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시스터 - 산다는 것은 결국 관계맺음이라는 걸 말한다

효준선생 2012. 8. 7. 01:12

 

 

 

 

아이들이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발각이 되면 주인들은 다짜코짜 가정교육을 들먹이며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한다. 부모는 아이들 대신 주인의 야단을 고스란히 받아낼 것이며 때에 따라선 물질적 보상도 해야한다. 그런데 만약 그런 역할을 해줄 부모가 부재하다면? 그렇다고 아이들의 부정행위를 올곧이 부모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도 없지 않는가.


스위스는 알프스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소비에서 많은 수입을 올리고 산다. 그 와중엔 영화 시스터에 나오는 12살짜리 꼬마 시몽처럼 관광객들의 소지품을 훔쳐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겠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는 말처럼 시몽은 장갑같은 소품에서 나중에 보드나 스키처럼 자기 키보다 큰 메인 이벤트에까지 손을 댄다. 처음 식당 아저씨에서 잡혔을때 시몽은 그렇게 훔쳐 판 돈으로 우유와 휴지같은 생필품을 산다고 했을때 헛웃음을 보였다. 그럴만도 했다. 게임기나 장난감 살 돈이 아닌 휴지를 살 돈이라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 나온 것처럼 시몽의 누나가 아니라 시몽이었다. 그의 누나인 루이의 행색을 보면 12살 꼬마를 키워야 할 누나가 아니라 철부지 여동생처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하고 다는 거라곤 남자만나서 놀러다는 일 뿐이고 오히려 거기에 필요한 돈을 시몽이 대주는 형편이라니 좀 이상할 뿐이었다.


멀리, 혹은 그 안에서 알프스란 공간은 다소 폐쇄적이면서도 사람을 압도하는 뭔가가 있다. 장르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보기 시작했다면 살인사건이라도 나는 스릴러일까 싶기도 했고, 시몽의 일탈행위가 반복되면서 큰 일을 치루겠구나 하는 추측도 들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다. 가족이라고 해봐야 비록 달랑 두 명이 등장하지만 그 두 명 사이엔 영화 전반부에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소위 양육은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건데도 이 문제 많아 보이는 “시스터”의 행동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며칠전 본 영화<케빈에 대하여> 역시 부모 자식간의 문제적 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피붙이 임에도 경원시하는 두 사람, 그러면서도 떼어버리지는 않으려는 두 사람, 마치 자석의 같은 극성이 서로의 반대 극성을 찾아 맴도는 형국이라고 하면 옳겠다. 알프스 산자락 아래 홀로 우뚝 선 아파트가 그들의 거주지다. 어떻게 그런 건물이 그런 곳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하고 많은 동네 중에서 그들은 왜 거기서 살고 있는지, 이 영화에서 알프스 정상과 아랫동네는 말 그대로 천양지차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돈 좀 있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산 정상, 그곳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는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산 아랫동네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가난한 동네 아이들의 숨박꼭질 놀이터다. 시몽은 이 두 곳을 오고 가며 언젠가 자신이 꼭 하고픈 일, 아니 말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바쁘게 살 뿐이다.


케이블카는 산 정상과 아랫마을을 이어주는 매개가 될 뿐더러, 시몽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알아가는 장소가 된다. 자신의 이름을 줄리엔이라 속이며 엄마의 대체제에게 호감을 느끼고, 식당 종업원에게 형의 존재를 대리한다. 또 아랫마을에선 누나의 남자친구에게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나도 여기에 살고있음을 소리친다. 알프스에 올라 “야호”라고 고함을 치면 다시 내 귀에 메아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귀가 나만의 메아리를 채가는 것은 아닐까 늘 엄마가 그립지만, 섣불리 불러보지 못한 12살의 꼬마 시몽에겐, 현실같은 오늘을 버티는 게 일인 셈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엔딩컷 주인공이자 미션 임파서블4 에서 매력적인 킬러로 나왔던 레아 세이두의 아름답고 볼륨감 넘치는 몸매도 한 몫 하지만 이 영화는 프랑스 아역배우 케이시 모텟 클레인의 원맨쇼 같은 영화다. 영화 시스터를 보고 나면, 두 사람의 사연 때문에 뭉클함을 꼭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스터 (2012)

Sister 
8
감독
위르실라 메이에
출연
레아 세이두, 케이시 모텟 클레인, 마틴 콤스톤, 질리언 앤더슨, 장-프랑수아 스테브냉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스위스 | 100 분 | 201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