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공모자들 - 누가 이들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나

효준선생 2012. 8. 30. 00:10

 

 

 

 

 

영화 공모자들엔 놀라운 점이 몇 가지 보인다. 첫째, 로맨틱 코미디에서 찌질남으로 나와 결국엔 평균 이상의 스펙을 지닌 여성과의 사랑에 성공하는 캐릭터로 나왔던 임창정의 무미건조한 표정 연기와 둘째, 최근 지나치게 많은 영화에 얼굴을 내밀며 식상해 마지않았던 소위 씬 스틸러라고 불리던 조연급이 아닌 보기 힘들었던 조연배우들의 열연과 신인 여배우의 살신성인에 가까운 연기. 셋째 현지 촬영이 정말 힘들다고 소문난 중국 현지에서의 실감나는 로케이션. 바로 이 놀라운 점 세 가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결코 잘생긴 얼굴 아니다. 키도 키지 않고 목소리도 그다지 좋지 않다. 인상을 좀 쓰면 딱 동네 건달 견적이 나오는 임창정은 언제부터인지 로맨틱 코미디 전문배우로 낙인이 찍혔다. 비슷한 코미디 물에 나오던 그는 물론 투자한 만큼 뽑아준다는 복에 캐스팅이 된 듯 한데, 최근엔 그의 얼굴을 자주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영화 공모자들을 보고난 사람들은 임창정의 웃는 얼굴을 도통 볼 수 없었다고 하거나 왜 이제야 성격파 배우로 데뷔를 했냐고 칭찬이 자자하다. 사람은 나이값, 얼굴값을 하기 마련이다. 극 중에서 중국집에서 설계를 맡은 동생이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집행유예에 사람 패고 밀수까지 했으니 예순은 되어야 빵에서 나올 것이라고, 그는 이제 노총각 캐릭터를 버리고 고뇌하는 칼잡이가 될 모양인데, ‘제법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에게 나이가 들면서 활용도가 많아진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다.


근데 이 영화에서도 그는 코미디는 버렸지만 로맨틱은 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아리따운 어린 여자에게 매달리는 신세다. 배안에서의 모든 사건의 발발도 결국 큐피트의 화살을 맞기 위함이 아니던가. 배 안에서 그가 목숨걸고 지켜주려던 또 다른 인물 역시 그에겐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라고 본다. 누구 말처럼 소중한 추억이 몇 개나 될지, 코미디를 버렸음에도 세상의 모든 여자에게 ‘갓 브레스 유’를 외치는 그에게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역시나 잘 어울리는 옷을 입은 그에게.

 

 

 


최근 한국영화의 편수가 늘어가면서 멀티 캐스팅이 주효하다. 하지만 소수의 영화를 빼고 주연급 배우만으로 머릿수를 채울 수가 없기에 적당하게 웃겨주고 적당하게 울려주며 적당하게 굴러주는 조연들의 전성시대다. 심지어 출연한 영화가 한 달에 세 편씩 걸리는 조연들도 보인다. 아무리 잘 나간다해도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로  혀짧은 멘트라도 날릴라치면 고개가 돌아간다. ‘저 배우, 똑같은 연기라면서’. 아무리 맛있는 반찬도 두 끼 세 끼 연달아 먹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런데 이 영화의 조연들은 쉽게 주목받던 그들이 아니었다. 조달환, 이영훈, 신승환, 김재화등은 마치 이 영화에 올 인하기 위해 한참을 쉬었던 것 같이 포텐셜을 폭발한다. 이들이 없었다면 날고 긴다는 임창정과 최다니엘도 힘겨웠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인여배우인 정지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억척 연기엔 박수를 아낄 이유가 없었다. 이 영화가 장기밀매를 소재로 한다고 했고 그 대상자로 여자라고 해서 누가 이 엄청난 배역을 담당할까 궁금했다. 이름 좀 알린 여배우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녀의 이름은 엔드 크리딧에서 일부러 찾기 전까지도 알 수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 촬영과정이 지난했던 만큼 다음엔 더 큰 배역을 맡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중국에서의 로케는 그야말로 암전 상태에서 고양이를 찾는 일이다. 촬영허가도 쉽게 안 나지만 무엇보다 중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나오는 경우, 절대로 불가이며, 게다가 세관과 병원, 그리고 민간인 밀집골목 안까지 파고드는 로케이션은 보면 볼수록 저게 어떻게 촬영이 가능했을까 싶었다. 주요 공간이 인천에서 위해로 가는 배 안이라면 배가 인천항을 출발한 뒤엔 바로 중국 관할이라는 표현이 맞다. 제 아무리 한국 선적의 배라고 가정을 해도, 따이공의 면면을 그대로 펼쳐 보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마약 운반시 여성의 몸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설명하는 부분은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올해 들어 寡少해졌다. 아마 직접적으로 흥행과 관련이 된 탓이지만 서늘한 비수같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는 시계를 볼 필요가 없어서 좋다.  언제 빵하고 터질지 모를 긴장감과 의외의 인물을 통한 반전을 가미해 만든 쫀쫀한 콘티는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크게 보면 전직 따이공인 한 남자의 순애보같은 액션활극이지만 그 안엔 현실에게 크게 괴리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 좀더 섬뜩했다.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프닝에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이라는 자막이나, 엔딩에서 현직 아나운서의 멘트를 따다 마치 이 일이 발생했던 뉴스 브리핑이라도 되는 양 처리한 점은 독특했다.


무엇보다 의외의 인물이 터뜨려 놓은 핵폭탄급 반전을 정리하느라 잔가지를 놓칠 뻔한 후반부가 다소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인간의 본성은 성악설을 기반으로 한다는 말을 믿어야 하나 싶게 만드는 몰입도에선 엄지를 치켜들어 주고 싶다. 소재가 독특한 만큼, 흥행이 잘된다면 후속작도 가능할 것 같다. 임창정의 사랑은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만큼, 역시 그는 해피엔딩의 왕자가 아니던가

 

 

 

 

 

 

 


공모자들 (2012)

8.1
감독
김홍선
출연
임창정, 최다니엘, 오달수, 조윤희, 정지윤
정보
범죄, 스릴러 | 한국 | 111 분 | 201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