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5쿼터 - 새로 피어난 긍정의 힘, 모두의 힘

효준선생 2012. 8. 26. 00:30

 

 

 

 

영화 5쿼터의 포스터를 보면 마치 자신에게 발언권을 달라는 듯 손가락을 좍 편 손바닥을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보고 나니 포스터 사진 속의 의미는 바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것이라고 믿기에 모두가 함께 새로운 긍정의 힘을 더하자는 의미의 행동의식임을 알 수 있다.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 속에 묻는다고 한다. 충분히 살아보지 못한 어린 아들을 어처구니 없는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에겐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된다. 그런데 그들 앞에 장기기증 제의가 들어왔다. 어떻게 하겠는가? 영화 5쿼터의 부모는 생각보다 쿨하게 기증을 선택한다. 생전에 아들이 언급한 부분이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어쩌면 이 영화는 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어떤 오래된 관습이거나 유교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시신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서양은 좀 다르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아무튼 자신의 몸을 헐어, 아니 아들의 몸을 헐어 5명에서 새로운 삶을 선사하고 떠난 어린 아들앞에서 남겨진 가족들은 한동안 중심을 잡지 못했다. 그나마 큰 아들은 교내 미식축구부원이 되어 새로운 팀웍을 만들어 가는 데 매진하며, 동료들도 동생을 잃은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된다.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미식축구팀, 만년 하위권 팀이지만 2006년 새로운 기적의 역사를 써나간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장기기증이라는 다소 흔치 않은 소재와 많고 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한국인에게는 낯선 미식축구의 결합은 엄청난 흥밋거리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들, 동생을 잃고 난 뒤 한 가족과 소년을 둘러싸고 있던 그들 커뮤니티의 결속은 생각외로 큰 울림을 주었다. 사고로 병원에 누워있는 소년을 보기위해 찾아온 지인들,  그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기 가족이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슬퍼해주는 모습이 생경했다. 이미 薄情한 시태를 탓해야 하는 모양이다.


이들 가족의 상심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바로 형이 다니는 학교의 미식축구팀이었고, 형은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을 대신해 어려운 훈련도 감수한다. 코치가 중간 중간 선수들을 모아놓고 들려주는 말들이 인상적인데, “ 에스키모인과 텍사스인이 함께 송유관을 매설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전자는 성공을 했고 후자는 실패를 했다. 그 이유는 에스키모 인들은 목표에 집중했고, 후자는 주어지는 환경과 여건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텍사스 인이 되지 말고 에스키모 인이 되어라”

열세임을 인정하는 한 편, 주어진 열악한 환경을 탓하기 보다 서로를 격려하며 이길 수 있음에 주력하라며 들려준 이야기다.


루크라는 소년이 남기고 간 건 비단 심장을 비롯한 다섯 개의 장기뿐이 아니다. 구심점이 부족했던 미식축구 팀에게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남겨진 가족들은 전보다 더 서로에게 관심을 쏟으며 살게 되었다. 영화 말미 낯선 여자가 루크의 부모를 찾아왔다. 갑자기 그녀의 가슴에 귀를 대는 아버지, 그리고 슬픈 듯 기쁜 듯 눈물을 흘린다. 바로 죽은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여자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분명히 감동을 자극한다. 커다란 이야기가 꼬인 실타래처럼 굴러가는 구조는 아니다.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보는 일들, 그리고 그게 어떤 모습으로 영향을 끼칠지 조심스레 다가가 노크를 하고 있다. 비록 나의 일은 아니라도 우리의 일은 아닐까요? 묻는 것 같다. 

 

 

 

 

 

 

 

 

 


5쿼터 (2012)

The 5th Quarter 
5.7
감독
릭 비버
출연
앤디 맥도웰, 에이던 퀸, 라이언 메리맨, 안드레아 파웰, 질리안 배더슨
정보
드라마 | 미국 | 90 분 |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