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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효준선생 2012. 8. 12. 04:07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조선조 세종의 즉위 직전 왕을 둘러싼 그럴듯한 이야기를 중심으로한 팩션이다. 역사서에 기술된 세종의 이미지를 보면 좀 특이한 구석이 있다. 하루 종일 책만 보고 육식에 집착하여 고도 비만으로 말년엔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유난히 움직이는 걸 싫어하여 눕기를 좋아해서 등창(종기)이 자주 생기고 치료를 위해 온천에 자주 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종대왕은 집현전 학자들과 도모하여 한글을 창제하고 장영실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박연으로 하여금 아악을 정리하게 했다는 정도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한 성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세종이 셋째 아들이라는 핸디캡(장자 우선승계의 법칙은 유교주의를 근간으로 한 조선시대때의 불문율이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 태종 역시 장자는 아니었으며 세종이후 장자 계승의 법칙을 지킨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을 극복하고 조선 초기 국가의 토대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었던 근거에 대해 그가 궁을 떠나 고생스럽지만 진심어린 민생탐방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집어넣었다.


전제군주 시절 왕은 물론이고 세자의 부재는 그야말로 사건 중의 사건이다. 암행을 한 왕들이 많지만 어디까지나 생색내기에 불과했을뿐, 사실인지 여부조차 알 길이 없다. 미디어가 전무하던 당시 평복을 입은 왕을 알아볼 백성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더더욱 왕세자에 이르면 본인입으로 내가 왕세자다 라고 떠들고 다녀봐야 미친 놈 소리밖에 더 듣겠냐만 태어나길,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이유로 조금 고생을 하다보면 언젠가 알아줄 날도 있을 것임을 믿고 있었던 듯 싶다.


이 영화는 왕자와 거지라는 마크 트웨인의 소설책을 그대로 차용했다. 척보면 초등학생도 알만한 이야기를 굳이 끌어다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위적인 우연을 통해 서로 뒤바뀐 운명에 대해 정작 본인들은 무감각해 있는데, 오히려 주변인물들은 뒤바뀐 왕자와 거지를 통해 자신의 이득을 꾀하려고 한다. 특히 궁으로 들어간 거지출신을 놓고 권문세가 귀족과 고위관료들은 세자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싶어하는 과정이 들어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영의정 신익인데, 심지어 진짜 세자를 제거하려는 불순한 의도마저 내비친다. 붕당의 정치가 무르익기 전임에도 조정의 대신들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왕은 기분내키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던 장면들. 이쯤되면 감독은 뒤바뀐 세자의 자리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액션 스릴러에 미련을 두기 보다 올바른 정치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더욱 공을 들인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답안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다는 것인데,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궁밖으로 나간 진짜 세자가 바로 민초들을 만나며 그들의 삶을 나누고 있는데, 편치는 않다. 줄기차게 그를 쫒아다니는 무리와 잡혀들어간 관청에서 치도곤을 맞게 되자 자신이 세자라고 밝히는 데도 오히려 놀려대는 탐오한 관리들에게 대체 백성을 보살핀 다는 게 무력만으로 가능한지 에 대해 묻고 있었다.


할아버지인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고 겨우 50년도 안되는 시기에 이미 숙부와 부친사이의 혈육지쟁을 목도한 충녕대군에게 왕위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왕이 되기 싫어 못하는 술을 마시고 형들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하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충녕에게 민심을 살펴볼 기회가 생긴 것은 하늘이 그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솔비라는 어린 소녀를 통해 가부장적 세상과 가난이 주는 고통을 들여다 보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이 전횡을 일삼는 사또를 통해 치세의 교훈을 얻었다. 만약 충녕이 담을 넘지 않았다면, 책상머리에서 공자왈, 맹자왈만 읊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는 명나라 사신앞에서 굴종없는 외교의 원칙을 말했고, 공자의 이야기를 통해 민심을 얻지 못하는 정치란 있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 등장한 충녕의 모습은 유약한 서생처럼 보였다. 그가 만약 세상 밖으로 나가보지 않았다면 그는 거지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한 나라를 책임지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천운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스스로가 각고의 노력을 해야 부족한 깜냥도 메울 수 있다. 그리고 옳지 않은 방향으로의 독단적인 고집이나 민심에 反하는 정치 역시 박수를 받을 수 없다.


15세기 중반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왕”의 자리에 오르려는 자들에게 경계를 남기고자 하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보인다. 대선이 있는 해이지 않는가. 제목으로 나온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충녕이 아닌 거지가 중얼거리는 말이라는 점을 "왕"이 되려는 자들은 반드시 기억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2012)

7.8
감독
장규성
출연
주지훈, 백윤식, 변희봉, 박영규, 임원희
정보
시대극, 코미디 | 한국 | 120 분 | 201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