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 - 그들의 공포를 재연하다

효준선생 2012. 8. 2. 00:32

 

 

 

 

 

예전 의사들에겐 하나의 믿음같은 것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지어 주는 약을 먹으면 혹은 자신이 수술용 칼을 휘두르면 못 고칠 병이 없다고, 그런데 잘못된 처방은 생사람을 잡곤 했다. 일례로 항문이 열리지 않은 아이에게 탕약만 먹여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정신병 환자의 뇌를 절개하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영화 그레이브 인카운터엔 바로 후자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이 영화는 호러물의 중에서 파운드 풋티지 장르를 채택하고 있다. 영화 시작부터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핸디캠으로 촬영한 영상물이라는 프로듀서의 언급부터 시작해 마치 가공의 설치는 일체 배제했고 모두 초자연적 현상을 아주 우연하게 촬영해냈다는 “가공의 알림”을 하고 있다. 마치 촬영을 해서 돈을 버는 VJ 라도 되는 양, 이들은 진행자, 카메라맨, 조명, 엔지니어 그리고 가짜 연기자가 이미 오래 전에 폐쇄된 정신병원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초반에는 귀신과 악수라도 나둘 듯 아주 호기롭게 대처했고 이미 적지 않은 준비과정과 다른 작업으로 익숙한 듯 굴었다.


이 영화가 예사롭지 않은 공포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쯤 공포스럽게 만들 피사체가 등장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사전준비를 거쳐 본격적으로 호러물의 공격성을 보여준 것은 시작한 지 30분이나 지나서였다. 첫 번째 인물인 엔지니어가 곳곳에 설치해둔 폐쇄회로를 수거하러 갔다가 사라진 뒤부터였다. 이 시점이 되면 이 영화는 보이지 않는 혼령과의 사투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트랩에 걸려 혼쭐이 나는 오만한 젊은이들의 반성기록인지 잘 알 수 가 없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진행에 욕심을 내는 랜스를 중심으로 이들은 곧 보이지 않는, 혹은 간혹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들과의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이 영화가 그저 르포영화가 아님을 알게 되는 시점은 정신병원에 들어간 인물들이 아무 인적없이 사라진 뒤다. 제 아무리 큰 병원이라도 이름을 외치면서 부르는 데도 반응이 없다는 건, 인위적인 포커스 아웃이기 때문이다. 대신 왜 그곳에서 머물고 있는 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귀신들이 이들을 겁박하는 장면에 이르면 확실히 공포스럽기는 하지만 장르의 이탈을 감지 할 수 있었다. 또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자 뒤로 다른 포커스가 따라 다니면서 찍는 모습등에선 실제 촬영감독이 존재하는 것이며, 이건 영화도 그렇다고 그들이 남긴 오롯한 기록물도 아님을 알 수 있게 된다.


공포물이라면 무서워야 하는데 무서운 가 하면 안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할 정도다. 귀신들의 등장이 다소 뜬금없지만 폐쇄된 공간, 게다가 아침이 오면 외부에서 문을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그 아침이 오지도 않고, 이들은 어떤 힘에 의해 자꾸 특정공간을 찾아가는 구나 싶은 생각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정점은 이런 것들이다. 이곳은 예전 정신병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수용되던 곳이다. 치료를 이유로 의사들은 환자를 그저 임상실험용으로 대했으며,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죽어간 자들의 혼백들은 벌써 7,80년이 지났건만 여전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을 탓하기는 어렵다. 정신병을 외과적 시술로만 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은 과거 이런 무자비한 경험 탓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또한 인류가 겪은 무수한 시행착오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죽어간 수많은 혼백을 달래주지 못한 점이 아쉽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라는 느낌이다. 제목으로 쓰인 무덤 속에서 대적하다라는 의미는 이들 크루들의 행동일 수도 있지만 수십년 전 이곳에서 죽어간 원혼들에 대한 의미일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한 여름 더울때 이런 공포영화가 제법임을 다시 한번 체감한 시간이었다.

 

 

 

 

 

 

 

 


그레이브 인카운터 (2012)

Grave Encounters 
7.5
감독
더 비시어스 브라더스
출연
션 로저슨, 후안 리딩거, 애쉬리 그리즈코, 맥켄지 그레이, 아더 코버
정보
공포, 스릴러 | 캐나다 | 93 분 | 201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