 보였다. 그만큼 소설에서 중국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분량은 거의 80% 차지한다. 샘 량이라는 중국 요리사를 내세워 미국인인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제 3자적 시각을 견지하고 자못 전문가의 의견을 내세워 중국요리의 신비로움을 펼쳐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샘 량은 가공의 인물이다. 본인이 에필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작가가 중국에서 접한 전문가 수준의 중국요리와 관련되 지식을 이 책에 펼쳐보이고 있으며, 그건 한국의 독자가 보기에도 상당한 수준의 것이었다.


샘 량의 출신인 절강성 항주 지역의 음식을 내세워 독특한 지방음식을 선보이고 있으며, 취재를 내세워 미묘한 로맨스 분위기도 만들어냈다. 샘 량의 캐릭터 역시 독특했다. 궁중에서 일하던 숙수인 량웨이의 손자인 그를 통해, 작가가 가공한 서적 <마지막 중국 요리사>의 저자인 것처럼 만들고 그 책의 다이제스트를 이 책 챕터의 모두에서 인용하며 중국요리의 특징을 언급하고 있다. 이 부분은 상당한 조예가 있어서 이 부분만 꼼꼼하게 읽어도 중국요리를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반면에 친자확인 작업에 대한 부분은 아이가 진짜 남편의 자식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빼놓고는 사족처럼 여겨졌다. 오히려 숙수로 일하던 량웨이의 과거 이야기, 샘 량의 요리 경선과정, 그리고 샘이 매기를 위해 이런 저런 음식을 만들어 주면서 들려주는 중국요리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들렸다. 궁금하게 여기던 친자확인 결과는 끝부분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그 보다 샘과 매기가 과연, 새로운 인연을 이어갈 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직접 먹어본 중국 요리 이름이 나열되고 특히 몇 해전 가본 적 있는 북경지역의 지명과 식당의 이름이 줄줄이 나올 때는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오금이 저려왔다. 중국요리에 빠져 여태 그 방면의 칼럼니스트로 활약하는 저자가 정말 부러웠다. 


영어로 된 원저를 번역하면서 드러나는 제3자의 언어(중국어)에 대한 소소한 폐해가 이 책에서도 발견되었다. 영어권 번역자에게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대해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칸지의 부엌

저자
니콜 모니스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음식을 통한 작고 소박하고 따뜻한 치유의 메시지!영화 사랑도 통...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