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텝업 4 : 레볼루션 - 우리 아지트를 뺏지 마세요

효준선생 2012. 8. 7. 01:47

 

 

 

 

기존의 댄스 배틀 영화들이 가진 한계를 우선 꼽아보면 춤“만” 춘다는 것이다. 이들이 뿜어내는 춤의 향연은 아름답지만 의식이 없는 춤은 근육의 움직임일 뿐이다. 그렇다고 춤에 무슨 이데올로기라도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춤 영화들을 보고 나면 화려한 움직임, 거기에 양념처럼 들어간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정도만 생각날 정도인데, 이런 장르의 대표 시리즈인 스텝업 역시 3편까지는 이런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스텝업 4 레볼루션은 좀 더 다른 세상과 맞서는 모습을 집어넣어 신선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선 개발이라 하면 기존에 있던 건물을 싹 쓸어버리고 그 위에 번듯한 고층건물을 세워 부가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재정착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고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차지가 된다. 저항은 용역이라 부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힘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런 과정이 일종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졌다. 만약 미국 마이애미 해변에 최고급 리조트와 휴양시설을 만들기 위해 그곳에 있던 서민들의 가게와 거주지등이 하루아침에 철거될 운명이라면?


영화 스텝업4 레볼루션은 사회성 짙은 문제제기를 해보려고 시도를 한다. 그런데 스트리트 댄스와 시위문화 사이에서 접점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춤만 가지고 거대한 개발조직과 맞설 수 있을까? 영화에선 개발업자를 대표해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앤더스 그룹을 내세웠다. 그가 밝힌 청사진만 보면 이 일대는 桑田碧海, 새로운 여가문화의 중심지로 우뚝 설 것 처럼은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곳에서 그들의 문화라고 불리는 것들이 사라지는 건 자명한 일이다. 펍바, 이들의 아지트, 심지어 남자 주인공이 사는 집까지 철거대상이다.


특정 인물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철거를 반대하자는 논리는 아니다. 대신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주자는 주장이다. 이런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 몹(MOB) 크루들은 그동안 주안을 두었던 동영상 유투브의 클릭수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예술적 시위문화를 통해 주민들의 입장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이 영화는 두 가지의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명의 댄스팀이 인기를 얻고 그 인기를 발판으로 소정의 우승상금을 차지하는 데 유리하도록 하자는 취지, 그를 위해 그들은 거리 곳곳에서 일종의 번개 퍼포먼스를 펼친다. 마이애미 해변도로에서, 미술과, 시의회 안, 그리고 컨테이너 하역장 앞에서 그들은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졌다. 특히 미술관에서의 퍼포먼스는 상당한 노고가 엿보였다. 그저 비보잉 수준이 아니라 아트한 면이 돋보인 시퀀스였다.


다른 하나의 이야기 축인, 재벌의 딸의 소망인 댄서의 꿈, 잘 매치가 안되어 보이지만 아버지로서는 반대할 만한 사유고, 딸로서는 편하게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것에 반해 자신의 꿈을 피력할 수 있는 가치관이 바로 춤이었다.


이 두 가지 이야기가 결국 앤더슨 그룹의 대규모 개발을 지양하고 원 주민들과의 공조를 모색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다시말해 이 영화가 사회적 메시지를 넣으려는 시도는 높게 평가하지만 아직도 춤하나 만으로 개발이익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건 조금 나이브해 보인다. 그래도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열심히 춤을 추는 사람들은 멋져 보인다. 생각보다 줄거리가 탄탄하고 워낙 실력파 춤꾼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져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다.


이들 크루들이 춤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 음악반주 믹싱작업, 이미지 작업, 스턴트 분야별로 각각 나누어 자신이 잘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이자 코퍼레이션처럼 보였다. 이 영화 역시 남녀 주인공의 멜로라인이 삽입되어있고 이런저런 오해와 갈등국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별스럽지는 않다. 마이애미라는 남국의 풍광이 어우러지고 조금의 지루할 틈도 없애버리는 그들의 춤사위가 대단히 멋스러웠다.

 

 

 

 

 

 

 

 


스텝업 4 : 레볼루션 (2012)

Step Up Revolution 
9.5
감독
스콧 스피어
출연
라이언 구즈먼, 캐서린 맥코믹, 스티븐 보스, 채드 스미스, 메건 분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93 분 | 201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