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이웃사람 - 죄 짓고는 못살아

효준선생 2012. 8. 24. 00:29

 

 

 

 

 

골목을 중심으로 옆집과 이웃이라며 살던 시절엔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면서 지냈던 때가 있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담벼락 너머로 들리는 이웃집의 오늘 이야기는 다음날 골목에 나온 아줌마들의 한숨 섞인 수다 속에서 散化되곤 했다. 하지만 골목은 사라지고 그 일대가 아파트로 개발되면서 한 가구당 같은 평수의 집구조를 하고 살면서도 서로 이웃이 누군지 알기 어렵게 되었다. 둔중한 철문을 닫아버리면 옆집에서 살인이 나도 알기 어려운 구조라 그렇다. 그 옛날의 이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빼꼼히 열린 좁은 틈 사이로 신문과 우유, 그리고 고지서만이 그들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아예 집안으로 스피커가 달려 예전처럼 반장이 가구마다 돌아다니며 반상회를 고지하지도 않는다. 아~아~ 관리실에서 알려드립니다. 해버리면 그만이다.


영화 이웃사람은 무서운 공포영화인가? 연쇄살인범이라고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지목된 102호의 젊은 남자는 흔히 말하는 사이코 패스인가? 그게 맞다면 그는 왜 반사회적 범죄행각을 벌이고 다니는가? 그리고 의심스러운 점이 느껴지는데도 주민들은 섣불리 공권력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스릴러적 요소가 다분하지만 그 해답을 범인 찾기나 범인 잡기에 두지 않고 내 옆 집 사람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피해자 가정의 움직임에 대해 여러 가지 각도로 들여다보고 있는 드라이한 드라마라고 보였다.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고 시작하는 영화의 경우는 범인보다 범인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인물의 행동에서 극적 효과를 노려야 하는데 이 영화는 어느 정도는 성공한 듯 싶다. 의붓딸을 잃은 계모, 가방가게 주인, 경비원, 피자배달원, 아파트 부녀회장, 그리고 사채놀이를 하는 건달 등의 캐릭터들은 102호 남자를 중심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한층 고무되어 있었다. 많은 수의 캐릭터들이 부각되고 각자가 이미 알려진 범인과는 또 다른 숨겨진 비밀을 통해 극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잘 하고 있느냐는 부분에선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이야기 전개는 사건 발생 후 각각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보이는 플랫형식으로 결말을 향해 켜켜이 쌓아올렸다가 막판에 터트리는 방식이다. 단 한 사람의 나쁜 놈을 향한 관심, 당연히 코너에 몰리는 102호는 “다들 왜 나만 갖고 그래” 하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것은 102호 남자를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는 사채업자의 경우인데 막강 사이코 패스 짓을 하는 사람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점이 낯설고 신선하지만 102호는 영민하게도 그런 그를 다시금 이용해 먹는다는 설정이다. 영화 말미에 그가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했음에도 관객들의 웃음이 나오는 건 공포영화를 보면서도 안도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보인다. 영화의 진정한 키맨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경비원으로 그가 보여준 마지막 한방이 이 영화의 쉽지 않은 결론인 셈이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힌 그에게 시건장치를 누르게 함으로써 그는 다시금 시간의 굴레에 던져진 것이니 개인적으로 불쌍하지만 이걸로 영화는 나쁜 이웃도 선의의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에둘러 봉합한 셈이다. 


영화에선 까치가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까치를 보면 그날은 손님이 온다는 속설이 있다. 영화에서 까치는 인물 이상의 역할을 해내며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매개가 된다. 까치밥마저 가져다 새엄마와 친해질 기회를 만들려고 했던 어린 소녀의 생각에 자연은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일까 아니면 방해를 하려고 했던 것일까 죽은 어린 소녀가 집으로 찾아온다고 말했던 계모와 소녀를 죽인 뒤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102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데칼코마니 케이스인데, 혼령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무서움을 추가하려는 단순한 영화적 장치로만 간주할 수 없는 마지막 큰 거 한 방이었다.


강남에 버금간다는 분당을 摘示함으로써 잘사는 동네에 상감된 허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야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불안한 증세를 구성원 모두에게 이식시킴으로써 관객들에게 “나는 잘사는 곳에서 살고 있으니 저 상황과는 관련 없다”는 인위적 방어심리마저 무장해제 시키며 공포의 몰입감을 극대화 시킨 영화라 할 수 있겠다. 평소에 세상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는 관객들에게는 극장을 나서 집으로 가는 어둔 밤길이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

 

 

 

 

 

 

 

 

 

 


이웃사람 (2012)

8.2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정보
스릴러 | 한국 | 110 분 | 201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