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엑소시즈머스 - 누구나 마음속에 악마를 품고 산다

효준선생 2012. 7. 23. 00:19

 

 

 

 

 

열 다섯 정도 되는 소녀라면 어떤 꿈이나 희망을 먹고 살까? 엠마는 또래의 소녀들처럼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에도 가고 싶고 생일날, 친구들과 밤새 떠들고 놀고도 싶다. 하지만 대개의 부모에겐 그런 딸자식이 곱게 보일 리 없다. 말 몽둥이로 다그칠 생각만 하고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기 일쑤다. 대개의 경우 아이들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부모가 자기 마음을 너무 몰라준다며 문을 쾅닫고 제 방에 들어가 단식 투쟁이라고 할라치면 그제서야 달래주는 부모님과 적당히 타협을 보고 끝낸다. 그런데 엠마는 좀 달랐다. 아예 마루 바닥에 누워 마치 간질 환자처럼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며 가족을 놀래킨다. 이 소녀 왜 이러는 걸까? 좀 심한 거 아니야?


영화 엑소시즈머스는 자신이 악마의 혼령에게 정신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한 소녀와 그녀를 이용해 악마의 정체를 밝혀내려는 한 사제의 퇴마기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엑소시즘이란 주제의 영화는 공포영화 중에서도 공포감만으로는 상위권에 자리할 수준이다. 그건, 눈에 보이는 귀신이나 살인마, 아니면 누군가의 우발적이거나 계획된 장난으로 말미암은 공포와는 질적으로 다른,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빌어 혼령이 등장한다는 설정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과거 살풀이 굿등을 통해 무당들의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목도한 바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심령물에 대한 일정 수준의 공포심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 영화가 과거의 다른 엑소시즘 영화와 다른 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한 어린 소녀의 몸을 통해 혼령의 정체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즉, 악마에 씐 사람 들이란게 대개는 칙칙하기 그지 없는 노인이나, 혹은 어린 아이들이었다면 이 영화는 한창 성적 매력을 가질 만한 청소년기의 여자에게 그런 설정을 해놓았는데 독특했다.


그런 점에서 공포 심령물이면서도 가족영화라고 부르고 싶은데, 유난히 가족들의 등장이 많아서 뿐만 아니라, 방년의 나이에 하고픈 일, 가지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제약도 많고 간섭도 싫어할 만한 나이의 그녀이기에, 비록 정체불명의 악마의 혼령이 말하는 것이라고 해도, 다시 말해 그녀가 하고픈 말과 다름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소녀와 맞선 인물인 사제출신의 퇴마사로 등장하는 삼촌의 캐릭터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처음엔 악마에 들린 조카를 구원해주러 온 역할인 줄로 알았지만 후엔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소녀에게 퇴마행위를 했음이 드러나며, 과연 소녀가 보이는 일련의 행위들이 과연 진짜 있는 일인지, 아니면 페이크인지 쉽게 감을 잡기 어려웠다. 과거 사제단의 허락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퇴마 행위를 하다 한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던 그에게 조카의 접근은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것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악마에 들린 소녀와 사제의 이기적 행동중에 어느 한편에도 확실하게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누가 옳은 건지, 혹은 누구의 행동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스페인 호러 물은 고유의 냄새가 있다. 소녀역으로 나온 소피 바바서의 엽기적인, 혹은 충격적인 연기가 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통 심령호러물이라기 보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내는 어느 소녀의 정신적 아픔을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접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 가는 가족이란 어떤 유형이거나 또는 의미인지 되새겨 보려고 하는 영화로 보였다.

 

 

 

 

 

 

 


엑소시즈머스 (2012)

Exorcismus 
6
감독
마누엘 카르발로
출연
소피 바바서, 스테판 빌링톤, 더그 브래들리, 토미 바스토우, 리차드 펠릭스
정보
공포 | 스페인 | 101 분 | 2012-07-19