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 - 때로는 비상탈출도 필요해요

효준선생 2012. 8. 9. 01:21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비상탈출은 정말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이라고 합니다. 세상에 그 누가 죽음을 불사하고 전투기와 함께 산화하기를 바라겠나 싶겠지만 명예를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그들이라면 밖에 보는 우리들에겐 남다른 속사정이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해서 간혹 들려오는 전투기나 헬기 추락사고시 유독 인명피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유추됩니다.


예전에 사원 연수때 나온 강사가 바로 이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었습니다. 전투기 한 대 가격이 얼마나 되는 지 물어보고는 전투기와 조종사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100% 전투기를 포기한다고 알려주더군요. 비단 인명의 고귀함 만은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된 파일럿 하나 키워내기 위해서는 전투기 가격 그 이상이 들어가며, 만약 그게 유사시에 발생하는 일이라면 금액으로 셀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분신과도 같은 전투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말한 바와 같습니다.


오늘 올 여름 화제작으로 떠오를 영화 알투비: 리턴투베이스를 보고 왔습니다. 전투기 조종사가 주인공이다 보니 여러 가지 군사, 항공용어들이 나오는 데 그 중에서 이젝션(ejection)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옵니다. 배출하다는 의미로 전투기에서의 비상탈출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이젝션을 요구하는 상황이 여러차례 나옵니다. 그 비싼 전투기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을까요? 전투기 정비사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비중있게 나오는 영화이니만큼 정비불량이 소재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유는 하나뿐입니다. 바로 실전입니다. 한반도 땅위에서 실전이라면 북한과의 국지전인데, 바로 이 영화는 그 점을 최대의 볼거리로 만들었습니다.


북한 전투기와의 대결구도라는 게 말처럼 갖다 붙이기 쉽지 않은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는 상당한 모험을 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으면 현란한 전투기 출격장면과 마치 고속도로 위에서 카체이싱을 하는 듯한 두 대의 전투기들의 아슬아슬한 충돌과 격추장면이 이어지면서 매우 그럴 듯 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린 시절 안방극장에서 지치지 않고 보았던 전투영화들의 아류인 셈일까요? 하늘 위에서 발생한 이 비극적 소재가 그냥 눈요기에 불과하고, 결국 이기면 되는 것 아니냐며, 승자 축하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일 영화일까요?


이 영화는 하늘위에서 벌어지는 일만 그린 영화는 아닙니다. 땅위에서 바퀴를 땅에 대고 있는 전투기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들은 전투 출격에만 목숨을 거는 듯한 북한 쪽 사람들의 이미지와는 매우 상반되어 있습니다. 계급에 상관없이 농담도 즐기고 사춘기 소년, 소녀들처럼 사랑도 합니다. 또 누군가는 결혼을 준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뭔지 모르게 그들을 옥죄는 뭔가가 있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유난히 행복해 보이거나, 혹은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는 사람들은 다들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되다는 클리셰 말입니다.


상업영화에 주로 나오던 배우들이 격납고와 타워부스 안에서 연기하는 것이 어설프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적은 캐릭터만으로 이것저것 에피소드를 집어넣으려니 다채롭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놀던 물이 많이 달라서라고 보입니다. 지금은 군에 가 있는 정지훈의 나름대로 훌륭한 하드웨어와 촬영당시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알려져 화제가 된 정석원의 모습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어차피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달달한 러브라인을 보러 갈 사람들을 만족시켜줄 영화는 아닌 듯 싶습니다. 조연들의 코미디 연기에 푹 빠져 박장대소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대신 시원한 여름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은 고공 전투기 항공 시퀀스 때문에 보러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 부분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근자에 본 그 어떤 영화 이상으로 보입니다. 컴퓨터그래픽을 얼마나 썼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실사와 씨지(CG)의 차이점을 별로 느낄 수 없을, 아니 100% 씨지라 한다손, 눈 깜짝할 사이 휙하고 지나가는 전투기의 웅위함과 일부러 고속촬영을 시도해서 마치 눈 앞에서 정지된 듯하게 찍은 충돌장면들은 그야말로 하이테크의 승리입니다.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스크린을 응시하는 관객이 파일럿이 된 기분이 들더군요.


영화 오프닝을 장식한 오금을 저리게 만든 제로노트(수직상승한 전투기가 고점에 이르러 속도를 제로로 만들면 전투기가 그대로 수직하강하는 기술, 상당히 위험해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가 재미삼아 허투로 나온 게 아닌 점도 마음에 들고, 죽음과 명예의 갈림길에서 순간적으로 고뇌하는 전투기 조종사의 갈등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어나서 전투기 한번 타보지 못할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짜릿하고 아찔한 탑승 감각을 고스란히 전이해주는 그 느낌이 좋더라구요. 


분단국가에 살아서인지 전쟁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는 영화에는 민감한 반응이 적지 않습니다. 비록 픽션이라는 오락영화 속 이야기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던 공군 특수비행팀보다 목숨을 걸어야 가능한 21전투 비행단을 선택한 주인공의 웃음처럼, 이 영화가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받아들여지느냐, 혹은 반공만이 우리의 살길이다 라며 수시로 국군 홍보영상물을 틀어주던 그 시절의 그렇고 그런 영화로 받아들여질지 그게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알투비 : 리턴투베이스 (2012)

7.7
감독
김동원
출연
, 유준상, 신세경, 김성수, 이하나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113 분 | 201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