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운오리새끼 - 언젠가 백조가 될 날이 오겠죠?

효준선생 2012. 8. 28. 00:08

 

 

 

 

 

지금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1994년까지 한국엔 방위병이라는 특수한 병종이 있었다. 현역과 비교되어 보충역이라는 어엿한 이름이 아닌 그냥 방위병이라 하면 몇 가지 드는 느낌이 있었다. 첫째, 몸 어딘가가 성치 않다는 것, 둘째, 빽을 써서 편하게 군대생활을 마치자는 것. 셋째 군인도 아닌 것이 민간인이 아닌 것이 라는 현역군인이 보기엔 뭔가가 마뜩치 않은 존재였음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방위병에게도 남모를 사연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2대 이상의 독자는 6개월만 하면 소집해제이기 때문에 18개월을 복무해야 하는 방위병에겐 형과 남동생의 존재가 마뜩치 않았고, 너무 뚱뚱하거나 너무 홀쭉하면 보충역으로도 편입되지 못하는 사유가 되는 터라 방위병 사이에도 약간의 시각차가 존재했다.


4주 기초군사 훈련을 받고 전방부대가 아닌 도심지 근무를 시작하면 소위 보직이라는 부분에서 다시 운명이 갈린다. 이미 말한 것처럼 부모가 힘이 있으면 꽃보직이라고 하여 국방부나 동사무소 또는 기관등의 행정병으로 가고 그것도 안되는 평범한 집 아이들은 행정병으로 가고 남은 잡일담당 방위로 풀리게 된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들이 테니스병, 골프병, 운전병, 취사병, 바둑병, 이발병, px병 등등이다. 그나마 이들은 정기 사격훈련도 면제받으며 운 좋으면 군대에서 골프장 풀만 뽑다 나오기도 하지만 전투방위의 경우는 차라리 현역으로 감만도 못한 케이스다.


이야기도 많고 많은 방위병 이야기가 정말 사실처럼 묘사된 곽경택 감독의 손을 빌어 나왔다. 영화 미운 오리새끼는 본격 군 병영 이야기지만 지금은 없어진 방위병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바로 감독의 실제 경험담이라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매우 사실적인 에피소드가 전반부에 펼쳐지는데 특히 현역 헌병과의 마찰은 늘 조마조마해 보였다. 헌병대대의 잡일전담 방위병으로 간 전낙만, 아버지가 군사독재 시절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이 되는 바람에 현역이 아닌 육 개월 방위병이 되었고 그 안에서 겪었던 정말 다양한 일들이 이 영화의 둘 중의 한 가지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바로 소외받은 자, 선택받지 못한 자, 사회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자들의 이야기다. 영화 후반부로 오면 군대 조직에서의 계급차, 병영문화라고 하기에도 뭣한, 짜웅과 아부가 편한 군대생활을 보장해준다는 믿음으로 아랫 것들을 들들 볶는 장면, 당시 시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시위문화의 한 장면들이 교묘하게 얽히며 마냥 웃을 수 만은 없게 했다. 유세장면에선 故 노무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유세장면도 나왔다. 그리고 클라이막스 부분에선 낙만이 졸지에 영창 근무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일들은 왜 남자들이 그토록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지 잘 말해주고 있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막고 6개월만 버티면 되는 낙만은 정말 부러운 케이스다. 하기사 그것도 싫어서 성한 몸을 일부러 다치게 하거나 돈을 써가면서 엉터리 진단서로 병역의 의무를 마치려는 인간들에겐 이 영화가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군 홍보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두환 시절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시절임을 낙만의 아버지를 통해 말하고 있으며 살벌하고 적적하기만 군대 안에서도 남자들의 우정과 용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게 된다.


1987년 10월 항쟁을 앞둔 그 시절을 그린 내용인지라 조마조마하게 보았다. 백조가 되지 못한 채, 미완성적 삶을 살고 타의에 의한 생활에 지쳐가는 청춘과 그 전 세대의 이야기로써 잘 사는 건 대체 무엇인지를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 미운오리새끼, 한 두명의 배우를 제외하면 전부 신인급 배우와 카메오로 충당했지만 조연들은 실제 군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리얼했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온 지 수 십년이 지나도 군대 꿈을 꾼다고 한다. 함께 연병장을 구르며 우리는 선배기수와는 다른 인간이 되자고 했건만, 그때의 그 녀석들은 다들 어디로 간 건지. 백조가 되어서 날아간 건지, 사라진 건지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지만 이 영화,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던 추억의 한 자락을 자극한다.   

 

 

 

 

배우 김준구, 모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된 신인연기자,

굉장히 안정된 기본기를 뽐내며 그 시절 방위병과 완벽한 싱크로를 보여준다.

 

 

 

 

배우 정예진, 시위진압대 사이에 서있는 그녀를 통해 시대의

강박과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배우 문원주, 그에게 이 영화는 최고의 필모그래피가 될 것 같다 

 

 


미운오리새끼 (2012)

9.4
감독
곽경택
출연
김준구, 오달수, 조지환, 문원주, 양중경
정보
드라마 | 한국 | 95 분 |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