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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젝트 님 - [리뷰] 그냥 침팬지처럼 살게 내버려두면 안되나요?

효준선생 2012. 8. 12. 05:43

 

 

 

 

 

태어나자 마자 제 어미와 강제로 격리수용된 어린 침팬지 님 침스키, 1973년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허버트 테라스 교수는 영장류인 침팬지를 인간과 같은 조건하에서 양육하면 인간의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다. 어린 님을 데리고 간 스테파니는 자신의 자식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님을 키운다.


영화 프로젝트 님은 동물 실험을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에 의해 거둬지고 또 버려진 한 마리의 침팬지의 일생을 통해 소중한 것은 결국 생명이며, 어디서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다큐멘터리다. 오래전 사진과 영상을 짜깁기 해놓은 것들이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러티브를 구현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견 작년에 본 SF영화 혹성탈출의 원형을 보는 것 같았다.


테라스 교수의 의도는 지금 생각하면 무리수에 가까웠지만 당시엔 획기적이거나 진보적인 궁금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내세운 준거라는 게, 영장류에게 인간의 말을 가르친다면 분명 소기의 목적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인데, 영화의 흐름은 님이 인간의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보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에 의해 쓸모없는 계륵같은 존재로 전락함으로써 생명 가치에 대한 경시를 꼬집는 것 같은 불편함이 전해졌다.


스테파니의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콜롬비아 대학 연구소로 옮겨간 님은 말대신 수화를 통해 단어를 인지했고 이를 책임진 학생과 테라스 교수의 견해차이로 다시 수화 연구가에게 넘겨졌다. 그 이후 여러 사람 손에 의해 거두어진 님은 겉으로 보기엔 쉽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늘 버려진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모양이었다. 유기된 동물들이 갇혀있는 곳에서 다시 스테파니를 본 님이 보여준 행동이나 그나마 자기에게 관심을 갖고 대해준 사람들을 물어 뜯는 맹폭한 행동들은 그냥 그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


이 영화는 님을 보살펴 준, 혹은 길렀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내다 버린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님에게 호의를 베푼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편의에 의한 선택을 한 셈이다. 특히 이 실험의 주체였던 테라스 교수의 방관자적인 태도는 결국 님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모티프가 된 셈이다. 님이 갓 태어났을때의 귀여운 모습에 잠시 현혹되었지만 어느덧 사람보다 빠르게 자라나며 야생의 유전자를 여전히 갖고 있는 님의 행동에 사람들은 쉽게 지쳤고 금새 포기해 버렸다.


동물에게 말을 가르쳐보겠다는 실험 목표는 애시당초 이룰 수 없었으며, 수화를 가르쳐 인지행동의 변화를 보겠다는 차선의 목표도 누구하나 관심 가져주지 않는 사이, 님은 침팬지의 야성을 확인해주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님 역시 목숨을 가진, 인간과 다름없는 동물이라는 점이다. 기계의 실험이라면 폐기해버리면 그만이지만 님은 그럴 수 없는 존재다. 말년에 우리에 갇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씩씩거리는 님을 보면서 누가 그 예전에 사람들을 따라다니던 귀염둥이라고 하겠는가.


실험의 시행착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님이 겨우 26년을 살다 심장마비로 동물원 안에서 사망했다는 엔딩자막을 보니, 우리도 어쩌면 님의 처지와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님이 죽은 지도 십여년이 흘렀다. 여전히 제 2의, 제 3의  님이 사람들에 의해서 다목적용으로 길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유명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와 비슷한 이름을 가졌던 님 침스키, 행동력은 유전이 되지만 언어는 결코 유전으로 전해지지 않음을 알기엔 그다지 오랜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침팬지는 침팬지로 살 때 가장 행복하다. 침팬지가 사람 말을 하거나 인간이 인간답게 굴지 않는 모습은 정말 놀랍지 아니한가.

 

 

 

 

 

 

 

 

 


프로젝트 님 (2012)

Project Nim 
8.6
감독
제임스 마쉬
출연
밥 안젤리니, 번 코헨, 리건 레오나르드
정보
다큐멘터리 | 영국 | 99 분 |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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