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벨아미 - 부와 성공의지 앞에 사랑은 누란지세

효준선생 2012. 9. 1. 00:42

 

 

 

 

 

영화 벨아미의 주인공 조르주는 가진 것이라고는 불알 두 쪽 뿐이다. 1890년 파리의 어느 골목 술집에서 옛날 동료였던 찰리를 만나 괜스레 친한 척을 하면서 얻은 얼마간의 돈으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포장을 멋지게 한 것이다. 허우대가 멀쩡한 탓에 갖춰입고 파티에 나타나자 근방 여인네들의 눈은 급기야 하트로 변하고 말았다. 가난뱅이 조르주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모양이다.


영화에서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여인들이 조르주가 나타나자 눈빛이 달라지는 걸 보면, 그녀들에겐 잘 생기고 키 큰 남자에게 끌리는 DNA가 유전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걸려든 클로, 그녀는 사실 조르주와 관계를 맺은 여자들 중에 가장 별 볼일 없는 여인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미모에, 나중에 알게 되지만 어찌보면 조르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준 플라토닉 러버에 가까운 동반자적 관계였다. 이 사실은 조르주를 알아본 술집 여자 때문에 일차 결별하지만 나중에서야 왜 그때 자신을 찾지 않았냐며 도리어 애교를 부리던 모습과 두 번째 결별의 빌미를 제공한 마들렌과의 결혼에 대해 들은 뒤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리디 어린 소녀와의 결혼 소식에도 그녀는 조르주를 자신이 육체를 던져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 마치 동성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르주에게 클로가 멘토와 같은 역할이었다면 신문사 상사의 부인었던 마들렌과의 결혼은 정략적이자 과감했다. 마들렌은 조르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스테리한 인물이다. 그녀 스스로 언급하길, 자신과의 결혼은 복종과 내조의 개념이 아니다. 난 자유롭고 싶고,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과 재혼은 안된다고 했다. 상사의 죽음이후 둘은 누군가의 시샘과 질시를 간신히 버티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생활을 보여주지만, 마들렌의 해박한 정치적 견해만 봐도 조르주는 그저 받아쓰기에 급급한 서기 역할로 만족해야 했다. 둘의 파경이 불을 보듯 뻔했다면 신문사 사주이자 조르주의 목을 쥐고 있던 루세의 아내인 비르지니와의 불륜은 경박해 보였다. 그리고 결말을 장식한 충격적인 결혼식은 그 정점을 찍고나서야 끝이 났다.


여기 까지 보면 마치 남자 주인공인 조르주에게서 돈 주앙이나 카사노바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좀 틀어서 생각해보면 파리의 여자들 역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이 갑자기 등장한 꽃미남을 알아서 농락한 것 같다. 눅눅한 조르주의 자취방도 싫고 사람들 눈도 의식해야 하는 여관도 싫고 그런 이유로 자기 돈으로 밀회장소를 꾸며놓고 수시로 조르주를 찾았던 클로,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이 불귀의 객이 되고 혼자 남았을때, 평소에 자신의 일을 도와주던 조르주를 자기 남자로 만들어 버린 마들렌, 그렇다고 온 마음을 다 주지도 않고 정치계 인사들을 떡 주무르며 하고픈 일은 다하던 그녀, 그리고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거들떠도 안보며 밖으로만 도는 남편 대신 조르주와 불륜을 잊지 못하며 구애를 하는 비르지니, 재물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던 그녀들이 조르주와 유지했던 관계라는 건 영속적일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은 전편에 흐른다.


그녀들에게서 느껴지는 청결하지 못한 이성관은 다시 말하면 불안감이다. 언제 조르주를 모른 척하고 시골출신의 비렁뱅이로 추락시킬지 모른다는, 그걸 아는 조르주는 생존을 위해 그녀들을 필사적으로 붙들거나 유혹했던 것이다. 마들렌이 조르주와 아주 짧지만 격한 정사를 나누는 장면, 거의 일방적인 행위다.


이 영화는 모파상의 원작 소설을 영상화 했다고 하지만 오늘날에도 유사한 케이스를 집어 볼 수 있다. 부와 권력으로의 상승, 가난한 자의 출세라는 건 가진 자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렇게 올라간 자리에서의 추락. 그걸 아는 자는 현명하고 그걸 모르는 자는 불행한 것이다. 조르주가 마지막으로 잡은 지푸라기는 어떨까? 쓸만 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랑 앞에 내놓은 조건, 자신을 최소한 한발 이상 상승시켜줄 사람을 찾는 것, 그게 순탄하다면 사랑은 더 이상 따질 필요없다. 그냥 나보다 많이 가진 자를 좇으면 된다. 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 건 다들 잘 알 것이다.


치정 미스테리 멜로극인 영화 벨아미의 뜻은 정다운 친구라는 뜻이다. 각각의 인물간의 관계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배신과 뜻밖의 행운이 겹치는듯 보이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호기롭게 펼쳐진다.  

 


 

 

 

 

 

 

 

 

 


벨아미 (2012)

Bel Ami 
8.2
감독
데클란 도넬란, 닉 오머로드
출연
로버트 패틴슨, 우마 서먼, 크리스티나 리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홀리데이 그레인저
정보
드라마 | 영국, 이탈리아 | 102 분 |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