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널 좋아했던 그때가 애틋해

효준선생 2012. 8. 22. 00:19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슬프기만 하지는 않다. 첫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랑을 할 수 있었고, 대개 어른이 되려는 초입에 경험했던 그 알싸한 기억들이 모두 추억으로 남아 삶의 자양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바로 이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회고록이다.


1996년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남학생의 나레이터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복고적 냄새가 물씬 난다. 대만 어느 시골, 작은 사립학교 학생들인 그들은 미래에 대한 꿈과 인생설계라는 현실보다, 같은 반 여자아이에게 대시를 잘하는 방법, 수업시간에 엉뚱한 행동을 해가며 그저 놀기 바쁜 청춘들이다.


커진통과 션지아이는 감시자와 말썽 학생 관계로 만난다. 그렇다고 커진통이 흉폭함을 두루갖춘 폭력적 아이는 아니다. 그저 삶에 대한 치열한 의식이 다소 부족할 뿐 영화 중반부 션지아이에서 잘보이기 위해 열공모드로 돌입하는 모습에선 웃음이 인다. 그 모습은 선생님에게 잘보이기 위해 그 과목만 열심히 하는 우리네 학생들의 모습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학창시절의 뜨거운 열애를 그린 로맨스가 아니다. 그저 마음에 담아두고는 있지만 제대로 표현조차 하기 어려운 여린 마음에 얇은 막을 하나 쳐놓은 듯한 알싸한 내음이 좋다. 그래서 첫사랑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두 아이들이 등을 하늘로 올리며 서로에게 소원을 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자기와 사귀겠냐고 묻고 싶지만 싫다고 대답이라도 할까봐 대답하지 말라고 하는 커진통, 이미 사귀겠다고 등에 써놓은 션지아이의 글씨가 오버랩되면서 여전히 서로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이 애틋해 보였다. 이 영화는 두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면서 우리가 이미 겪었을 법한 사랑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오해와 갈등들이 드러났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인해 헤어짐도 그려졌고 지진이 나자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 전화가 무려 2년만의 첫 전화라니. 여전히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초반부엔 장난꾸러기 커진통의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다소 민망한 장면도 들어가고 요즘 세태와는 좀 다른 느릿한 템포로 인해 공감이 안되는 부분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이미 지난 이유로, 빨리빨리만 외치는 우리에게 살포시 다가오는 사랑은 시작무렵의 설레임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던가. 동년배라고 해도 정서적인 철듬은 여자아이들이 빠르다. 심지어 동갑과는 사귀지 못하겠다고 하는 여자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사랑은 나이로 구분되지 않는다.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새 나를 위해주는 누군가가 늘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안전감을 준다. 그리고 어느새 사랑은 다가왔다.


고등학생이었을때의 이야기가 80% 대학 진학후 이야기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관객들은 오프닝 장면만 보면 두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 백년가약을 맺었나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한 일종의 트릭이다. 지켜주지 못한 사랑앞에서 흔쾌히 축하해 줄 수 있는 베스트프렌드로 남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 눈동자 속엔 네가 가장 밝게 보인다니, 이젠 지금의 사랑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최강동안을 자랑하는 대만의 진연희가 실제나이보다 11살이나 어린 여고생 역할로 나오며 상대역인 가진동과도 무려 8살 차이가 나지만 그들의 나이차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제법 잘 어울리는 푸릇푸릇한 청춘들의 멜로 스토리와 당시를 추억할 수 있는 소품들이 이 영화를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다. 한국 영화 몽정기와 건축학개론을 섞어 놓은 듯한 내용으로 보면 이해가 쉬울 듯 싶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2)

You Are the Apple of My Eye 
8.6
감독
구파도
출연
가진동, 진연희, 학소문, 장호전, 채창헌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대만 | 107 분 | 201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