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본 레거시 - 토사구팽 처지에서 냅다 도망치다

효준선생 2012. 9. 8. 00:04

 

 

 

 

 

 

  한줄 소감 : 조직은 개인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설사 그가 왕년에 정말 잘나가던 유능한 부하직원일지라도... 근데 왜?

 

 

 

 

 

나름 직장이라고 목숨 걸고 일해 왔건만 조직이 자신을 내치려고 한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이유라도 좀 알려주면 좋으련만 다짜고짜 총부리부터 겨누니 이것 참 대적할 기분이 안든다. 개죽음을 당하느니 그동안 갈고 닦은 무술솜씨로 몇 놈 때려눕혀 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험한 산 속에서 마치 고행 길에 오르는 수행승처럼 뭔가를 찾아 헤맨다. 장비도 별 볼일 없지만 야생 본능을 발휘하면서 어디론가 부지런히 이동중이다. 영화 본 레거시의 오프닝 신이다. 본 시리즈가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전작 시리즈물의 타이틀 롤이었던 맷 데이먼의 고사로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찾아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킨 이번 시리즈엔 영화 하트 로커, 미션 임파서블등에서 진중한 연기력을 보여준 인상좋은 제레미 레너가 주인공 애론 크로스로 나선다.

 

 

 

 

 

 

 

 

전작들이 많은 인기를 끌었던 탓에 전작과의 관계를 완전하게 단절시키지는 못하고 제이슨 본이 사라진 뒤, 조직의 정체가 들통나게 되자 자신들의 꼬리를 자르기 위해 전 세계에서 암약중인 요원들을 제거하는 이른바 작전 투 스텝에 들어간다. 요원들 뿐만이 아니라 작전 원 스텝에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해낸 과학자들에게서 마수를 뻗히는데 영화는 요원들과 과학자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을 양 사이드에서 보여주면 접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애론과 여류 과학자인 마르타의 만남이 바로 이 접점인 셈인데, 서로가 이 모든 정황에 대해 알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서로를 의심하고, 그 의심이 풀리면 멜로라인으로 이어지게끔 장치를 해놓았다.


사실 이런 구조라면 종래의 스파이물에서 흔히 보던 것들이라 새로울 게 없지만 이 영화는 많은 힘과 권력을 가진 조직이, 몇 남지도 않은 요원들, 예전엔 다들 수하의 부하들이었을 그들을 모조리 제거하려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며, 한편으로는 그들의 비운을 위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명령의 몸통은 과연 누구인가? 최고의 수장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군가는 언젠가 마찬가지로 토사구팽당할 처지라는 걸 알고 있을텐데 그런 짓을 하는가. 예전 전제 군주의 죽음이후 도굴의 위험을 원천봉쇄하고자 묘를 조성하던 인부를 묘지의 완성 날 함께 묻어 버렸으며, 이를 알고 있는 그 윗선들도 나중에 하나씩 비명횡사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아랫 것들은 언제든지 희생당해도 된다는 사고의 시작이다.

 

 

 

 

 

 

 

얼마 전 정치권에서 입 조심을 하지 못하며 추문을 만들어내자 어디서부터 흘러나왔는지 모르지만 당사자만 자르는 방식으로 유야무야시켜버렸다. 즉, 깃털만 손을 본 셈이며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후반부 눈을 현혹시키는 엄청난 액션이 물론 화려하지만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바로 토사구팽의 운명 속에서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던 남녀가 힘을 합쳐 위기를 탈출한다는 설정이다.


흔히 들어보지 못한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그것들을 머릿속에 담아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는 그들만의 것이니 우린 배우들의 신나는 무용담에만 귀를 기울이면 된다. 서울 강남의 모습이 등장했다고 호들갑을 떠는 게 민망수준이지만 오히려 필리핀 마닐라 시내를 관통하는 오토바이 체이싱 장면은 근래 보기 드문 액션장면이었다. 서울이라면 촬영허가 자체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 애론은 그동안 업무수행을 위해 파란 약, 녹색 약을 먹어가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그 이상의 능력을 소지하게 된다는 설정이 나온다. 회사를 위해, 처자식을 위해, 하루아침에 권고사직이라도 당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대충 끼니를 때우고 그 빈 속을 자양강장제와 접대를 위한 알코올로 채우는 요즘 샐러리맨들에게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레거시 (2012)

The Bourne Legacy 
7
감독
토니 길로이
출연
제레미 레너, 레이첼 웨이즈, 에드워드 노튼, 조앤 알렌, 앨버트 피니
정보
액션 | 미국 | 135 분 | 2012-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