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스터 스타벅(Mr.스타벅) - 우리들의 아버지를 소개합니다.

효준선생 2012. 9. 6. 00:29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정자를 클리닉에 제공한 남자가 있다. 성의껏 일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주머니는 불룩했다. 하지만 씀씀이가 제법인지라 다시 그곳에 들러 마치 자신의 아이디어를 팔아내는 카피라이터처럼 제 몸 속의 그것을 뽑아냈다. 그리고는 다시 불룩해진 지갑. 하지만 그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차후에 그것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그리고 그 결과물은 어떻게 되었는지 자신은 알 바 아니고 클리닉에서도 함구했다. 그리고 이 십 여년이 지났다. 가난 때문에 이제야 겨우 여자친구를 만났고 임신을 해서 아이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물론 그 아이는 제 노력에 의해 딜리버리된 아웃풋이다.


영화 Mr. 스타벅은 다소 민감하거나 민망할 수 있는 남성의 정자 제공과 거기에서 야기한 웃지 못할 해프닝을 그린 코믹드라마다. 아랫도리에서 생산된 물건이 소재가 된다고 해서 B급 너절한 에로물은 결코 아니다. 자신이 제공한 정자가 어엿한 成體가 되고 이젠 다 큰 어른이 되어 아버지의 실체를 궁금해 한다는 설정인지라 전반적으로 드라마가 강해 군데군데 울컥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주인공 남자에게 씌워진 굴레는 가난이다. 당시에도 가난 때문에 정자를 제공하고 돈을 받았다면 지금도 빚쟁이에게 쫒기며 협박을 받는 신세고 심지어 가족들에게까지 위협이 되는 통에 가족들마저 그를 정육점에 걸린 햄보다도 우습게 여긴다. 게다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친구 역시 자신과의 결혼에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참에 자기는 전혀 영문도 모르는 수 백 명의 아이들의 프로필을 대하려니 황망함과 더불어 호기심도 생겼다.


이 영화는 웃기려고 작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등장하는 아이들의 오늘도 어쩌면 자신의 예전 모습과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는 점, 여러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카페 알바를 뛰면서 배우 지망생은 아이, 거리에서 악기연주를 하는 아이, 축구선수인 아이, 온몸에 피어싱을 한 아이, 그리고 몸이 많이 불편한 아이도 있고, 마약에 중독된 아이도 있었다. 영화는 그 아이들, 다시말해 아빠, 엄마의 사랑의 결실이 아닌 증여된 정자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현재를 덤덤하게, 그러나 다소 아픈 현실감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물론 남자는 아이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데 부담이 없을 수 없었으나 그의 등장만으로도 아이들의 인생에 작은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


가족 해체시대를 맞아 예전처럼 4대가 한 집에서 오순도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1인 가족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기존의 가족에 대한 개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인데, 이 영화 속에 보여지는 가족이라는 건, 명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과의 어떤 유대를 통해 가족애를 느껴볼 수 있는지 타진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씨를 받아 태어난 아이들 모임에 참석해서 “아버지만을 찾으려고 하지말고 우선 너희들이 형제 자매라는 사실을 기뻐해야하지 않은가?” 라고 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獨子로 태어나 나 혼자만 알고 살아온 아이들에게 바로 옆에 뭔지 모르지만 끌리는 그것, 바로 피붙이 아니겠는가.


키도 몸무게도 성별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그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건 남자가 남겨준 DNA보다는 더 중요한 성격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면 애 엄마들은 흔히 “누가 제 아빠 안 닮았다고 이리 말썽이니” 라고 꾸짖는다. 하지만 애 엄마는 남편이 어렸을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  물론 영화에서처럼 수 백 명의 아이들이 오로지 한 남자에서 받은 정자만 받아 수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좀 오버스럽다. 왜 그토록 불임가족이 많은 것일까? 그래서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의 정자를 받고, 아이의 아버지는 그야말로 새 아빠가 되는 셈인데 만약 커가면서 자꾸 친아버지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난 때문에 클리닉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 위자료를 챙기는 것이 실속을 차리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아버지였음을 커밍아웃해가면서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에선 지혜롭게 결론을 내려준다. 모두의 얼굴에서 환한 빛이 나는 것 같아 보는 관객들 마음도 덩달아 뭉클해졌다. 제목에 사용된 스타벅은 원래 유명한 씨 소(種牛)라고 한다.

 

 

 

 

 

 

 

 

 


Mr.스타벅 (2012)

Starbuck 
9.3
감독
켄 스콧
출연
패트릭 후아드, 줄리 리브리턴, 앙투안 베르트랑, 도미닉 필리, 마크 벨랑거
정보
코미디 | 캐나다 | 103 분 | 2012-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