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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 나만의 것을 엿보실래요?

효준선생 2012. 8. 25. 00:03

 

 

 

 

 

북경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신호등에 걸리면 자전거 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쳐다보게 된다. 낡아 버린 신발, 금새 어느 한 쪽이 구멍이라도 날 것 같아 보인다. 그래도 버릴 수 없는 건 그 신발이 밟고 지나온 길이 바로 나에겐 歷程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어 본다. 인물 사진이 아닌 신발 사진.


영화 나나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는 척박하다고 하는 한국 독립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명의 여자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매고 거치해놓고 찍은 자신들의 이야기다. 촬영을 해본 적인 없는 감독으로서는 초보인 그녀들이 찍은 것인지라 일반적인 구도를 따지기 어렵다. 이를 갈무리한 부지영 감독의 손을 거쳤다.


드라마가 있는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단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말 그대로 프로젝트였기에 늘 화장발로 치장해 놓은 여자들의 민낯은 그래서 좀 생경스럽다. 그런데 그녀들은 맨 얼굴로 카메라에 대고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방식과 의도는 좋았지만 들어가는 컨텐츠가 무엇이냐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영화 창피해에서 김효진과 동성애 연기를 해낸 김꽃비, 그녀는 홍콩에서 영화를 찍는 기간을 이용해 이 영상물을 기록해 두었다. 그러니 영화 속, 다시 영화 속의 영상인 셈이다. 그녀가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그녀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혹은 한국과는 좀 다른 영화 제작방법에 대해 보여준다. 물론 그 영화도 블록버스터는 아닌 듯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작은 방에서 아주 편안하게 영어 공부를 하고 악기 연주를 하고 책을 읽었다. 편해 보인다.


영화 독, 라라 선샤인, 경등에서 그녀만의 아우라를 품어대던 양은용, 그녀는 미인형 얼굴이다. 하지만 뭔가에 분노해 차가운 표정을 지을라치면 세상 그 누구도 그녀를 당해낼 자가 없을 만큼 독특한 마스크의 소유자다. 그런 이유로 영화 속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소위 센 편에 속한다. 그런 그녀가 사랑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이미 떠나간 사랑을, 무엇이 아쉬워서 사랑을 갈구하나, 그녀의 영상 속에서 한 여자가 이런 말을 한다. 사랑하고 헤어지는 시간, 헤어진 뒤 슬픔을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사랑했던 시간의 두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 어떠랴 다시 사랑할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배우 양은용 역시 영화 검은 갈매기 촬영 장면을 집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서영주,  미안하지만 아직 그녀의 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녀가 이번 영상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건, 잘 모르겠다. 여배우가 지구를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서 그녀는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보라카이의 작은 학교에서 자기 법대로 부른 노래가 귀엽다.


세 여배우는 각자 촬영을 했겠지만 그렇다고 30분 씩 등장하는 옴니버스는 아니다. 교차편집을 하고 그 순서도 카오스적이다. 어떤 경우는 대사도 없이 휙 지나가는 바람에 누구의 몫인지도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어떠랴 영화에서 아쉬웠던 건, 기왕에 자유롭게 찍는거라면 공통 주제라도 하나 던져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드라마가 있어 보인 양은용 편의 사랑과 이별도 좋았을 것 같은데, 다소 산만하게 느껴진 것은 핸드 헬드라서 흔들리는 초점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희미해도 일관된 주제 의식을 읽어내지 못한 관객의 잘못이라고 쳐도, 보다 친절한 “움직이는 물체 사진찍기”였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서울 독립영화제의 의 두 번째 프로젝트 시도는 세 배우와 부지영 감독이 아마 바닷가로 엠티를 가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90분 동안 여배우의 속살을 들여다 본, 어떤 의미의 관음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검열을 통해, 편집이라는 수단으로 통해 얼마나 그녀들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극에서 그녀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이번 영화가 베이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2012)

My Selves 
8
감독
부지영, 김꽃비, 서영주, 양은용
출연
부지영, 김꽃비, 서영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9 분 |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