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히스테리아 -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독특한 제안

효준선생 2012. 8. 27. 10:53

 




 

 

19세기 말 영국 여성의 대부분은 히스테리아라는 질병에 걸렸으며 이를 외과적 처치로 다스렸다는 설정이 영화 히스테리아의 소재가 되었다.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이 있듯 주변 환경과 맞물려 정서적 불안감과 이를 통한 짜증이나 우울증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정신과적 증세를 어떻게 물리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지 궁금했는데, 당시 의사들의 진료과정을 들여다 보면, 처치라기보다 여성 성감대를 자극해 성적 만족을 위무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외설스럽게 짝이 없는 일로 보이지만 의사들의 마음가짐으로 보면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영화에서 젊은 의사 모티머는 런던의 유명병원에서 근무한 바 있는데 워낙 성격도 까탈스럽고 당시 의료진들이 가지고 있는 소위 상식과 맞서는 통에 해고도 다반사로 했던 모양이다. 그러던 중 여성전문 병원에서 그는 자신의 소질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원장의 딸이 그를 마음에 두고 있는 듯 하니 잘하면 차기 원장 자리도 자신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원장에겐 두 딸이 있었는데 첫째 딸인 샬럿은 지금 말로 하면 사회봉사단체의 간사쯤 된다. 원장은 그런 딸이 대단히 못마땅하게 보였다. 대신 고분고분 말 잘듣고 골상학까지 배운 둘째 딸에게 병원을 물려주려고 하다보니, 결혼까지 염두해 두고 모티머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게 이른다.


이 영화는 여성의 성기에 직접적인 자극을 가함으로써 여성이 가지고 있는 성적불만을, 이때만 해도 이런 증세를 정신과적 치료가 아닌, 외과적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 병원이 잘되면 잘될수록 여성의 불만이 적지 않았음을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오늘날 여성들이 사용하는 성인 장난감 딜도의 탄생설화를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갇혀있던 여성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자각하고 잘못된 남성위주의 세상을 변혁시켜보자는 의도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보았다. 샬럿이 공무집행 방해등으로 재판정에 서 있을때 모티머가 증인으로 나서서 히스테리아의 증세와 원인등에 대해 증언했을때 많은 여성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는 것은 거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었기에 가능했다.


샬럿은 여성의 지위가 남성처럼 대학도 가고 선거권도 얻어내고 스스로의 욕구불만에 대해 혼자 끙끙거리지 말라고 갈파했다. 아주 우연하게도 먼지떨이 도구에서 휴대용 여성용 바이브레이터의 개발로 이어지며 돈방석에 오르지만 그 돈으로 역시나 여성만이 아닌 세상의 적지 않은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종자돈이 되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모티머가 돈 많고 남편과의 잠자리로 불만 가득한 런던 중년여성을 달래주는 일을 해왔다면 샬럿은 그와는 상대적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데 바빠서 히스테리아 같은 것은 느낄 시간조차 없는 서민을 위해 일을 해왔다는 사실에서 이 영화가 지향하는 지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여성의 정신적 고민을 그저 육체적인 질곡으로만 여기던 시절, 남자 의사에 의한 민망한 진료가 공론화되고 비록 우연한 발견이었지만 사람의 손이 아닌 물건으로 탄생해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성인샵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입에 올리는 것 조차 여전히 난감한 그 물건에 대한 탄생기록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사회전체에 기여할 수 방법이란 것이 개인적 성적 욕구의 만족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전이되는 측면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샬럿과 모티머의 포옹과 청혼은 그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저 한 남녀의 사랑이 아닌 여성의 사회진출을 응원하기 위한 디딤돌로서의.  











히스테리아 (2012)

Hysteria 
8.8
감독
타니아 웩슬러
출연
매기 질렌할, 휴 댄시, 조나단 프라이스, 펠리시티 존스, 루퍼트 에버렛
정보
코미디, 로맨스/멜로 | 영국,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 95 분 |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