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링컨:뱀파이어 헌터 - 러프하게 정리한 1차 리뷰

효준선생 2012. 7. 25. 00:33

 

 

 

 

역사는 이긴 자의 승리만 기록된다고 합니다. 인류 역사 속의 무수한 전쟁 끝엔 이긴 자의 이야기만 粉飾될 뿐이며 진 자의 그것은 기억조차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남북전쟁이 북군의 승리가 아니라 남군의 승리로 끝났다면 지금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이 아닌 애틀란타가 되었을 지도 모르고 성조기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패망군인 남군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해지고 있을까요? 영화 링컨: 뱀파이어 헌터를 보니 어느 정도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은 에이브러험 링컨은 북군의 통수권자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전개한 일련의 사회개혁 조치 중에 노예해방은 남군을 지지하던 지주들의 극렬한 반대가 있었으니 까딱하다가는 링컨은 전쟁의 패망과 동시에 권력에서 하차할 신세가 될 지도 몰랐을 겁니다. 이렇게 역사엔 가정이란 없지만 나름대로 추측해보면 재미있기도 합니다.


대개의 영화는 상상력의 극대치를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컨텐츠로는 관심을 끌 수 없습니다. 제목인 링컨과 뱀파이어가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묘하지 않습니까? 일국의 대통령이 뱀파이어를 물리치는 사람이었다니요. 그런데 그런 황당한 가설이 결국 스토리가 되는 거고, 독특한 창의력을 가진 것으로 소문난 팀 버튼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영화를 만든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텔러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하고 많은 오브제 중에서 뱀파이어를 가져다 사용했을까요?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뱀파이어는 모두 나쁜 캐릭터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들이 비록 송곳니가 좀 뾰죽하고 피를 잘 빠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인간에게 해주는 말들은 별로 틀리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뱀파이어 대장이 링컨에게 너는 복수를 한다는 일념으로 뱀파이어인 헨리의 말만 듣고 마치 노예처럼 죽이러 다니는 거 아니냐? 맞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쉽게 입에 올립니다만 그렇다고 실천까지 쉽게 옮기지는 않습니다. 인간이란 천성이 남을 부리는데 익숙한 면이 있고 또 그게 자신을 편하게 한다는 걸 그동안 수천 년 간 축적된 DNA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군 부리는 사람이고 누군 부려지는 사람인가요? 누가 을로 살기 원하나요?


이 영화는 눈에 보이기엔 뱀파이어 소탕작전에 나선 최고위급 공무원의 일상을 그리고 있지만 마음으로 읽히기엔, 결국 자유와 평등은 만인에게 공통된 것이다라는 주제의식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 무지 잔인합니다. 억지 웃음도 없습니다. 스릉스릉 소리를 내며 도끼와 칼날이 맞부딪치며 상대의 목과 팔다리를 여지없이 잘라냅니다. 공포영화의 한 장르인 슬래셔나 고어물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대는 뱀파이어입니다. 또 물리는 순간 그 역시도 뱀파이어가 될 수 있는데, 링컨은 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그렇게 비명횡사시켰습니다. 요즘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합니다. 처벌을 원한다고 범죄행각이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직접 나서는 것이겠죠. 그런 분노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워낙에 험한 세상이니까요. 그런데 당시엔 어땠을까요? 나름 법을 공부하던 젊은 링컨이었는데 말입니다. 법전을 던지고 도끼를 들고 또 도끼를 내려놓고 연설로 대통령 자리에 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가 총이 아닌 도끼를 사용한다는 점이 신선합니다. 요즘 같은 연발총이 아닌지라 어찌 보면 도끼가 더 효율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싸움 장면에서 도끼가 더 요란한 시각효과를 보입니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를 갖고 살았던 대통령, 비록 가상의 스토리지만 그가 한 국민의, 국민에 위한, 국민을 위한,이란 명연설이 나오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여다 보는 재미가 이 영화에 있습니다.


이 영화엔 은이 상당한 이미지 구축을 합니다. 뱀파이어가 가장 싫어하는 금속인 은을 이용해 도끼날을 연마하고, 은으로 만든 총알 만들고 은 장난감으로 뱀파이어를 물리치기도 합니다. 남군을 어느새 물리쳐야 하는 대상으로 삼고 전국에서 긁어모은 은붙이들은 과연 어디로 다 간 것일까요? 말들이 광속으로 질주하는 사이에서 링컨과 뱀파이어와의 결투, 달리는 열차위에서의 육박전은 감독의 특기라고 보입니다. 나이가 든 링컨 분장을 한 벤자민 월커의 모습이 마치 교과서에 보는 링컨 대통령의 초상화처럼 흡사해서 놀라울 정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끼를 들었던 실존인물, 자신들만의 나라를 갖고 싶어 남군의 힘을 빌었던 뱀파이어 일당, 200년도 안되는 시점의 이야기지만, 먹고 먹히는 오늘날 사람들의 고달픈 관계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걸 보면, 우리도 당하지 않으려면 무기를 챙겨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은 장신구라도 챙겨 넣고 다녀야 하는 걸까요? 멍하니 있으면 뱀파이어가 다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영화 말미에 링컨에게 호되게 당한 뱀파이어 떨거지들이 아시아쪽으로 갔다고 하는 데 말입니다.

 

 

 

 

 

 

 


링컨 : 뱀파이어 헌터 (2012)

Abraham Lincoln: Vampire Hunter 
9.2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벤자민 월커, 루퍼스 스웰, 도미닉 쿠퍼,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안소니 마키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05 분 | 201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