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무서운 이야기 - 옴니버스 단편에서 공포의 공통분모를 찾다

효준선생 2012. 7. 25. 00:01

 

 

 

 

 

영화 무서운 이야기는 전체의 틀 안에 다섯 개의 작은 영화들이 공포라는 동일한 주제를 갖고 포도송이처럼 달려있는 모양이다. 이 영화를 옴니버스 영화라 하기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건, 납치당한 어느 여고생이 긴박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인질범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옛날 지금의 아랍땅을 통치했던 샤산 왕조의 한 왕이 아내의 배신에 노여워 하며 전국에서 징발되어온 여인들을 아내로 삼되, 그 다음날 여지없이 죽였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세헤라자데라는 賢慧한 여인이 죽음의 왕비가 되길 자청하며 왕에게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매일 밤 이야기를 듣던 왕은 다음날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가까스로 어처구니 없는 살육은 중지되었고 그녀의 이야기가 1,001번째 되던 날, 왕이 그제서야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며 그녀를 정실왕비로 삼아 잘먹고 잘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녀가 왕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전해지는데 바로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역시 선혈이 낭자한 이야기를 들어야 잠을 잘 수 있겠다는 인질범의 요구에 여고생은 벌벌 떨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해와 달, 아이의 이름이 선이와 문이. 남매는 학원에서 돌아와 텅빈 아파트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곧 온다는 엄마는 귀가하지 않았다. 밤이 되자 아파트는 남매를 보호해주는 공간에서 공포의 공간으로 둔갑하는데 그 숨어있는 설정들이 그저 가상이 아닌 현실과 맞물리면서 공포의 정도는 최고조에 이른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공포 비행기다. 이 스토리 역시 폐쇄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을 말하고 있다. 연쇄살인범을 호송하는 비행기안에서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항공승무원 둘, 형사 둘이 타고 있다. 이들의 밀고 당기는 살상은 일방적이면서도 예측불가능하다. 살인의 동기보다 작은 공간을 활용한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이다.


세 번째 이야기 콩쥐, 팥쥐는 소프트 슬래셔 고어물이다. 전래 동화에서 모티프를 따왔으며, 이른바 잔혹동화의 변주다. 등장하는 자매의 이름은 공지와 박지다. 그리고 새 엄마인 장여사, 그녀들이 유일한 관심은 어딘지 의심스런 민회장에게 상품으로서의 여성성을 봉헌하려는 의지뿐이다. 마치 전래동화는 원래 잔인했다는 걸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는 양, 이 영화는 붉은 피로 배경을 만들었고, 민회장이 잘근 잘근 씹는 정체불명의 젓갈이 이 영화를 더욱 공포와 혐오스러움으로 물들인다. 컴퓨터 그래픽을 적절하게 활용해 수준이상의 놀라움을 전파한다.


네 번째 이야기는 엠뷸런스, 이 이야기도 역시 좁디 좁은 구급차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4명의 등장인물은 서로에게 의심을 품거나 혹은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 한다. 공포물이라기 보다 액션 심리극에 가깝다. 좀비의 등장과 그로인한 바이러스의 창궐, 전염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배타적 이기심이 고스란이 보여진다. 좀체로 좁은 구급차 안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 카메라와 마지막에 떼로 등장하는 좀비들의 饗宴이 스토리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는 네 개의 스토리와 하나의 커다란 구조, 즉 이야기를 설파하며 연명하는 여고생의 내러티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옴니버스 영화가 가질 수 있는 각각의 영화의 불균질성이 타 영화에 비해 상당히 마모되어 보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스토리가 있을 수 있으며, 그건 그 스토리의 약점이라기 보다 상대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주요 출연 배우들은 나영희 배우를 빼고는 신인급과 소포모어급 배우들인데, 다들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해낸 것 같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한 여인의 지혜로운 행동으로 많은 여성을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시켰지만 이 영화는 과연 어떤 결말을 보여줄까? 그리고 그 여고생은 무슨 이유로 인질이 되었던 것일까? 첫 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쫄깃하게 쪼그라든 심장을 끝까지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영화, 무서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결코 “무 사온 이야기”라는 조롱은 당하지 않을 분위기는 인정해야겠다.

 

 

 

 

 

 

 

 

 

 

 


무서운 이야기 (2012)

8.1
감독
정범식, 임대웅, 홍지영, 김곡, 김선, 민규동
출연
김지영, 정은채, 남보라, 김현수, 노강민
정보
공포 | 한국 | 108 분 | 201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