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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락 오브 에이지 - 락큰롤 베이비, 아직 죽지 않았어!!

효준선생 2012. 7. 27. 00:31

 

 

 

 

 

1987년인가 88년인가 살던 동네 남영동 성남극장 옆 건물 지하엔 작은 다방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앞을 지나가면 뭔지 모를 포스가 느껴졌다. 기괴하기만 한 의상과 악세사리, 장발에, 기타를 광적으로 튕기는 자세를 취한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백두산, 블랙신드롬, 블랙홀, 철장미, 제로지, 부활등등 몇 년 뒤 한국 락 음악이 전성기를 맞이 하기 직전 태동기를 보낸 그곳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다가다 그들의 포스터와 간혹 연습이라도 하는 듯 아스라이 굳게 닫힌 철문 사이로 삐져나오는 굉음에 가까운 메탈 사운드에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음에도 공연히 심장이 벌렁거렸다.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 한 녀석이 제법 기타를 치는 바람에 교내 밴드부에 끌려 들어가 연주는커녕 문제학생으로 찍혀 늘 시무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 것도 그 직전이었다. 적지 않은 락 그룹들이 머나먼 이국땅인 한국의 젊은 청춘에게까지 이토록 감화를 시킬 수 있다니, 오로지 락이 아니고서는 해낼 수 없는 일이라고 그 친구는 열변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반짝 하는 듯한 락의 열기는 보이그룹과 댄스뮤직등에 밀려 이른바 제 멋에 겨운 애들이나 하는 음악장르로 치부되기 일쑤였고 공중파에선 그들의 공연은 고사하고 연주장면도 보기 어려웠다. 시대를 풍미했던 연주자들은 세션으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장르를 바꿔 심지어 트로트를 부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락의 스프릿은 영원하다며 외친다.


영화 락 오브 에이지는 1987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문화를 소비해낸다는 헐리웃의 유명 클럽인 버번 룸을 중심으로 잘나가는 락 그룹, 그리고 이제 갓 신인으로 데뷔한 청춘남녀의 사랑과 오해등을 다룬 일종의 락 뮤지컬 무비였다. 이 영화의 최고의 미덕을 꼽으라면 역시 당시를 주름잡던 많은 락 그룹들의 주옥같은 락 넘버들을 스토리에 짜맞춰 부르는 걸 듣는 건데, 다소 억지스런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 옛날 가사의 뜻도 모르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락을 들어가며 기타를 튕기는 장면을 모사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름만 대면 금새 알 수 있는 락 그룹들, 이제 명멸을 달리해가며 추억의, 전설의 그룹으로 남았지만 그들이 남긴 노래와 연주는 세상이 사라질때까지 영속할 것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청춘 남녀에게 헐리웃은 성공으로 가는 지렛대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버번 룸에서 겨우 서빙이나 하는 주제임에도 언젠가 인기그룹이 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들. 상대적으로 이미 인기 절정의 그룹 아스널의 보컬 스테이시 잭스로 대변되는 기득권과의 다소 정신사나운 대결 구도등도 이 영화를 단지 듣기 위한 영상으로 그치지 않게 했다.


피상적인 부분이 없지 않지만, 락 스타와 저널리스트와의 부적절한 관계, 가수와 매니저와의 관계, 또 극성 팬들의 문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그 바닥의 속설, 시류에 따라 장르를 바꿔가며 락가수에게 댄스뮤직을 하라고 하는 부분등, 엔터테인먼트의 이면도 적절하게 가미를 했다. 등장인물들의 꿈은 성공일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은 아닌 듯 싶었다. 자신들의 부르고 싶은 음악, 그리고 사랑을 얻기 위해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낭만이 그 시절엔 있었다. 하기사 버번 룸이 퇴폐문화를 조장하므로 없애야 한다는 시장입후보자의 아내 역시도 왕년에 스페이시 잭스의 열혈 추종자였다니 음악은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셈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볼거리는 역시 화려한 캐스팅이다. 세상 어디서 톰 크루즈가 상반신을 벗어던지며 열창하는 모습을 볼 것이며, 알렉 볼드윈이 어떻게 노회한 술집 주인을 하게 되었는지, 캐서린 제타 존스의 열광적인 군무를 언제 또 볼 것인지...이들을 무대에 올리고 적절한 락 넘버를 깔아놓으며 조율을 한 연출의 공도 적지 않아 보였다. 두 시간 넘게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락 뮤직의 향연은 그래서 더욱 흥겹다.

 

 

 

 

 

 

 

 

 

 


락 오브 에이지 (2012)

Rock of Ages 
9.3
감독
아담 쉥크만
출연
톰 크루즈, 캐서린 제타 존스, 알렉 볼드윈, 폴 지아마티, 말린 애커맨
정보
뮤지컬, 드라마 | 미국 | 123 분 | 201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