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애니멀 킹덤 - 진흙탕에 빠진 가족, 살아남아야 한다

효준선생 2012. 8. 5. 14:23

 

 

 

 

 

아직도 브라운관에서 하는 지 모르겠다. 주말 오후 시간, 독특한 목소리의 성우아저씨가 해설을 해주는 동물의 왕국, 언제적 필름인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화면 오른쪽 상단에 HD라는 표시가 달린 걸 보면 엉터리 영상물은 아닐텐데, 여전히 흐릿하게 보인다. 아마도 원근으로 촬영을 해서 일거다. 동물들 곁으로는 가까이 가서는 안될테니까 동물의 왕국을 잘 보면, 인간사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책에서 배운 바대로라면 먹이사슬 맨 꼭대기에 있는 동물이 순차적으로 아래에 있는 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 프로그램속의 동물들은 그런 인간이 배운 상식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하이에나가 사자를 잡아먹거나 늙은 표범이 어린 표범을 잡아먹기도 한다. 약육강식이라거나 굶주림을 겪어보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로는 해석이 잘 안되는 장면들이 나올라 치면 그래서 못 배운 동물인 거야 하며 다른 채널로 돌리곤 했다.


영화 애니멀 킹덤엔 그 흔한 개 한 마리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물론 인간들이다. 그것도 가족이나 다름없는 조카와 삼촌들, 그리고 할머니. 이들을 일컬어 동물의 왕국에서나 볼 수 있는 동족 상잔의 비극을 엿볼 수 있다는 건, 그저 이들이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을 가진 패륜적 패밀리라고 매도할 수 만은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일의 발단은 간단하다. 약물 중독으로 엄마가 죽고 혼자 남겨진 조쉬는 할머니 집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따뜻한 혈육의 정이 아니라 범죄 소굴 같은 외삼촌들의 가증스런 냉대뿐이었다. 특히 봅은 마약 밀매등으로 돈을 벌고 이들 가족은 집안에서도 버젓이 약을 흡입하는 콩가루 집안이다. 어느날 경찰에 의해 작은 삼촌이 죽자 남은 봅 삼촌은 길길이 날뛰며 본색을 드러낸다. 이런 위험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여자친구 집에서 머물기도 하지만 그 마저도 불안하기만 한 상태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한 가족의 일탈행위만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따져보면 세상에 부정하고 부패한 그룹들은 모두 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능한 경찰, 밥그릇만 챙기는 변호사들, 삼촌에 결코 뒤지지 않는 앞선 세대를 대표하는 할머니까지. 그야말로 아수라장, 아귀다툼이다.


그래도 조쉬에게 애정을 보이는 형사는 그에게 말한다. “아직 미성년자인 너를 지켜주어야 마땅하지만 그들은 너를 지켜줄 것 같지 않다. 스스로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 그러나 너무 늦은 말임을 조쉬는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조쉬는 이제 18살이다. 누군가의 보호가 여전히 필요한 나이지만 엄마는 약물중독에, 삼촌들과 할머니는 극악무도할 뿐이다. 그곳은 따뜻한 온실이 아닌 피비린내나는 지옥도와 다름없었다.


삼촌 가족과 경찰들과의 반복되는 실랑이가 지루해질 무렵, 가족이라고 하기 어려운 또 한 가족이 처참하게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리가 혈연이라며 가족으로 칭하는 사람들 중엔 비록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들의 가족도 포함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야말로 무자비하다. 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세상 그 누구라도 내 총 한방으로 입을 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자들이다. 누가 상대가 되겠는가.


막장 콩가루 집안의 일탈이 대충 갈무리가 되어가나 싶었지만 살아온 날 보다 죽을 날이 가까운 할머니의 교활한 만행 앞에선 더 이상 할말을 잃게 만든다.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조쉬에게 선택의 길은 많지 않아 보였다. 충격적인 결말을 목도하고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애니멀 킹덤인지 알 수 있다. 주말에 볼 수 있는 동물의 왕국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걸 가족이라고 포장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애니멀 킹덤 (2012)

Animal Kingdom 
7.9
감독
데이비드 미코드
출연
가이 피어스, 벤 멘델존, 제임스 프레체빌, 재키 위버, 루크 포드
정보
범죄, 스릴러 | 오스트레일리아 | 113 분 | 201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