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케빈에 대하여 - 누군가의 엄마로, 혹은 자식으로 산다는 것

효준선생 2012. 7. 30. 00:02

 

 

 

 

 

부모가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달렸지만 자식이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질풍노도의 시절이라는 중,고등학생때 부모에게 괜한 이유로 성질을 부리면서 하는 말이 “잘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나를 낳았냐”는 말을 하곤 한다. 그 말을 듣는 부모는 내가 이런 소리를 들으려고 고생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웠나 후회도 될테지만 부모와 자식은 그런 사이인 셈이다. 남이 아니기에 남처럼 살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축처럼 족쇄를 채워놓고 기를 수도 없다.


어느 유치장 안, 아직 어려보이는 소년범이 제 어머니로 보이는 여자와 마주앉아 있다. 여전히 반쯤 눌러 뜬 눈빛으로 노려본다. “왜 그랬어?” “내가 그랬는지 알 거라 생각했어요” 여자는 소년을 안아주고 말이 없다. 그녀가 걸어 나오는 복도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에 맞춰 울리고 있다.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서 최고로 여러 가지 異論이 나올법한 영화다. 제목은 케빈에 대하여지만 원제는 우리는 케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로 되어 있다. 즉, 이 영화제목의 주어는 우리고, 영화를 풀어내는 몫은 케빈이 아니라 케빈의 엄마다. 목적어로서 케빈은 올곧지 않다. 그런 모습만 보고, 혹은 이 영화의 결말만 보고는 그를 사이코패스이며 그가 그렇게 된 데는 엄마의 책임이 크다 라고만 말하기 부족하다. 그렇다고 아이를 낳기 싫어했던 엄마로부터의 비뚫어진 가치관의 유전이라거나 전생이나 현세의 인연등을 끄집어내 모호하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케빈은 엄마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했다. 원하지 않았던 임신, 그로인한 결혼 생활, 미혼때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열혈 여행가로 손꼽혔던 그녀에게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은 자신의 삶 일부를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전력을 살려 여행사에 취업했지만 그녀는 일 자체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사장의 지시에도 퇴근시간을 들먹이거나, 동료의 짓궂은 농담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비슷했다. 갓난아이가 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어른이 이야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가 고프다, 기저귀를 갈아 달라, 졸리다. 등등 의사표현이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공사장 한 복판으로 가서 울음소리를 중화시켜 버릴 뿐이다. 갓난아이도 인격체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는 눈이 고울 리 없다. 아예 입을 닫고 자폐아 시늉까지 낸다. 그런데 왜?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는 이른바 가드다. 그 어떤 외부로부터의 공격에도 자신을 막아줄 거라는 걸 본능으로 안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 맞닥뜨린 엄마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누구냐 넌? 나의 엄마가 맞기 하나? 영화 속에서 아기와 엄마의 모습만 보면 대개 누구나 그 정도의 트러블은 안고 산다고 보였다. 그러나 그건 어른의 눈으로 보았을 뿐이다.


세월이 지나 아이에겐 여동생도 생기고 어느덧 사춘기가 되었다. 화장실에서 자위행위를 하다 엄마에게 들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엄마의 호의적인 데이트 신청에도 툴툴거리며 시덥지 않은 눈빛만 보낼 뿐이다. 이게 청소년기에 찾아오는 반항기와는 좀 달라보였다. 케빈이 주로 머무는 곳은 중산층으로 보이는 저택과 학교 두 곳 뿐이다. 그곳은 케빈에겐 없어서는 안 될 곳이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과 별무상관인 사람들일뿐이다.


케빈은 붉은 색 계열의 옷을 자주 입었다. 이 영화에서 빨강은 의미가 있다. 토마토 축제부터 시작해, 붉은 딸기잼, 그리고 페인트칠이 된 붉은 집등등. 붉은 색은 불안감을 상징한다. 그런데 케빈은 붉은 색 옷을 입고는 엄마가 쓴 책 광고판 안에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남들에겐 모두 겨눈 광기가 가득한 화살촉을 엄마에겐 날리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 적지 않게 혼동이 되었다. 엄마에게 분노를 느꼈다면서 왜 엉뚱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한 것인지,


이 영화는 내내 불안했다. 뭔가 터질 것 같은 느낌, 과거와 현실을 오락가락하는 교차 편집 등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앞 부분에서 드러나는 갈등구조가 뒷부분에서 거의 대부분 설명이 되어져 그다지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자꾸 왜? 라는 의문이 남았다면 그 점이 바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메시지, “단정하지 말고 다각도로 생각해보아라. 사회적 문제는 단숨에 해결될 만한 것이 아니다.” 와 연결이 되어 있다.   

 

 

 

 

 

 

 

 


케빈에 대하여 (2012)

We Need to Talk About Kevin 
7.2
감독
린 램지
출연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시옵한 폴론, 애슐리 게라시모비치
정보
스릴러 | 영국, 미국 | 112 분 | 2012-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