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웨딩스캔들 - 이래서 인연은 따로 있는가 보다

효준선생 2012. 9. 7. 00:03

 

 

 

 

 

 

소위 그린카드(green card) 제도는 미국이 발급하는 영주권을 지칭하는 말로 좀 풀어서 설명하면 못사는 나라의 공민이 잘사는 나라에 와서 원래의 입국목적에서 벗어나 불법적인 근로를 하며 자국의 공민들의 이득을 취하는 경우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제한적 쿼터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국적의 두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는 경우 이른바 국가간의 경제적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설사 결혼이라는 극히 개인적 이벤트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白眼視하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든지 아니면 갖은 서류를 챙겨 수속을 밟아야 한다. 당연히 돈이 들어갈테고, 그 돈을 감내하지 못하면 결혼은커녕 견우와 직녀꼴이 되어 칠석날에나 한번 볼까 말까한 사태에 이른다. 하지만 이건 안타까운 경우다. 사랑은 커녕 일면식도 없는 남녀를 한데 묶어 임시방편으로 가짜 부부행세를 하게 하고는 입국후 바로 이혼해버리면 호적상엔 부부지만 이내 남남이 되는 일, 부지기수로 발생하는 모양이다.


영화 웨딩 드레스는 바로 이 위장결혼이라는 무거운 사회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으면서도 위기에 처한 언니를 구하기 위한 쌍둥이 여자의 사투에 가까운 행적을 코믹하게 그려낸 코미디 멜로물이다. 상황은 이렇다.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얼떨결에 기석은 브로커인 친구의 꾐에 넘어가 돈 5백만에 조선족 여자와 가짜 혼인을 한다. 물론 여자는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고 이들은 딱 한번 만나 사진 한 장 찍은게 전부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적발당하고 미장원을 하는 언니는 불법체류자로 끌려나가고 혼자 남은 동생은 남자를 찾아와 도움을 청한다.


기석이라는 캐릭터는 조선족 여자 정은의 눈엔 그나마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법 싶지만 사실 루저나 다름없는 인생이다. 간신히 대학물은 먹었지만 별달리 할 일도 없는 백수에 편의점 알바로 근근히 먹고 살며 밀린 방세 때문에 고민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청춘이다. 그러니 언니를 찾겠다며 달려든 조선족 처자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푸라기인 셈이다.


영화는 이렇게 별볼일 없는 남자와 불법체류자인 조선족 자매를 한데 엮어 놓고 이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데, 그 방법이 타당성이나 현실적이냐를 따지기에 좀 곤란한 선택을 하고 만다. 언니와 닮은 자신이 호적만 빌려준 ‘형부’와 모종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서 관계기관에 제출하면 풀려날 수도 있겠다는 추정이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 여부는 둘째 치고 형부와 체제지간에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촬영하겠다는 마음이 좀 수상쩍하긴 하지만 영화는 아예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밀어 붙인다. 그리고 그 과정이 상당히 키득거리게 한다. 이들이 찍으려 하는 동영상이라는 게 모두 가짜라는 걸 알지만 둘 다 이성에 대한 감정처리도 서투르고 묘한 테크닉도 부족한 판이지라 조연들의 도움까지 끼어들며 영화는 나름대로 볼륨을 키워버렸다. 생각해 봐라 모텔 방 헐벗은 남녀외에 비디오 대여점 주인에 감독을 하고 모텔 여주인이 디렉터 겸 기획을 하고 언제적 친구인지 모르지만 뚱딴지 같이 조명이 끼어드는 모습을. 황당한 시츄에이션이지만 이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에 분명한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는 듯 보였다.


문제는 따로 있다. 이런 비디오를 찍어서 관계기관에 보여주면, “그래 니들 부부는 정열적으로 살았구나, 석방.” 이럴까? 치부만 꺼내 보이며 변태 부부란 소리나 듣지 않을까? 위장 결혼이라는 화두보다는 둘 다 가진 것도 없는 어찌 보면 낙오자와 같은 처지인 이들이 조금은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영화는 호적상의 부인이 아닌 그 여동생, 즉 처제에게서 일말의 연분을 느끼는 듯한 ‘형부’의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만 윤리적 통념상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연분은 따로 있나보다. 만약 이 둘이 다시 만나 동영상 속에서 보여지는 엉터리 정사 장면이 아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또다른 희생이 따르겠지만, 분명 이들이 연분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고뇌하거나 폼잡는 역할만 해오던 김민준이 쌍문동 조니뎁이라 자칭하며 코미디를 선보이고 ‘원조’ 베이글녀 곽지민은 연변처녀로 나와 1인 2역을 했다.

 

 

 

 

 

 

 

 

 

 


웨딩스캔들 (2012)

7.8
감독
신동엽
출연
김민준, 곽지민, 이세랑, 이상훈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한국 | 90 분 | 201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