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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이니 존스 -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

효준선생 2012. 8. 23. 01:06

 

 

 

 

 

13살의 여자아이에게 던져진 선택지엔 지문이 몇개 없었다. 모두 정답이 아닌 것 같았다. 그 중에 하나를 찍어 놓고 맞는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채점자의 평가가 내려질 때까지 소녀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제이니 존스는 제목과 동명의 소녀가 겪어 내야할 성장통을 미국 특유의 공간적 미학을 배경으로 한 로드무비다. 이 영화엔 물론 소녀가 주인공으로 나서지만 그의 법적 보호자인 에단 브랜드의 이야기도 적지 않다. 이 두 사람의 접점인 혈육관계는 사실 모호하다. 제이니의 모친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친자확인같은 과학적 따짐은 포기하고 피붙이는 어쩌면 끌린다는 정서적 접근에 100% 투자하고 있다. 당연히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장면들이 많다. 무려 13년이나 떨어져 지낸 부녀가 현실의 어려움을 공동으로 겪어내면서 쌓아올린 정이라는 건 쉽게 떨어버릴 만 한건 아니다. 제이니가 처한 현실은 에단의 그것보다 못하지 않음은 인정하지만 과연 제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녀가 낯선, 제 아무리 친부라고 해도, 그런 남자와 함께 있고 싶을까


아버지로 나오는 에단의 경우, 창졸지간에 아버지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어린 시절 요절하고 엄마와의 사이가 틀어진 뒤 집을 나와 떠돌이 밴드 생활을 한지 십 수년째, 그에겐 아버지의 자격이 있긴 있는 걸까? 밴드 멤버들 역시 건전해 보이지도 않는다. 마뜩치 않은 실력에 투어버스를 타고는 다니지만 약을 하고 가끔은 멤버들끼리 다툼도 있다. 그런 마당에 딸이라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어찌보면 패자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부활전에 나설 수 있는 희망은 음악에서 찾아냈다. 부전여전이라고 음악적 소양이 다분한 제이니에게 끌리는 건 이런 유전적 인자인지도 몰랐다. 13살이지만 기타도 제법이고 코러스도 넣어 노래도 부를 줄 아는 딸,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에단은 자신의 아버지로서의 자격에 대해 조금씩 거부감을 허물어 간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좋지않은 일로 유치장에 들어간 아버지를 위해 보석을 신청하려고 애를 쓰고 직접 차를 몰고, 기타를 저당잡혀 보석금을 마련하는 제이니의 모습을 보면서였다. 그 시점에서 제이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치 천애고아라도 된 듯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세상에 아버지 마저 유치장에 들어가 버렸으니 자기가 할 일은 다 해봐야겠다는 마음가짐. 이런 장면은 에단에게도 발견된다. 가진 돈이 다 떨어지고 보석금과 기타를 찾아올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의절하다시피 했던 자신의 모친을 찾아간다. 그 심정은 참 애매했을 것 같다. 아니 옆에 딸만 없었다면 그는 구걸을 했어도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다시말해 누군가에게 의지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반대로 자신이 지켜주어야할 사람이 생긴다면 자존심, 위험 이 모든 걸 감수하고도 해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들 것이란 설명이다. 쉬운 일 결코 아니다.


한 순배 다 돌았다. 마약에 찌든 엄마를 다시 찾아왔고 아버지는 다시 길을 떠난다.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을 하게 해준 딸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어떻게 해야할까?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한데,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를 지켜줄 사람이 있다는 건 그냥 의무감 같은 것 만은 아닐 듯 싶다. 그게 피는 물보다 진한 이유다.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에서 죽어가는 언니 곁을 지켜주던 어린 소녀로 나왔던 아비게일 브레슬린이 제법 숙녀티가 난다. 실제로는 열 일곱인데 나이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음악 영화의 범주에 넣어야 할 정도로 여러 곡의 오리지널 넘버가 등장한다. 통키타 반주에 맞춰 아이리쉬 팝을 주로 부르는 그들의 모습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제이니 존스 (2012)

Janie Jones 
8.6
감독
데이비드 M. 로젠탈
출연
아비게일 브레스린, 알레산드로 니볼라, 엘리자베스 슈, 피터 스토메어, 조엘 데이빗 무어
정보
드라마 | 미국 | 107 분 | 2012-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