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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8집 : 398일의 기록 - 시간은 음악사이로 흐른다.

효준선생 2012. 8. 3. 03:59

 

 

 

 

벼락 같이 등장해 한국 가요사에 획을 긋고 활동하다 홀연히 은퇴라는 거창한 용어를 써가며 바람처럼 사라졌던 서태지가 다시 돌아오자 그의 팬들과 가요계 인사들은 흥분했다. 소위 댄스가수 시절에도 발표하는 음반마다 시대를 앞서가는, 그래서 다소 어려운 게 아니냐며 백안시 하던 사람들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늘 그의 선택은 몇 년 뒤쯤 유행처럼 따라 붙고는 했다.


솔직히 그의 음악이 없는 존재였던 것은 아니다. 한국의 가요팬들의 귀에 좀 낯설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기도 했지만 팬은 팬대로, 지나가는 과객들은 호기심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져왔다. 그런데 그런 것도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한해서였다. 그는 음악 활동외적인 모습을 여타 매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엉성한 코미디 프로그램에 꿰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던 일들, 희화화의 대상으로 몇 시간씩 고생하던 이야기들은 전설이 되었다. 이제 그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매만지고 있을 터이며 서태지 8집 : 398일의 기록이라는 영상물은 그 前哨가 된 셈이다.


이 영상은 2008년 초여름부터 이듬해 초가을까지의 그가 8집을 내기 전, 그리고 한창 활동했던 시절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새로운 음반을 론칭하기 전 그는 앨범의 테마를 신비로운 현상으로 잡았다. 흉가, 미스터리 서클, 유에프오등이 앨범 발매 전후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이런 작업들을 매우 유쾌하게 진행하고 있다. 다소 무거운 테마일 듯 싶지만 마치 어린아이들이 소풍이라도 간 듯 그는 카메라를 상대로 무질서한 듯 한 모습으로 자신과 주변을 비추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대위의 그의 모습은 별개였다. 공연 연습장면은 영상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완성되지 않은 결과물을 보여줄 생각은 없는 듯 싶었다. 콘서트 현장, 그리고 공중파 방송, 팬 미팅 장소에서 그는 노래하고 내일보자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에게 음악은 그가 8집 이후에 연예면이 아닌 사회면에 등장할 때까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생활을 숨겨놓는다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딱 한번 마누라를 위해서라는 코멘트를 했을 때의 표정이 정지화면처럼 잡혔다. 그 느낌이 참 묘했다.


각각의 공연영상은 되도록 겹치지 않는 걸로 골라 넣었으니 8집에 들어간 곡들은 장소와 성격만 조금씩 다를 뿐 골고루 들어볼 수 있다. 특히 교실이데아처럼 아이들 시절의 곡도 들어볼 수 있고,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방문 시엔 94년도의 서태지와 아이들의 풋풋한 모습이 순간적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이제 그는 또 새로운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영상물이 그의 새로운 음반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많은 태지매니아들에게 아쉬움을 달래줄 오아시스가 되길 바란다. 세월이 참 빨리 흐른다는 느낌이다. 벌써 4년이나 되었다니. 

 

 

 

 

 

 

 

 

 


서태지 8집 : 398일의 기록 (2012)

SeoTaiji Record of the 8th 
9.3
감독
서태지
출연
서태지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98 분 | 201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